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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허무한 인생?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4-07-15 조회수1,143 추천수5 반대(0) 신고

독서 : 이사 26,7-9.12.16-19
복음 : 마태 11,28-30

 

오늘 독서에서는 삶에 지쳐 기진맥진한 사람들의 애절한 탄원 소리가 들립니다.
"우리는 임신한 듯, 해산하듯 몸부림쳤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몸부림쳤어도
"우리가 낳은 것은 바람에 불과"하였다고 합니다.

 

인생은 고통이라고 말합니다. 세상살이가 그만큼 힘들다는 말이겠지만 꼭 생존의 문제만 그렇다는 말이 아닙니다.

"우리가 낳은 것은 바람"이라는 말은 인간이 이룩한 유형 무형의 업적들이 모두 '바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말입니다.

그것들이 "이 땅에 아무런 구원을 베풀어 주지 못하였다"는 것을 진정 깨달았다는 것입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주님께만 희망이 있다는 것을 알고 돌아선 사람들.
"당신의 재판으로 열리는 그 길만이 우리의 희망"임을 알았다는 고백을 하기까지... 
"당신의 법이 세상에 빛나는 때 세상 주민들은 비로소 정의를 배울 것"이라는 고백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밤들을 고통스럽게 지새웠는지 독서는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사람은 다 나에게로 오라"고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희노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이 실은 모두가 고통이라고 합니다.

기쁨과 즐거움, 사랑은 언뜻 고통이라 보기 어렵겠지만 그 속을 뒤집어보면 백지 한장의 차이입니다.

어제의 희(喜)가 오늘은 벌써 애(哀)가 되고, 어제의 노(怒)가 벌써 오늘은 락(樂)이 되어 있는 경우는 얼마나 많습니까?

애(愛)와 욕(慾)도 그 경계를 정하기 참 어렵습니다.  

 

이런 고단한 감정에 휘둘리며 심신이 그야말로 하루도 편할 날 없는 것이 인생입니다.
"내가 편히 쉬게 하리라."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의 영혼이 안식을 얻을 것이다".
연속된 말씀만 들어도 벌써 평안과 안식이 찾아드는 듯합니다.

 

정말 그동안의 고단함을 다 내려놓고 그분의 날개 밑에 편히 쉬고 싶습니다.
먼 길을 떠났다 노인처럼 늙고 거지가 되어 집을 찾아온 렘브란트의 '돌아온 아들'이 생각납니다.
아들을 안기 위해 구부린 아버지의 어깨의 곡선은 마치 지친 나그네들을 맞아들이는 천막처럼, 병아리를 품고 있는 암탉의 날개처럼 안온한 포물선으로 그려져있습니다.

그 안식처, 그 날개 밑에서 닳고 닳은 신발을 벗고, 누더기 옷을 벗고, 포근히 잠들고 싶습니다.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그렇습니다. 그곳에서 푹 안식을 취하고 그냥 눌러앉으라는 말은 아닙니다.
주님이 차려주시는 음식을 먹고 다시 힘을 얻어 일어서야 합니다.

이제는 편하고 가벼운 멍에를 지고 일터로 나가야 합니다.
아버지의 품을 떠나 헛된 바람을 쫓아 살았던 나의 나머지 인생을 갈무리해야 합니다.
누가 뭐래서가 아니라 그래야 세상에 나온 보람이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주님의 '멍에'는 무엇일까요?
독서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깨달았던, 주님의 법을 세우고 정의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어떤 법, 어떤 정의입니까?
예수님이 세워준 '사랑의 법' , '자비의 정의'입니다.

 

내가 이룩하려고, 나만 성공하려고, 내가 다 하려고, 나의 것을 내세우며 그렇게 애를 썼기에 고단했던 과거의 사랑, 정의가 아니라....
그분의 것을 앞세우고, 그분의 영광을 위해, 그분을 따르는 사람들과 함께 이룩하려는 사랑과 정의이기 때문에 가볍고 편한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분께 가서 쉰다는 것은 이제부터 인생의 모든 고생이 끝난다는 것이 아닙니다.
살아가면서 고통은 하나도 겪지 않게 된다는 것이 아닙니다.

과거처럼 고통 속에서 바람(허무)을 출산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는 고통 속에서 구원을, 희망을 출산하는 것입니다.
즉 고통의 의미와 결과가 바뀐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생은 허무가 아니고, 인생은 고해만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렇게만 되면 우리는 독서의 말씀처럼 외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믿습니다. 이미 죽은 당신의 백성이 다시 살 것입니다. 그 시체들이 다시 일어나고 땅속에 누워 있는 자들이 깨어나 기뻐 뛸 것입니다. 땅은 반짝이는 이슬에 흠뻑 젖어 죽은 넋들을 다시 솟아나게 할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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