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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성령강림대축일)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4-05-30 조회수1,905 추천수14 반대(0) 신고

◎ 2003년 5월 30일 (일) - 성령강림대축일 (다해)

 

[오늘의 복음]  요한 20,19-23

<내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 주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 성령을 받아라.>

 

  19) 안식일 다음 날 저녁에 제자들은 유다인들이 무서워서 어떤 집에 모여 문을 모두 닫아걸고 있었다. 그런데 예수께서 들어 오셔서 그들 한가운데 서시며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 하고 인사하였다. 20) 그러고 나서 당신의 손과 옆구리를 보여 주셨다. 제자들은 주님을 뵙고 너무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21) 예수께서 다시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 내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 주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 하고 말씀하셨다. 22) 이렇게 말씀하신 다음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숨을 내쉬시며 말씀을 계속하셨다. "성령을 받아라. 23) 누구의 죄든지 너희가 용서해 주면 그들의 죄는 용서받을 것이고 용서해 주지 않으면 용서받지 못한 채 남아 있을 것이다."◆

 

[복음산책]  성령강림 : 교회의 탄생일

 

  오늘은 성령강림대축일이다. 오늘로서 50일간의 부활시기가 그 막을 내린다. 우리는 부활시기 내내 요한복음을 묵상하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이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이며, 그 핵심의 알맹이가 영원한 생명임을 깨달았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유다인들의 대축제인 과월절(뻬샤흐)을 부활절로, 오순절(샤부옷)을 성령강림절로 지낸다. 유다인들에게 과월절이 이집트 종살이에서의 물리적 해방을 기념하는 것이라면, 부활절은 예수부활을 통하여 인류가 죽음으로부터 생명에로 해방되었음을 기념하는 것이다. 유다인들에게 오순절이 모세가 시나이 산에서 야훼의 율법을 받아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선포한 것을 기념함으로써 율법을 통한 물리적 해방의 영적인 지속(持續)을 의미한다면, 성령강림절은 성부와 성자께서 보내시는 협조자이시며 진리이신 성령을 통하여 예수님의 부활로 마련된 영원한 생명을 깨닫고, 선포하며, 실제로 살아감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성령강림절은 영원한 생명의 시작을 알리는 사건으로서 성령을 통하여 이 땅 위에서 이미 영원한 생명을 위해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이제 오순절은 성령강림절이다. 성령강림은 부활의 완성이며 충만이다. 성령강림은 부활절의 열매로서, 부활하신 예수께서 비록 승천하여 오셨던 곳으로 가셨으나, 약속대로(마태 28,20) 예수께서 믿음의 공동체 안에 머무는 지속적 현존(現存)의 보증(保證)이다.

 

  그래서 성령강림은 부활시기의 마무리를 고하는 사건이 아니라 진정한 부활의 시작을 의미하는 사건이며, 진정한 의미에서 교회의 탄생일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예수님의 죽은지 사흘만의 부활과 발현, 40일간 지상체류와 승천사건은 아무래도 스승 예수의 산 증인들인 제자단(11제자와 여인 제자들)에 한정된 효과적인 사건이다. 이들은 단지 몇 명으로 조직된 소수의 집단이었고, 스승의 죽음에 직면한 집단의 태도는 차라리 조직이라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들은 승천하시는 스승으로부터 지상 최대의 복음선포와 세상으로의 파견을 명(命)받았다.(마르 16,14-20; 마태 28,18-20) 마르코복음은 예수의 승천직후 제자들이 사방으로 나가 복음을 전했다(16,20)고 하나 이 대목은 후기 편집에 해당한다. 당시의 정황을 미루어 볼 때 사명을 수행할 능력과 용기가 턱없이 부족했다. 어쩌면 루가복음의 기록대로 제자들은 "위에서 오는 능력을 받을 때까지 예루살렘에 머물러 있어라"(24,49)는 스승의 명을 따라 "날마다 성전에서 하느님을 찬미하는 일"(24,53)과 하늘의 능력을 기다리는 일로 소일(消日)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오순절이 되었을 때, 한곳에 모여 있던 제자들에게 성령이 내렸던 것이다. 그들의 마음은 성령의 은사로 가득 차 성령께서 시키시는 대로 밖으로 뛰쳐나가 여러 가지 외국어를 구사하며 복음을 선포하기 시작하였던 것이다.(사도 2,1-11) 성령을 듬뿍 받은 사도 베드로는 "유다인들이 십자가에 못박아 죽인 예수를 하느님께서 다시 살리셨으며, 사도들이 모두 그 증인이다"는 요지의 논리적이고 청산유수 같은 설교를 했고, 이 설교에 믿음을 얻은 사람들 중에 그 날에만 삼천 명이 세례를 받았다.(사도 2,14-42) 드디어 소수의 제자단에 한정되어 머물러 있던 그리스도의 복음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따라서 성령강림절은 세상을 향한 교회공동체의 탄생일이며, 동시에 제2의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절인 셈이다.

