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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내가 믿지 않는 하느님]
작성자이만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4-07-01 조회수1,530 추천수3 반대(0) 신고

 

내 가족이 많이 아파 정기적으로 병원을 다녔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땐 아직 영세를 받기 전이었는데,

아침 일찍 집을 출발하여 병원에 도착하면 내 가족은 우선 피검사를 받아야 했고

피검사 후에는 진료시간까지 긴 시간을 기다리게 됩니다.


환자들끼리는 통하는지라

내가족과 그녀의 친구들이 서로 얘기를 나누는 자리를 피해

나는 널따란 병원 로비에 놓인 긴의자의 한 켠을 차고 앉아  이 책을 읽곤 했습니다.


내 가족이 치료받는 6개월간 병원에 가서는 늘 이 책을 읽었습니다.

평소에는 이 책을 읽지 않았는데,

변명인 즉은 이 책은 많은 사색을 요구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쉽게 읽을 것이 아니라 한줄 한줄 의미를 되새기며 읽어야 하고

그런 면에서는 병원로비에서 기다리는 그 시간이 제격이었던 것 입니다.


 

 


내 선배가 이 책을 내게 소개해 주었을 때 이 책은 절판되어 있었습니다.

그 분이 소개해 준 또 하나의 책 - [성사란 무엇인가]는

운좋게도 영풍문고에 1권이 남아 있어 제깍 구입할 수 있었지만

이 책은 시중에서 구할 수 없었습니다.

선배에게 이런 사정을 얘기했더니 흔쾌히 1권을 소포로 보내 주었습니다.

2권을 갖고 있다고 했지만 사실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나를 위해 가지고 있는 단 한권을 보냈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도발적 제목을 가진 이 책의 내용을 한 마디로 요약하기란 불가능합니다.

책에 실린 한 꼭지 한 꼭지가 모두 깊은 묵상의 산물이기에

감히 몇 자 글로써 전달하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묵상의 깊이와는 별도로 이 책은 250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을  자랑합니다. 

이 점 또한 이 책의 소개를 난감하게 하는 요인이 되는 것입니다.


 

 

느낌으로  말하자면 이 책의 생각은 아주 혁명적으로 보입니다.


요한 23세가 어느 날 저녁, 자신의 친한 친구에게 했다는 말,

“우리가 복음을 다 파악하려면 아직도 멀었다”를 인용하는

저자의 의도는 무엇일까요.


뒤따라, “복음서가 순명, 복종, 포기, 수락의 신학을 위한 바탕을

마련해주지만 혁명, 분노, 반란의 신학을 정립하기 위한 자료까지

제공하고 있지 않는가 ?“라고 말하는 저자.


책이 쓰여진 시기나 저자(후안 아리아스)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알 수만 있다면

더 자세히 이 책에 대해 소개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는 점이 아쉽습니다.


 

 


이 책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꼭지 - [왜 희망이 위기에 처해 있는가]


“신앙은 두가지 측면을 지닌다 : 하느님을 믿는 것뿐 아니라 ‘하느님이

우리를 믿으신다‘는 것을 믿는 것이기도 하다. ...... 중략 ......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믿음’에 이르지 못하고 하느님에 대한 우리의

신앙에 만족하는 것은 원시종교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실제로 신앙의 이 측면 즉, 하느님이 우리를 믿으신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은 희망과 직결되어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측면을

잊어버림으로써 희망의 의미를 거의 잃어버렸다.  신앙의 위기는

여기서 비롯되었다.“


“우리 신앙의 이 위대한 진리로부터 한층 우리를 멀어지게 한 원인은

우리가 성서를 포기하였거나 제대로 읽지 않은 사실에 있다.“


“여인이 자기의 젖먹이를 어찌 잊으랴 !  ... 어미는 혹시 잊을지

몰라도 나는 결코 너를 잊지 아니하리라“(이사, 49,15)

 

"세상은 이미 이 땅에서부터 가장 뛰어난 희망을 지상에 제공해 줄

사람에게 속하게 되리라는 것을 우리는 본능적으로 예감한다."

 

처음, 이 꼭지를 읽었들 때 전 아직 영세전이었습니다.

지금 다시 이 꼭지를 읽어보면서 과연 난 이제 희망을 얻었는가 묻고 있습니다.  


 

 


이 책의 제목이 되는 또 하나의 꼭지, [내가 믿지 않는 하느님]은  

“수많은 무신론자들이 믿지 않는 하느님은 나도 믿지 않는다.“라는

동방교회 총대주교 막시모스의 감동적 진술로 시작합니다.


이어지는 ‘내가 믿지 않는 하느님’들,


“인간이 믿음을 가지려면 인간이기를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하느님”.

“사려깊은 사람, 총명한 사람, 조리정연한 이론에 밝은 사람들에

의해서만 이해되는 하느님“,

“인간에게 자유를 선사한 데 대하여 가끔 후회하는 하느님”,

“사람들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영혼에게만 관심을 쏟는

하느님“,

"무릎을 꿇어 바치는 기도만을 원하고 교회 안에서만 만날 수

있는 하느님“  등등...

 

 


 

첫 소개에,

절판되어 구하기 힘든 책을, 

너무 길게,

아주 부실하게 소개한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아직 신앙의 싹이 움트기도 전에

홀로 이해하려 애쓰면서 읽었던 책인지라

지금도 잊지 못하는 나머지,

이렇게 첫 카드로 뽑아 들었습니다.

 

<소개하는 책의 이력서>

 

  도서명 : [내가 믿지 않는 하느님]

  지은이 : 후안 아리아스

  옮긴이 : 최영철

  출판사 및 출판연도 : 성바오로출판사, 1988

 

(2004. 6.29  성바오로, 성베드로 대축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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