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랑과 생기와 힘의 불이 타고 있음을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4-05-26 조회수1,301 추천수9 반대(0) 신고

 

                    

 

 

루가가 성령강림 신비를 묘사할 때 사용한 둘째 상징은 불이다. "불 같은 혀들이 갈라지며 나타나 각자에게 내려앉았다." (사도 2, 3) 바람소리가 나는 듯 하더니 불혀가 보였다.

 

그러니까 성령은’볼 수 있는 것’ 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 이것이 성령강림의 신비이다. 랍비 문학에서 불혀는 전혀 낯설지 않은 상징이다.

 

하느님의 말씀이 불혀모양을 하고 각자에게 내려온다. "불 같은 혀들이 갈라지며 나타나 각자에게 내려앉았다." 는 상징을 통해 루가는 각자가 성령으로 충만해져 하느님의 영으로 불타고 있음을 표현했던 것이다.

 

여러 문화권에서 불은 성스러운 것이었다. 물은 땅에서 솟지만 불은 하늘에서 온다. 불은 신성한 존재다. ’불의 신’ 이 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불은 정화하고 갱신하며 불순한 것을 깨끗이 태운다.

 

금은 불속에서 정화된다. 순금만 남기고 찌꺼기는 전부 타버린다. 성령은 삶을 방해하는 우리 안의 모든 것을 태워 버린다.

 

고뇌, 불만, 상심, 모욕 따위의 우울한 정서와 혼탁이 우리 안에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우리 삶을 방해한다. 명쾌한 결단이 서질 않는다. 분노, 질투, 열등의식이 결단을 흐려 놓는다.

 

그리하여 우리는, 맑고 순수한 마음으로 결단 내릴 수 있게 내면의 흐려진 것과 얼룩진 것을 태워버릴 성령의 불을 갈망한다. 불은 더 높은 차원의 새로운 탄생을 준비한다. 우리안에 옛것이 타버리면 새 삶이 시작된다.

 

불은 생기의 상징이기도 하다. 눈에서 광채가 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뿜어내는 어떤 기운이 있다. 불꽃 같은 것이다. 생명과 기쁨과 깨어 있음이다.

 

그 누구도 그들의 카리스마에서 벗어날 수 없다. 속삭이는 듯 따사로운 눈빛이 있는가 하면 사람을 놀래킬 만큼 이글거리는 눈빛도 있다. 누군가한테 악하고 종잡을 수 없는 뭔가가 있는 줄을 우리가 그래서 안다.

 

성령의 불을 청한다는 것은 우리 안에 사위어진 불씨를 다시 지펴 생명을 깨울 불을 청한다는 것이다. 많은 현대인들이 공허와 탈진에 신음하고 있다. ’탈진 증후군’ (Burn-out-syndrome)은 특히 남을 위해 진력하는 사회 운동가들한테 만연하고 있다.

 

자신을 태우는 사람은 언젠가 소진하게 마련이다. 그들은 내면의 불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것을 잊고 있다. 헨리 나웬은 이것을 영적 생활의 과제라 보았다. 그들은 자기 화덕의 불구멍을 계속 열어 놓고 있어서 내면에 재만 남았다. 그들한테서 더 나올게 없다.

 

그들은 체념하고 좌절하여 힘도 열의도 없다. 성령강림은 우리 마음깊은 곳에 식어버린 재가 아니라 영육을 새롭게 태울 불씨가 있음을 일깨워 준다.

 

성령강림 축일에 입는 붉은 제의에는 서로에게 내면의 불꽃을 상기시키려는 뜻이 담겨있다. 우리가 성령강림을 경축하는 것은 우리 내면의 불씨를 새롭게 활활 태우기 위함이다. 그래서 남들도 따뜻하고 기쁘게 자신의 활력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젊은 시절 우리는 모닥불 피워 놓고 노래부르기를 좋아했다. 함께 불을 바라보는 것은 참으로 매력적이다. 불은 합일 시킨다. 불가에 공동체가 모인다.

 

우리는 9일 기도를 통해, 성령의 불이 공동체의 중심이 되기를, 우리가 불가에 모여 앉아 마음을 하느님께 들어올릴 그리움의 노래를 부르는 장소가 교회일 수 있기를 기도드린다.

 

그대는 어떻게 불을 체험했습니까? 무엇이 불과 연관됩니까? 불은 그대안에 무엇을 불러 일으킵니까? 그대 안의 성령의 불이, 사랑과 생기와 상상력과 힘의 불이 타고 있음을 믿으십시오.

 

이 불이 꺼지지 않도록 지키십시오. 게르만족은 화덕의 불을 지켜야 했습니다.

꺼뜨리는 이는 무서운 벌을 받았습니다.

 

그대 안의 모든 것이 따뜻해지고 깨끗해지고 새로워지며 하느님의 사랑에 깊이 스며 들도록, 그대 화덕에 불을 지피십시오. 그대 내면의 불을 지필 때 다른 이들도 그 불로 인해 따뜻해질 것입니다. 눈이 빛나고 그들 안에 새로운 생기가 솟아날 것입니다.

 

  <부활의 기쁨 백배 맛보기/안셀름 그륀> 발췌

 

성령이여 오소서! 삶을 방해하는 저희들안의 분노, 질투, 모욕, 상심, 불만, 소외감, 우울함과 저희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부정적인 것들까지도 태우소서! 저희들 안의 모든 것이 깨끗해지고 새로워져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주소서!

 

실망과 좌절에서 허덕이는 저희들을 일으켜 주시고, 인간관계에서 입은 과거의 상처들을 성령의 불로 남김 없이 태워 주소서!   

 

성령이여, 당신께서 주시는 우리 내면의 불씨를 새롭게 활활 태워서 남들도 따뜻하고 기쁘게 자신의 활력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돕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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