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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 물 한 컵의 묵상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4-06-25 조회수1,252 추천수3 반대(0) 신고

 

오늘 아침 밥상을 치우며 행주질을  하다가  약먹으려고 따라놓은 물컵을 넘어뜨렸습니다. 돈 주고 사 온 생수 한 컵을 고스란히 엎질러버리고 얼마나 아까운 생각이 들던지요.

 

이제껏 살면서 물의 고마움을 느낄 때는 있었지만(특히 단수되었을 때) 이렇게 물이 아까워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왜냐면 그 생수는 돈을 주고 샀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수돗물도 따지고 보면 돈을 내고 먹는 물이긴 합니다만 흔전만전 쓰고 내는 수도세가 그리 비싸지 않다고 느낀 탓일까 한 번도 수도물을 쓰면서 아깝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문득 이 세상 모든 일이 다 그렇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는 너무 고마움을 모르고 아깝다는 생각을 못 하고 사는게 아닐까?

고마움을 모르니 아까운 생각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을.... .

 

공기와 물은 지천으로 있는 것이 당연하고  돈을 주고 사는것이 아니라서 이제껏 아까운 줄 몰랐고 깊이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는 사실을 갑자기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대기의 오염에도 하천의 오염에도 심각한 우려를 해 본 적이 없었다는 생각입니다.

 

중국에서 날아오는 황사가 특히 봄철이면  우리를 괴롭힙니다.

황사에 달라붙은 온갖 중금속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데 중국정부에 물어달랄 수도 없고 참 답답한 일이지요.

그런데 사하라 사막의 황사가 아마존의 정글을 무성하게 한다는 얘기를 들어보셨나요?

 

그렇답니다.

사하라 사막에서 남미까지 날아간 황사가 밀림에 자양분으로 나무를 울창하게 한답니다.

원래의 황사는 여러가지 양분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 인류에게 필요한 산소를 상당부분 책임지고 있는 아마존의 밀림이 그래서 소중하고 고맙고, 밀림의 거름이 되는 사하라 사막의 황사가 그래서 또 고맙습니다.

이 세상에는 생각해보면 볼수록 고마운 것이 너무나도 많은 것 같습니다.

단지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생각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요.

 

 

몇십년 후엔 우리나라도 물부족 현상이 온다고 하죠? 

요즘에도 산소를, 좋은 공기를 포장하여 마신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비싼 돈을 주고 물을 사서 마시고 공기를 사서 마시는 일이 만일 현실로 닥쳐온다면 아마 그때는 너무너무 아까운 생각이 들겠지요?

그땐 비싼 대가를 치루고 그러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겠지요.

 

우리는 일상을 살면서 너무 고마움을 모르고  산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모님의 사랑을 당연한 것으로 알고 고마운 줄 모르다가 세상 떠나신 후에야 비로소 깨닫고, 가족간에도 불행한 일을 당하고 나서야 그 가치를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언제나 거기엔 비싼 댓가가 따르는,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더 소중한 정신적 고통을 지불하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게 문제인 것 같습니다.

 

하느님의 사랑도 그런 것 같습니다.

행복하고 좋을 때는 그속에 푹 빠져 하느님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하다가 어려움이 닥칠 때면 하느님께 매달려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르죠.

늘 같은 마음으로 변함없이 하느님의 사랑을  잊지않고  마음속에 느끼며 간직하고 살 수는 없을까?

이 아침에 기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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