 

  오늘 성령강림대축일 낮미사의 복음은 지난 부활 제2주일에 들었던 요한복음(20,19-31)의 첫 부분(20,19-23)이다. 이 대목의 서술적 시점은 예수께서 죽음으로부터 부활하셨던 그 다음 날이며(19절), 내용상으로는 부활하신 예수의 발현과 제자들의 부활체험(20절)과 맥락을 같이한다. 이 대목을 오늘 성령강림대축일의 복음으로 선택한 이유는 부활하신 예수께서 "성령을 불어주심"과 "파견"에 대하여 제자들에게 직접적으로 발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수께서는 약속하신 대로(요한 14,16; 16,7) 아버지를 통하여 제자들에게 성령을 불어넣어 주신다. 예수께서는 "내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 주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21절) 하고 말씀하신 후 제자들이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도록 그들에게 숨을 내쉬시며 "성령을 받아라"(22절)고 하시면서 성령을 부어주셨다. 이어서 예수께서는 "누구의 죄든지 너희가 용서해 주면 그들의 죄는 용서받을 것이고 용서해 주지 않으면 용서받지 못한 채 남아 있을 것이다"(23절) 하고 말씀하셨다. 왜 예수께서 성령을 받은 제자들에게 곧바로 이 말씀을 하셨을까? 이 말씀 안에는 성령을 받은 제자들의 죄와 용서에 대한 "자유처분권"이 엿보인다. 물론 죄에 대하여 "단죄(斷罪)"와 "용서(容恕)"를 선포할 수 있는 분은 하느님 성령뿐이다.(16,8-11) 그러나 예수께서는 성령의 활동을 제자들의 활동 안에서 보시는 것이다. 즉, 성령의 협조자로서의 활동과 진리로서의 활동을 제자들의 증거행동과 복음선포활동을 묶어 두시는 것이다. 예수께서는 성령을 통하여 제자들을 세상에 파견하신다. 세상은 누구인가? 세상은 바로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였고, 배척하였으며(요한 1,10-11), 예수와 더불어 제자들을 미워하였고(요한 17,14), 결국에는 예수를 죽였다. 그러나 예수님의 죽음은 그러한 세상을 위해 목숨을 바친 죽음이었다. 이제 제자들은 그 세상에로 파견된다. 따라서 제자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죄 많은 세상"을 "용서하는 일"이다. 용서 없이는 복음선포도 있을 수 없고, 구원도 없다는 것이다. 결국 성령강림은 예수님을 죽인 세상의 죄를 용서하는 사건으로 자리잡는다. 물론 사도들이 용서의 능력을 가진 것이 아니라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아 돌아가신 예수님의 영(靈)이신 성령께서 사랑의 용서를 베푸시는 것이다. 따라서 누구든지 성령의 은사를 받으면 예수님을 닮게 되는 것이다.

