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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파견된 자와 자칭 파견된 자!
작성자황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04-06-15 조회수1,090 추천수6 반대(0) 신고

 

 

 


 

    송봉모 토마스 모어 신부님의 <본질을 사는 인간>중에서

             

            예수회/서강대학교 신학 대학원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 꼭 해야만 하는 임무를 소홀히 하지 않는 사람은 진정 주님으로부터 파견받은 사람이다. 이러한 사람은 먼저 주님 앞에서 기도하면서, 부탁받은 일이 진정으로 주님께서 원하시는 일인지 아닌지를 분별한다. 그는 주님의 뜻이 기도 안에서 드러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비즉응성(非卽應性, unavailablility : 비즉응성이란 사도직 요구(복음 전파와 봉사활동)가 들어왔을 때 즉각적으로 응답하지 않는 것이다.)은 우리를 하느님 뜻에 따라 "파견받은 자"로 만들어준다. 헨리 나웬(Henry Nouwen)은 비즉응성(非卽應性)을 살아가지 못하고 정신없이 복음 전파와 봉사활동에 몰두하는 그리스도인을 가리켜 "구원 도착증(倒錯症)에 걸린 사람"이라고 평한다. 구세주 콤플렉스(savior complex)에 걸린 사람이라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이러한 병(?)에 걸린 사람은 모임이란 모임에는 다 나가 한 말씀 하고, 자기를 필요로 하면 즉시 뛰어간다. 아무리 몸이 피곤하더라도, 아무리 정신이 지쳐 있다 하더라도 그렇다. 언뜻 보면 그는 파견받은 자로서의 본분을 다 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구원 도착증" 이란 병을 앓고 있는지도 모른다.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서 오신 예수님조차도 당신 생애 동안 온 세상을 다 개종시켜야 한다는 강박감을 갖고서 모든 자리, 모든 모임에 참석하지는 않으셨다. 그 분은 팔레스티나에서만 활동하시었다. 온 세상의 구원은 성령께서 제자들을 이끌고 이루시도록 남겨놓으셨다. 그런데 구원도착증에 걸린 사람은 모든 구원사업을 자신이 하지 않으면 안 되기나 하듯이 뛰어다닌다. 구원 도착증에 걸린 사람은 신부.수녀 등 일선 사목자뿐 아니라 종종 열심한 평신도들에게서도 발견된다. 구원 도착증에 걸린 사람들은 순수한 봉사 정신으로 살아가지 못한다. 주님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갖지 않고 정신없이 뛰어다니기에 복음이 분주함 속에 숨막혀 죽어버리고, 남은 것은 사업가 정신뿐인 경우가 많다. 예수께 대한 사랑과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활동하기보다는 일 중심, 이해 중심으로 활동하게 된다.

 

 

주님께서 우리를 제자로 불러주신 첫째 이유는 주님과 함께 있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이러한 직분을 소홀히 하고 사도직 요구에 즉시 즉시 응답하면서 살아가는 이들은 더 이상 "파견된 자"가 아니라" 자칭 파견된 자"라고 할 수 있다. "자칭 파견된 자"는 주님의 뜻과는 상관없이 스스로가 삶의 주체자가 되어서 앞을 향해 달려간다. "자칭 파견된 자"는 주님의 뜻보다는 자신의 뜻과 영광을 찾아서 행위하기에 질서 잡힌 내적 세계를 갖지 못한다. 그의 내적 세계는 육정과 애착으로 무질서할 뿐이다.

 

 

파견받은 사람으로서 내적 질서 속에 살아가는지, 자칭 파견된 사람으로 무질서한 내적 질서속에서 살아가는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고든 맥도날드는, 그가 갖고 있는 확신을 통해서 알 수 있다고 말한다다. "자칭 파견된 사람"은 무엇인가를 할 때 확신을 갖고 그 일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예기치 않은 일이 생기면 쉽게 낙담하고 무너진다. 사도직을 수행하는 힘이 하느님 능력이 아니라 자기 능력에서 오기에 어려움이 생기면 극복할 힘이 없는 것이다. 한편 파견된 사람은 그를 파견하신 주님의 힘으로 일하기에 외부에서 오는 어떠한 타격에도 굴하지 않는 인내와 용기를 갖는다.

 

 

파견된 사람은 물러날 때 물러날 줄 안다. 하느님으로부터 파견된 사람들은 일을 성취하시는 분은 하느님이며, 그 하느님은 내가 없이도 얼마든지 일을 하실 수 있고, 그분이 나를 제쳐두기로 결정하시면 언제든지 다른 사람, 다른 방법을 써서 일하실 수 있다는 사실을 겸손히 받아들인다...!

 

        

        †  찬미 예수님, 위 글은 오래 전 제가 자유 게시판에 올렸었던 글인데 최근에 다시 한번 읽고 묵상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주님의 향기 가득한 송 봉모 토마스 모어 신부님의 좋은 글들에 늘 깊은 감사드리며 오늘도 주님 은혜안에서 풍요로운 결실 이루는 하루 맞이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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