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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부활7주간 월요일)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4-05-24 조회수1,476 추천수11 반대(0) 신고

◎ 2004년 5월 24일 (월) - 부활 제7주간 월요일

 

[오늘의 복음]  요한 16,29-33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29) 그제야 제자들이 "지금은 주님께서 조금도 비유를 쓰지 않으시고 정말 명백하게 말씀하시니 30) 따로 여쭈어 볼 필요도 없게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주님께서 모든 것을 다 알고 계신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주님께서 하느님께로부터 오신 분이심을 믿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31) 그러자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가 이제야 믿느냐? 32) 그러나 이제 너희가 나를 혼자 버려 두고 제각기 자기 갈 곳으로 흩어져 갈 때가 올 것이다. 아니 그 때는 이미 왔다. 하지만 아버지께서 나와 함께 계시니 나는 혼자 있는 것이 아니다. 33) 나는 너희가 내게서 평화를 얻게 하려고 이 말을 한 것이다. 너희는 세상에서 고난을 당하겠지만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복음산책]  용기를 내라, 실전(實戰)이 남았다.

 

  어제는 주님 승천 대축일이었다. 오늘부터 우리는 성령강림 대축일을 한 주간 앞두고 부활대축제의 마지막 주간인 제7주간을 보내게 된다. 이 주간 동안 우리는 추가로 편집된 요한복음 16장의 마지막 부분(월요일)과, 17장 대사제 예수님의 장엄한 기도(화·수·목요일), 그리고 요한복음의 마지막 21장이 보도하는 부활하신 예수님과 베드로의 관계(금요일), 에필로그(토요일)를 미사전례의 복음으로 듣게된다.

     

  오늘 복음에 들어가기 전에 바로 앞의 구절을 먼저 읽어보자. "나는 아버지께로부터 나와서 세상에 왔다가 이제 세상을 떠나 다시 아버지께로 돌아간다."(28절) 예수께서는 이 한마디의 문장으로 당신 자신의 원초적인 신원(身元)과 파견(派遣), 그리고 파견임무의 성취(成就)와 아버지 우편에 좌정(坐定)하실 것임을 밝히셨다. 그러자 제자들이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이 일제히 "지금은 주님께서 조금도 비유를 쓰지 않으시고 정말 명백하게 말씀하시니 따로 여쭈어 볼 필요도 없게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주님께서 모든 것을 다 알고 계신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주님께서 하느님께로부터 오신 분이심을 믿습니다" 하고 말한다.(29-30절) 제자들이 주님의 모든 지식을 깨달았다니, 그래서 주님을 확실히 믿기까지 한다니 어떻게 된 일인가? 느닷없이 제자들의 명오(明悟)가 열린 것인가? 물론 갑자기 안개가 걷히고 어떤 깨달음에 사로잡힐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긴 고별사가 이제는 지루할 때도 되었을 것이다. 우이독경(牛耳讀經)이라 했던가? 그렇다고 제자들을 너무 폄하하지는 말자. 이제는 그들도 깨달음을 얻을 때가 되었다. 아니 벌써 얻었다. 적어도 예수께서 하시고자 하는 모든 일이 예수를 이 땅에 보내신 아버지의 뜻에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예수께서도 "너희가 이제야 믿느냐?"고 말씀하신 것이다.

 

  아무튼 예수님의 단 한마디 말씀이 제자들의 모든 의문을 말끔히 씻어버렸다. 의문의 제거는 믿음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제자들은 응답은 이제 예수께 대한 확실한 믿음이다.(30절) 이 믿음이 제자들 편에서는 확실한 믿음이라고 하지만(31절) 예수님이 보시기에는 그렇지 않다. 아직 진리의 성령께서 임하시지 않았기 때문에 제자들의 깨달음은 여전히 불완전하고, 협조자이신 성령께서 임하시지 않았기 때문에 제자들의 믿음은 여전히 약하기 그지없다. 예수께서 보시기에 제자들의 믿음은 풍전등화와 같은 것이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그러나 이제 너희가 나를 혼자 버려 두고 제각기 자기 갈 곳으로 흩어져 갈 때가 올 것이다. 아니 그 때는 이미 왔다"(32절)고 말씀하시는 것이다. 제자들은 조금 후 벌어지게 될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다. 제자들을 위한 ’대사제의 기도’(17장)가 끝나면 예수께서는 당신을 체포하기 위해 들이닥치는 세상의 권력자들에게 순순히 자신을 내어줄 것이다.(18,1-11) 제자들의 믿음은 적어도 그 때까지는 유효하다. 요한복음도 같은 맥락이지만 마태오복음은 "그 때에 자자들은 예수를 버리고 모두 달아났다"(마태 26,56)고 명확히 보도하고 있다. 그 때가 되면 제자들의 믿음은 즉시 불신(不信)으로 변할 것이다. 그들은 스승을 홀로 버려 둔 채 도망가고, 각자에게 유익한 위치로 몸을 감출 것이다. 제자들의 불신에도 불구하고 하느님 아버지의 아들에 대한 신뢰는 변함없다.(32절)

 

  예수님의 한 말씀(28절)에 제자들은 예수께 대한 믿음을 확실히 하였다. 그러나 이 믿음은 학습적(學習的) 차원에 불과한 믿음이다. 믿음의 실제적(實際的) 차원은 예수님과 끝까지 함께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제자들에게는 믿음의 실제적 현장감(現場感)이 많이 부족하다. 고난(苦難)의 시간이 와야 제자들은 자신의 믿음이 얼마나 형편없는 것인가를 체험하게 될 것이며, 역경과 박해 속에서 성령의 도움으로 온전한 믿음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 고난의 시간을 위해 예수께서는 약해빠진 제자들을 고무(鼓舞)하신다. 예수께서 곧 당하게 될 고난 가운데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은 ’아버지께서 아들과 함께 계시다’는 것이며, 이와 같은 방법으로 제자들이 고난의 시간을 겪게 될 때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 계시다’는 것을 용기로 삼아야 한다. 세상은 그 때 ’예수를 죽였다’고 자부(自負)하겠지만, 실상은 "내가 세상을 이겼다"(33절)는 예수님의 말씀을 뼈저리게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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