 

  성령의 은사(恩賜, 카리스마)를 통하여 그리스도인들은 사도직과 신앙의 증인에로 불림을 받는다. 이는 세례성사를 통하여 받은 일반사제직의 성숙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성령으로 말미암아 신자들은 더욱 완전히 교회에 결합되며, 성령의 특별한 능력을 받아 그리스도의 참된 증인으로서 말과 행동으로 신앙을 전파하며 옹호할, 보다 무거운 책임을 지게 된다고 가르친다.(LG 11) 복음전파와 믿음의 수호(守護)는 신자의 의무와 책임인 동시에 복음의 증인으로서 가지는 권리이며 자랑이다. 성령의 은사는 하느님 성령께서 베풀어주시는 은총이다. 이는 "다시 거두어 가시지 않는(로마 11,29) 하느님의 선물 전체"를 뜻하기도 하며,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에게 베풀어지고(로마 5,15-16) 또 영원한 생명이 되는(로마 6,23) 은총의 선물"이기도 하다.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은총으로 충만하게 하고"(에페 1,6) 우리에게 "온갖 종류의 선물을 베풀 것"(로마 8,32)이다. 이 선물들 중에 첫째가는 것은 성령 자신으로, 성령은 우리 마음 안에 내려져서 우리 마음에 사랑을 심어 준다.(로마 5,5). 성령께서 베풀어주시는 은사는 다음과 같다.

 

1. 성령칠은(聖靈七恩)  (이사 11,2-3)

① 슬기(sapientia): 자연·초자연적 가치 인정. 주님께 쉽게 마음을 향하는 은혜.

② 통달(intellectus): 하느님의 초자연적인 말씀과 능력을 수용. ex) 마리아의 동정성.

③ 의견(prudentia): 선·악 구별. 하느님께서 좋아하시는 것과 아닌 것을 식별.

④ 굳셈(fortitudo): 신앙생활에 수반되는 장애를 극복하는 힘과 용기. ex) 순교.

⑤ 지식(scientia): 신앙감, 즉 믿어야 할 진리와 아닌 허위를 식별하는 은혜.

⑥ 효경(respectus): 하느님을 아버지로, 그리스도를 형제로, 마리아를 어머니로 수용.

⑦ 두려움(timor): 경외심. 경건한 태도와 자세. ex) 경건한 성호경, 기도하는 태도.

 

2. 봉사의 은사 (공동체의 유익을 위한 9가지 은사 : 1고린 12,8-10)

① 지혜의 말씀 은사(sermo sapientiae): "어떤 사람은 같은 성령에게서 지혜의 말씀을 받았고"(1고린 12,8) 어떤 사람에게 성령의 도움으로 하느님의 지혜에서 나온 실천적인 말을 하게 하여 주어진 환경 속에서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는 은사이다. 예수님처럼 어떤 시험을 당할 때(마태 22,15-22)나, 복음을 전하다 박해를 받을 때(사도 4,19-20)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게 해 주고 상대방의 그릇됨을 깨우쳐 준다.

② 지식의 말씀 은사(sermo scientiae): "어떤 사람은 같은 성령에게서 지식의 말씀을 받았으며"(1고린 12,9) 신앙의 진리를 가르치거나 설명하거나 설교할 때 영감을 받아 말함으로써(1고린 2,13), 자신의 자연적인 능력을 초월하여 신앙의 진리를 명확하고 설득력 있게 말하는 은사이다.

