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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유다, 운명예정론
작성자박용귀 쪽지 캡슐 작성일2004-07-15 조회수1,548 추천수15 반대(0) 신고

 

유다, 운명예정론


 

복음 말씀 중에 차라리 유다가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좋을 뻔했다고
예수께서 푸념같이 말씀하시는 대목이 나옵니다
그 말씀을 꼬투리 잡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예수님은 유다가 당신을 팔아 넘길 것을 미리 아셨다
즉, 인간의 운명은 이미 예정되어있는데
예수가 자기를 죽일 사람으로 유다를 정해놓고
성부가 유다를 태어나게 하는 모순된 창조를 하였다 라고 말입니다
따라서 하느님은 잔인한 하느님이고, 연극적인 하느님이다라고 말합니다

 

사람의 운명이 정해져있다는 신학적인 학설을 운명예정론 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개신교의 칼빈이 주장한 것으로 유명한데,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사람은 팔자를 타고난다는 것입니다


이런 논리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요?
사람의 팔자가 정해져 있다는 말은 사실 상당히 정치적입니다
이 말은 기득권 층에서 아랫사람들의 반발을 막으려고 할 때 많이 사용했습니다


특히 중세 때 영주들이 소작인들의 반발을 막기 위해
이 운명예정론과 지옥론을 가장 많이 사용했던 것입니다
물론 지금도 이런 운명예정론을 조장하는 말들이 많이 있습니다
송충이는 솔잎만 먹어야해 하는 등의...

 

물론 사람의 운명은 어느 정도까지는 정해져 있는 것이 사실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본인이 자신의 팔자가 정해져있다고 생각할 때,
자기는 아무리 노력해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패배의식에 사로잡혀있을 때
자기도 모르게 그런 방향으로 나가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일수록 변명이 많습니다
부모를 못 만나서, 운이 나빠서 등등
자기가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습니다

 

그라씨라는 심리학자는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인간의 운명은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지
그냥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고 말입니다


물론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우리의 삶이 우리 자신의 끊임없는 선택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유다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이 유다를 악역으로 쓰시려고 선택하셨다는 말은 억지입니다


유다는 다른 어느 누구보다도 예수님의 총애를 받은 제자입니다
예수님의 곁에서 그 분의 말씀을 들었고
그 분이 하는 모든 기적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생각에 대한 집착 때문에 주님을 알아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유다는 운명을 그렇게 타고난 것이 아니라 자신이 그 길을 선택한 것입니다

 

사람의 운명은 예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주님께서는 늘 우리에게 어떤 기회를 주시고자 하십니다
그러나 우리가 우리 욕망에 집착하고 있을 때
주님이 내미시는 손길을 볼 수가 없습니다


내 팔자는 왜 이렇게 기구한가하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
내 팔자에 대한 원망이 많은 분들은
혹시 내가 유다와 같은 길을 가고 있지는 않은지 자신의 삶을 한 번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도반신부님 강론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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