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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한국천주교회에 고함. 시국미사를 봉헌하라.
작성자이정원 쪽지 캡슐 작성일2004-07-10 조회수979 추천수2 반대(0) 신고

찬미예수님.

 

박정희 대통령의 집권 말기의 어느 해 어느 날.

 

천주교 안동교구청(교구장/두봉 주교) 뒷산에 있는 목성동 주교좌 성당에서는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한 다수의 사제들과 신자들이 시국미사를 봉헌했다.

 

당시 무소불위의 정보권력기관이 가톨릭농민회의 오원춘 알퐁소 형제를 납치하여 인권을 유린하는 행위를 저지르고서도 반성의 기미가 없자, 가톨릭 교회는 분연히 일어나 부당한 공권력에  항거하고 정의를 위한 시국미사와 더불어 촛불시위를 했다.

 

서슬이 시퍼러 엄혹했던 시절.

촌동네 안동에서 느닷없이 일어난 천주교의 움직임에 대하여 서울의 권력자들은 오리발과 변명, 정치사찰과 부당한 탄압으로 대응을 했지만, 결국, 그 권력은 오래 가지 않아 무너지고 말았다.

 

난, 그 때, 왜, 해진 뒤의 밤에, 사제의 뒤를 따라서 내 고향 시내 거리에서 촛불을 들었던가?

그것은 오로지, 권력자의 말보다는 김수환 추기경님의 강론과 두봉 주교님, 신부님들의 말씀에 더 수긍이 갔기 때문이다. 

 

그 역사의 현장에 함께 했던 또 다른 알퐁소는 이제 50을 바라 보는 중년이 되어 서울에서 살고 있다.

그로부터 사반세기가 훨씬 넘은 오늘, 수도 서울의 권력자들은 어떠한 모습이며, 이 나라 백성들의 삶은 어떠한가?

 

한마디로,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

왜, 지탄받아 마땅한 생각이 날로 날로 쌓여만 갈까?

답은, 위정자와 권력자들 때문이다.

 

작금에 이르러, 언필칭 정당성과 민주성이 확보되었다는 새로운 리더들의 국정운영이 왜 이렇게 국민을 피곤하게 만드는가?  

이 나라의 꼴이 왜 이 모양인가? 

말끝마다, 사회통합을 지향한다는 새로운 정치권력은 과연, 사회통합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고 본다.

그들의 정치행태는 오히려 사회분열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는 의구심 마저 들 뿐이다.

국정의 리더들은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여 말꼬리를 물고 늘어지면서, 극언과 치졸한 언어로써 백성들의 억장을 무너지게 하고 있다. 언제부터 우리 사회가 냉소로  가득찬 사회가 되었더란 말인가? 언제부터 무지랭이 백성이 그 잘난 권력자들을 걱정하며 살게 되었더란 말인가?

 

지금 이 나라엔, 일찌기, 

공자가 말씀한 정치의 요체 중 가장 중요한 '족신(사회적 믿음)'의 흔적이 없어지고 있다.

 

그 흔적도 없는 정치현장의 뒷거리에서는 경제가 엉망진창이 되어 가고 있다.

 

한마디로, 공자가 말씀한 '족식(먹고 입는 문제)'에 대한 희망과 자신감이 사라져 가고 있다.

 

비록, 몇몇의 대기업이 주도하는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것이 언제까지 청신호일지는 장담할 수 없음에도 오늘의 위정자들은 경제위기론에 대하여는 음모론으로써 그 입을 막으려 하고 있다.

 

실제, 경제와 관련한 음모가 있건 없건 간에 또한, 현재의 경제상황이 위기이던, 아니던 간에, 서울의 저자거리에서 서민이 느끼는 경제는 아이엠에프 시절보다 더 어렵다고들 아우성이다.

셀러리맨의 점심시간, 회사 근처의 5,000원 짜리 설렁탕 집에도 손님이 없다고 난리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그들은 언제까지 경제사정을 낙관만 할 것인지 지극히 근심만 앞선다.  