③ 믿음의 은사(fides): 신앙과 다르다. 하느님께 대한 신뢰로 무슨 일이든 이루어질 것이라는 내적 확신으로써 기적을 이루는 바탕이 된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것은 나를 사랑하시고 또 나를 위해서 당신 몸을 내어 주신 하느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으로 사는 것입니다."(갈라 2,20)

④ 치유의 은사(gratia sanitatum): "어떤 사람은 같은 성령에게서 병 고치는 능력을 받았다."(1고린 12,9) 치유(治癒)의 은사는 영적인 치유·육체적 치유· 내적 치유의 은사로 구분된다. 영적인 치유는 고백성사, 기도, 영성체로 얻는 경우와도 같다. 육체적 치유는 일상적인 질병의 치유와 구마(Exorcismus)도 포함된다. 구마는 악의 세력으로부터의 해방을 가져온다. 지속적인 악습이나 결점은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데 커다란 장애요인이 된다. 노력해서 해결되지 않는 것과 자력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것은 악의 영향에 의한 것으로 본다. 따라서 의지적 통회하고 주님의 도움을 청하며, 구마 명령으로 치유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⑤ 기적의 은사(operatio virtutum): "그 무렵 사도들은 백성들 앞에서 기적과 놀라운 일들을 베풀었다."(사도 5,12) 자연적 은혜를 넘어서서 놀라움과 더불어 주어지는 은혜로 불치의 병이나 중대한 병의 즉각적인 치유 같은 기적을 일으키는 은사이다.

⑥ 예언의 은사(prophetia):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 전하는 능력이다. "나는 여러분이...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 전하는 은혜를 간절히 구하십시오."(1고린 14,5-39) 격려나 위로의 말씀이 대부분이다. 성서적인 표현들이다. 100% 주님의 말씀은 아니다.

⑦ 분별의 은사(discretio spirituum): 성령과 악의 영, 인간의 영을 식별하는 능력으로 하나의 생각, 활동, 사건 그리고 은사의 원인과 근원이 다른 무엇의 힘인지, 성령으로부터 오는 것인지를 분별하는 은사이다.

⑧ 이상한 언어의 은사(genera linguarum): 심령기도와 같다. 이로써 간절히 청하면 거의 대부분 청한 바를 얻는다. 조건부 기도가 아닌 적극적인 기도이다.(1고린 14,2; 로마 8,21) 심령예언도 이에 포함된다.

⑨ 해석의 은사(interpretatio sermonum): 이상한 언어나 통상적으로 알아들을 수 없는 심령기도나 심령예언을 해석하는 은사이다.

 

3. 성령의 9가지 열매 : 갈라 5,22-23

① 사랑(caritas; charity): 아가페적인 사랑, 즉 원수까지도 사랑할 수 있는 사랑. "하느님은 사랑이시다". 사랑의 열매가 가장 본질적이고, 나머지는 사랑의 열매의 열매들이다.

② 기쁨(gaudium; joy): 언제 어느 상황에서나 기쁨에 찬 생활을 영위한다. 기뻐해야 할 일이 없음에도 샘솟는 기쁨을 말한다. "항상 기뻐하십시오!"(1데살 5,16)

③ 평화(pax; peace): 세상 풍파 속에서도 유지되는 평화로서 성령께서 주시는 평화, 이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다르다.

④ 인내(patientia/longanimitas; patience): 비록 일이 지연되는 경우라도 실망하거나 짜증을 내지 않고 하느님께서 주시는 때를 기다린다. 신앙생활 전반에 걸쳐 요구되는 열매다.

⑤ 친절(benignitas; understanding of others): 이웃의 어려움을 알고 따뜻하고 우호적으로 대한다.

⑥ 선행(bonitas; kindness): 하느님께서 은총으로 베풀어주신 시간, 재산, 재능 등을 관대하게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사용한다.

⑦ 진실(fidelitas; fidelity): 거짓없이 신뢰할 수 있고 착수한 일을 끝까지 완수하는 충실성을 의미한다.

⑧ 온유(mansuetudo; gentleness): 매사에 자제된 힘, 약자에 대한 너그럽고 부드러운 힘을 말하며, 너무 따지고 들지 않는 자세이다.

⑨ 절제(continentia; selfcontrol) : 욕정을 눌러 자신의 의지를 주님의 주권 아래 복종시키고, 유익하지 않는 것을 절제하는 힘과 능력이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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