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칼 한자루 가슴에 품고...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4-07-12 조회수1,228 추천수3 반대(0) 신고

독서: 이사 1,10-17
복음: 마태 10,34-11,1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리라. 민족들은 칼을 들고 서로 싸우지 않을 것이며 다시는 군사 훈련도 하지 않으리라."(이사 2,4)

칼이 필요없는 평화 시대를 열어주시겠다던 하느님이시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정 반대의 말씀을 하신다.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 평화가 아니라 칼을 주러 왔다."

 

오늘 독서는 하느님이 진노하시는 말씀으로 일관되어 있다.
무엇이 하느님의 평화를 깨뜨렸을까?

 

칼은 무엇하는 물건인가?
갈라놓고 나누고 절단하는 물건이다.

 

창조의 첫 페이지에서 하느님은 세상을 창조하셨다.
그 창조의 내용을 잘 들여다보면,
창조란 '새로 만듬'과 '갈라놓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중에서 오늘은 칼의 이미지와 연관시켜 '갈라놓음'에만 초점을 맞추어본다.

 

하느님은 어둠과 빛을 나누시고, 밤과 낮을 갈라 놓으신다.
물과 물을 갈라 아래물과 웃물로 나누어놓으시고, 다시 아랫물을 갈라 바다와 뭍(땅)으로 나누신다.

 

물론 '아랫물' '웃물'이란 표현은 그 당시 사람들이 창공 위에도 물이 있다고 생각했고 땅 아래에도 물이 있다고 생각했던 것을 그대로 반영한 이야기다.
그러니까 이런 장마철에는 창공에 달린 수문(水門)이 많이 열려 웃물이(비가) 많이 쏟아지는 것이다. ^^*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과학적인 세상에서 이 창조 이야기는 아직도 소용이 있을까?

 

창세기는 세상 창조가 어떠한 과정으로 이루어졌는가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하느님의 창조는 어떤 목적으로, 어떤 의도로 이루어졌는가 하는 것을 말하고 있다.

 

특히 오늘의 주제 '갈라놓음'과 연관해서 풀이해보자면,
'모든 것이 있을 제 자리에 있는 것'이 창조다.
만물은 본래의 자기 자리가 있다.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하고 뒤엉켜있는 것이 '혼돈'이고 '무질서'다.
하느님은 그런 '무질서'에서 '질서'를 잡아주시는 분이시라는 말이다.

 

대통령은 대통령의 자리를 찾아야 한다. 그래야 한 나라가 바로 잡힌다.
아버지는 아버지 자리를 찾아야 한다. 그래야 한 가정이 바로 된다.
나는 내 본래의 자리를 찾아야 한다. 그래야 미혹되지않고 바로 설 수 있다.
어디에 내 본래의 자리가 있는가?

 

창세기는 나를 당신의 모상으로 만들었다고 이야기한다.
나의 본래의 자리는 그래서 하느님의 모상으로 있어야 하는 자리이다.
하느님을 내 모상이 되게 한다면 그것이 바로 창조에 역행하는 '혼돈'이다.
하느님을 하느님 자리에, 나를 내 자리에 있게 하는 것이 창조다.

그것이 참된 신앙이다.

 

오늘 독서에서 주님의 분노는 하늘을 찌른다.
왜?
그들은 온갖 악을 일삼으면서도 제사로 하느님을 달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제물만 풍성하게 바치면 하느님이 눈감아 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하느님은 그들을 일컬어 '소돔'과 '고모라'의 고관들과 백성들이라 하신다.

그들의 운명이 소돔과 고모라처럼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는 말씀이다.

 

우리도 가끔 이런 '혼돈'을 일으킬 때가 있다.
복음에서 말하듯 작은 실천 하나도 제대로 실행하지 않으면서
독서에서 말하듯 다양한 종교적 행사와 축제, 기도로만 보상하려고 하는 때는 없는가.
그것은 하느님을 조정하고 통제하려는 기만과 술책임을 주님은 알아보신다.
그것은 조물주와 피조물의 명백한 자리 바꿈이라고 분노하신다.

 

베드로가 예수님의 갈길을 막았을 때, 예수님은 '내 뒤로 물러가라'고 말씀하셨다.

제자됨, 그것은 예수님을 앞세우고 그 뒤를 따르는 길이다.

그보다 더 좋은 길이 있다고, 더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길이 있다고 앞을 가로막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그 뒤를, 그 십자가의 길을 따르라는 것이다.

 

이제 제 자리를 찾아가라고 예수님이 오늘 '칼' 한자루를 우리에게 주셨다.

새 사람 될, 새로운 창조의 칼자루를 이제 내게 쥐어주신 것이다.

내 방법이 더 나을 것이라며 자주 나타나는 그 '혼돈'의 마음을 잘라버리라고 칼을 쥐어주셨다.
그 '칼' 한자루 평생 마음에 품고, 항상 피조물의 자리, 제자됨의 제 자리로 돌아가라 하신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