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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느 냉담자가 보내온 십자가!
작성자황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04-06-07 조회수1,291 추천수3 반대(0) 신고

 

 

 

 

그렇다. 버림받은 여자, 가슴에 상처를 입은 너를 야훼께서 부르신다.

"조강지처는 버림받지 않는다." 너의 하느님께서 말씀하신다.
                이사야 54, 6

 

제 어머니는 얼마 전 냉담중이신 어느 형제님으로부터 매우 특별한 선물(?)을 받으셨답니다. 제 어머니를 통해 저희 가족들에게 그 동안 자신의 집에 걸려있던 십자가 성물들을 보내오신 그 형제님은 두 번째 이혼 후 세상과는 연락(?)을 두절하시고 신앙적으로도 현재는 냉담상태에 계신 분으로 얼마 전, 저희 어머니께 자신의 이삿짐 꾸리는 걸 좀 도와 달라는 부탁을 해오셨답니다. 그 분의 가슴 아픈 개인사적인 역사들을 잘 알고 계신 제 어머니께서 기꺼운 마음으로 이삿짐을 도와 드리기 위해 그 분을 방문하셨을 때 그 분은 깔끔히 잘 포장된 두 개의 십자가 성물을 제 어머니께 선물(?)로 전해 주셨답니다. 이젠 더 이상 자신에게 이 십자가들은 필요치 않다고 하시면서....

 

결국 두 번째 아내마저도 자신의 음주벽등과 여러가지 힘든 상황으로 인해 자신을 떠나 버렸고 그나마 장성한 자녀들 마저 멀리 타지에 나가 있는 그 형제님께 이젠 가톨릭 신앙마저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으셨나 봅니다. 파란만장하고도 상처 많은 자신의 인생을 닮아 보이는 주님의 십자가가 너무도 부담스러웠는지...혹은 세상으로부터 외면 당해 온 자신의 상처와 아픔들을 기억해주는 의미로 자신을 위해 기도해 달라는 뜻이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 분은 아무런 구체적인 설명없이 자신에겐 더 이상 십자가들이 필요없다는 말만 남기셨다고 합니다.

 

갑자기 제 어머니로부터 두 개의 십자가가 든 꾸러미를 받아들었을 때 전 약간의 당혹감과 함께 그 분의 개인사적인 아픔들을 생각하며 가슴이 짠~하게 아파옴을 느꼈답니다....더불어 약간의 심적인 책임감도 느끼며, 이젠 그 분께 더 이상 아무런 쓸모가 없게 된 두 개의 십자가중 한 개는 벽에 한 개는 탁자위에 놓아두었답니다. 두 개의 십자가 성물은 약간 값나가 보이는 성물들이었지만 그 보다는 더, 한 때 성격 파탄자적인 행동들로 많은 이들을 힘들게 하셨던 그 분이 어느 날 가톨릭 신앙을 갖게 되어 무척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려 하셨던 흔적들이 배어 있음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어 마음이 무척 아팠답니다.

 

사춘기 시절 한 때의 잘못된 교제들로 한 평생 비뚤어진 골목길과 같은 삶을 살아 온 그 분이 그래도 한 때 주님을 알고 그 분안에서 살고자 하셨던 모습들에 우리들은 그나마 먼 발치에서라도 무척 기뻐하고 대견스러워했던 적이 있었지만 평탄치 않으셨나 봅니다. 결국 그 분의 두 번째 부인마저 자신을 떠나 버리자(많은 이유들이 있었겠지만...) 냉담을 시작하셨고....이제 그 분의 나이 육십에 가까워 또 다시 가정 파탄을 맞게 되고 하염없이 비뚤어진 자신의 삶을 추스리기엔 신앙마저도 이젠 얄미워 보였었나 봅니다. 그렇게 그 분은 두 번째 아내마저 떠나 가버린 집과 여러가지 가재 도구들 그리고 가톨릭 신앙을 정리(?)해 버린 채 다른 곳으로 훌쩍 떠나가셨습니다.

 

한 가지 궁금한 건 그 분 주변에 가톨릭 신자들이 많은 데 어떻게 저희 어머니를 기억하시고 자신의 신앙 유산들(?)을 남겼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게 저희 가족들에게는 영적인 부담감이나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일이었을텐데요. 아무튼 그 분이 보내오신 아니 그 분께 더 이상 쓸모없게 된 십자가들은 바로 그 분의 아픔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상처들을 대신하고 있지 않을까 여겨집니다. 제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 분은 자신의 부모 형제 친척들로 부터 아니 세상으로부터 거의 왕따당하고 외면 당하다시피 했었으니까요. 그 분의 습관적인 알코올과 주벽들 그리고 폭력적인 성격들로 인해.

 

그 동안 가끔씩 저는 그 두 개의 십자가들을 바라보며 잘못을 따지기 이 전에 또 그 분의 모든 환경들을 판단하기 이전에 그 분의 깊은 상처와 아픔들로 얼룩진 그 분의 삶들을 잠시 잠깐씩 회고해 보며 언젠가는 그 분께서 저희 어머니께 맡기신(?) 이 두개의 십자가들을 기억하고 이 십자가들을 찿으러 올 날이 있으리라 기대해 보곤 한답니다. 처음엔 솔직히 냉담중이신 형제님께서 보내 온 이 두개의 십자가들이 심적으로 조금 책임감이 느껴졌던 건 사실이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이 십자가들의 주인이 언젠가는 꼭 이 십자가들을 찿으러 올 날이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지게 된것이죠.^^

 

주님, 주인을 잃어버린 십자가들이 저희 집에서 빛을 내고 있습니다. 저는 그 동안 그 십자가들을 통해 그 분처럼 신앙마저 버리고 싶은 생의 어두움속에 있는 분들을 잠시동안이나마 기억하는 은혜로운 시간을 가지게 되었답니다. 저희들을 친히 "조강지처"라고 불러 주신 창조주 남편이신 주님, 이 하늘 아래 어디에선가 이 십자가들의 주인인 당신의 "조강지처"께서 어두움과 절망의 나날들을 보내고 있으시겠지요. 때론 당신을 원망하며, 때론 당신을 찿으며... 그 분이 제게 자신의 십자가들을 찿으러 올 때까지 저는 주인을 잃어버린 이 십자가들을 잘 보관하고 있겠습니다. 주님, 그 분이 제게 이 십자가들을 찿으러 올 수 있도록 그 분을 늘 보살펴 주시고 당신품 안으로 인도해 주십시오. 아멘! 제 소망이 꼭 이루어지길 바라며....! 기쁘고 평화가득한 하루 되십시오.^^

 

     

    더욱 아름다워진 굿뉴스, 개편을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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