 

자고로, 한 나라의 구성원 상호간에 믿음이 사라지고, 백성들의 냉소와 궁핍함이 삻의 무게를 압박하여,

국론분렬이 고조되어 가는 시대는 위기의 전형이다.

 

나라의 위기는 외세의 침략을 자초함이 역사의 교훈이다.

 

위정자와 국민이 일치되지 못하고, 먹고 살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나라.

이러한 나라에 과연, 국방과 외교에는 문제가 없을까?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다. 상당수의 국민들이 공감하는 바를 더 이상 아는 척 할 필요가 있을까?

 

나라의 형편과 사정이 이러함에도 이를 수습해야 할 일차적 권능을 가진 신권력집단의 비젼은 보이질 않는다.

오히려, 제 탓이라기 보다는 저쪽 때문이라고 그 책임을 돌리면서, 수시로 품위없는 말로써 다수의 국민을 실망 시키고 있다.

 

이러한 점이 한국사회가 중대한 위기에 처해 있음을 웅변해 주고 있다.

오늘, 이 시대, 대한민국의 뭇 백성들은 위정자들로 인하여 피곤에 지쳐 있다.

국민의 피곤과 좌절은 국가의 위기로 직결된다.

 

이러한 위기의 시대, 가톨릭은 시대적 소명의 햇불을 밝혀야 한다.

천주교회는 뭇 사람들의 피곤함의 안식처가 되어야 한다.

천주교회는 좌절하는 사람들을 다시 불러 일으켜 주는 희망의 등대지기가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천주교회는 나라의 안위에 둔감한 위정자들을 향한 시국미사를 봉헌할 것을 제언한다.

천주교회의 어른들은 시대의 양심으로 떨쳐 일어 나셔서, 위정자를 향한 쓰디 쓴 조언을 하여야 한다.

그들이 독선과 아집에 사로 잡히지 말 것을 촉구하는 시국미사를 봉헌하고, 준엄한 강론으로 이 사회를 계도하여야 한다.

 

소위, 민주화 투쟁을 했다는 오늘의 신권력자들은 천주교회로부터 음양의 도움을 입었음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지난 날 천주교회가 그들에게 도움을 준 것은  먼 훗날 그들이 주도하는 세상이 되었을 때, 세상을 '똑바로' 이끌어 가라는 후원이었다. 그 후원을 받은 자들이 오늘의 권력반열에 올랐다. 과연, 그들은 천주교의 가르침과 후원대로 권력을 올바르게 행사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는 것이 통설이다. 이는 각종의 여론조사가 반증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교회는 어떠한 역할을 하여야 할까?

 

교회는 그들에게 반성과 통회를 촉구해야 할 것이다.

만약, 그들이 자신의 힘으로, 교회의 가르침과 고언을 거부한다면, 교회는 오만한 권력에 대하여 정의와 양심의 이름으로 항거해야 되지 않겠는가? 이는 한국천주교회의 전통이자 사명이다. 이러한 빛나는 전통으로 인하여 한국사회에서의 천주교는 믿는 이든 믿지 않는 이든 간에 애정과 존경을 받아 왔던 것이다.

 

거듭, 천주교회 어른들께 건의하고자 합니다.

 

공경하올 김수환 추기경님, 서울대교구 정진석 대주교님을 비롯한 한국의 각 교구장님.

그리고 이 땅의 평화를 사랑하시는 전국의 신부님들이시여,

 

이 나라의 안녕과 국민통합을 위하고, 위정자들의 회개를 촉구하는 시국미사를 봉헌해 주십시요.

 

우선, 수도 서울의 심장부인 명동,

한국천주교회의 상징인 명동성동에서부터 '나라와 백성을 위한 100일간의 시국미사'를 전능하신 하느님께 봉헌해 주십시요.

 

그리하여, 어려운 시기에 직면한 이 나라와 백성들을 구하는 계기를 마련 하소서.

 

전능하신 주님.

이 땅의 모든 사제들에게 용기를 주소서.

 

서울 반포4동 성당  이 정 원 알퐁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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