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성사시간에 제가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은

기도하지 않은 것을 죄라고 생각하시는 것입니다

물론 주일미사나 대축일 미사를 빠지는 것은 십계명을 어기는 일이지만
아침기도, 저녁기도를 하지 않았다고 고백하는 얘기를 들으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어떤 분은 기도를 안 하는 것은

하느님을 우습게 보는 죄를 짓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하십니다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은

그 마음 안에 자기 나름대로 몇 가지를 전제로 하는 믿음을 가지고 계십니다

즉 기도는 의무이다라는 전제,
기도를 하지 않는 것은 하느님을 모독하는 것이라는 전제

그러면 그러한 전제들이 과연 옳은 것인가?

그런 전제들을 신앙관 안에 세워 놓았을 때
영성적으로 어떤 후유증이 일어나는가 하는 것을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기도는 의무라는 생각은 복음적인 관점에서 볼 때 바른 생각이 아닙니다

기도는 의무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기도는 영적인 밥과 영적인 물을 먹고 마시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기도하지 않으면 자기 손해인 것이지,

그것이 의무냐 아니냐 또는 죄가 되느냐 아니냐를

논란 삼을 거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기도는 내가 배가 고프고, 목이 마르기 때문에 찾는 시간입니다

그런데 왜 기도를 의무적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규칙적으로 하라고 하는 것인가?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서 세 가지가 충족되어야 한다고 하지요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야 한다고 말입니다

기도하는 시간은 잘 먹고,

자기 안의 것을 잘 털어 낸 후,

그 안에서 푹 쉴 수 있는 시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규칙적인 기도생활을 하는 것이 좋다고 권장하는 것입니다

기도하지 않는 것은 죄이다,

기도는 의무적으로 하는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경직된 신앙관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복음 중에 유대인들과 예수님이 논쟁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우리는 유대인들이 신앙이 없어서 예수님을 공격했다고 생각합니다
혹은 그들이 기도를 게을리 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정말 그런 것일까요?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유대인들만큼 기도를 많이 하는 사람들도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만큼 야훼신앙이 굳건한 사람들도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왜 그런 것일까요?

그들의 기도는 진정으로 하느님과 통교하는 기도가 아니라
의무적으로 양을 채우고
그 기도의 양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물적 기도방식이었던 겁니다

그런 기도를 하는 사람들은 자기 안에 자기만의 신앙관을 형성해놓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것에 대해서 배타적인 성향을 보입니다

유대인들이 엄청나게 많은 기도를 하면서도
예수님을 몰라봤던 것은

바로 그런 경직된 신앙관 때문이었던 것입니다

기도는 의무적으로 하는 것도
하지 않으면 죄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기도하지 않을 때
마음 안의 영적인 영역이 미성숙한 채로 남아있게 되고
결국은 자신의 내적 건강을 상실케 되는 것이기에
보다 나은 삶을 구하는 차원에서 하는 것이지
죄를 논할 만한 문제는 아닌 것입니다

나는 기도를 많이 하는데도 불구하고
왜 그렇게 미운 사람,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많은지 모르겠다고 하시는 분들
'기도'의 자세, 관점을 바꾸셔야 할 것입니다

-도반신부님 강론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