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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먹고 마시는 일"(6/13)
작성자이철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4-06-12 조회수952 추천수4 반대(0) 신고
 

그리스도의 성체와 성혈 대축일 (다해)

             창세기 14,18-20     1고린토 11,23-26    루가 9,11-17

     2004. 6. 13. 퇴계원

주제 : 먹고 마시는 일

찬미 예수님!

 

오늘 그리스도의 성체와 성혈대축일은 우리가 구원자 예수님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바치는 날입니다.  음식을 먹고 사는 사람으로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먼저인 세상에서 예수님은 그것과는 다른 삶의 본보기를 보이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는 것은 세상에 사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고,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세상살이에서 욕심 많은 사람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것처럼, 질투심 많은 하느님의 뜻을 어기고서 세상에서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우리가 올바른 삶의 자세를 가져야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교회 초창기에 유대인들의 지도자들을 향하여, 사도 베드로와 요한은 ‘하느님께서 사람에게 주신 이름 가운데서 우리를 구원할 수 있는 이름은 예수라는 이름’(사도행전 4,12) 뿐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아주 오랜 옛날에 있었던 말씀이기에 2004년을 지내는 우리에게 그 말씀이 어떤 힘을 갖는지 아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오늘 기억하는 그리스도의 성체와 성혈 대축일은 우리에게 음식과 구원자로 다가오신 예수님의 사명을 기억하고 삶에서 그분의 뜻을 이해하고 실천을 다짐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가르치는 날입니다.


예수님이 먹고 마실 수 있는 살과 피로 오셨다는 말씀을 하셨을 때, 받아들이지 않았던 유대인들은 예수님을 가리켜 ‘정신 나간 미친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말로 하면 무슨 소리인들 못하겠습니까마는 그 말에 동조한다면 우리의 삶의 자세도 달라지는 일입니다.


오늘 창세기 독서에는 아브람을 축복한 살렘왕 멜키세덱이 나옵니다.  이 왕이 무슨 생각과 목적으로 아브람을 축복했는지는 모릅니다.  다만 살렘왕 멜키세덱은 하느님의 이름을 빌어 아브람을 축복한 일 때문에 조카 롯을 위하여 전쟁을 치루고 돌아오는 길에 얻은 전리품의 ‘십분의 일’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이 말씀에 근거하여 우리도 십일조를 바치고 하느님이 축복을 얻기를 바란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만, 천주교 신자들에게 십일조의 정신을 이야기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천주교회에서는 돈 이야기를 하는 것이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멜키세덱이 얻었던 축복만큼은 너나 할 것 없이 얻고 싶어 합니다.  분명 앞․뒤가 바뀐 일이고, 본말이 전도된 현상이며 하느님도 서글퍼하실 일이지만, 그 일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람으로 살면서 먹고 마시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하느님에게서 받은 생명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수님도 당신의 몸을 우리에게 먹으라고 ‘음식’으로 내어주신 것입니다만 그것을 이해하는 일은 차원을 달리하는 어려운 일의 하나입니다.  첫째로 우리 눈에는 밀로 만들어진 빵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렇게 보이는 빵을 구원자 예수님의 몸이라고 받아들이는 일은 사실 기적입니다.  그러나 그저 그렇게 지나가도 좋거나 소홀히 해도 좋은 기적이 아니라 우리 삶의 기둥이요 영혼의 양식이 되는 기적입니다. 


사람은 영혼과 육신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교회는 말합니다.  눈에 보이는 몸은 땅을 갈고 씨를 뿌려서 얻은 수확물로 생명이 유지되지만, 영혼은 그리스도의 생명이 아니고서는 그 어느 것도 생명을 연장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이 안타까운 것입니다.


고린토서간에 나오는 말씀에서 바오로 사도는 ‘이것은 너희들을 위하여 주는 내 몸이니 나를 기억하여 이 예를 행하라.’ ‘이것은 내 피로 맺는 새로운 계약의 잔이니 마실 때마다 나를 기억하여 이 예를 행하라.’는 말씀을 강조합니다.  우리가 봉헌하는 미사에서는 예수님의 피에 대한 나눔이 생략되어 있습니다만, 몸을 먹는 사람들로서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야 할 본보기가 무엇인지 올바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소리입니다.


성당마당에 들어설 때에만 기도하고, 이웃들을 만났을 때에 올바른 삶의 본보기를 보이지 못한다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적당히 인간의 일을 앞세워 그 일을 먼저 하느라고 하느님의 뜻을 알아듣고 실천을 다짐하는 미사를 소홀히 한다는 것은 올바른 본보기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무더워지는 여름입니다.  여러 가지 말이 가능해도 우리가 성체를 받아먹고 사는 사람들로서 합당한 삶을 보이는 것은 말로가 아니라 행동으로 드러낼 때 그 진가를 알릴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 삶이 하느님께 부끄럽지 않은 생활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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