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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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6) 내가 본 빛은 무엇이었나?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4-07-17 조회수944 추천수5 반대(0) 신고

지금부터 제가 하려는 이야기는 황당하게 들리실지 모르는 이야기

입니다. 신앙간증 뭐 그런 비슷한 이야기입니다. 제가 천주교에

입문하기전에 개신교 신자들이 간증하는 글들을 읽으면 저도 좀

황당하다는 생각을 종종 했기 때문에, 그리고 영세받은지 얼마 안

되는 자매가 제 이야기를 듣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고개를 젓

는걸 보고 그런 생각을 했지만 미친척하고 이야기를 털어놓겠습니

다. 왜냐면 그 기억은 너무도 신비하고 이상한 기억으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6년간의 냉담끝에 다시 주님의 품으로 돌아온지 4개월만인 2001년

4월에 구역장은 아무것도 모르는 저에게 반장이란 직책을 맡겼습니

다. 그 다음달에 반구역장 피정을 수녀원으로 가게 되었지요. 맨  뒷

자리에 우리구역 반장들과 구역장이 나란히 앉고 바로 제 옆에 다른

구역 낯모르는 반장이 앉아 성가도 부르고 교육도 받았습니다.

그때 제 옆의 그 처음보는 젊은 반장이 이것좀 보라고 해서 책상 위

를 보았는데 불그레한 빛이 사뿐히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천정의 스테인드글라스의 그림자가 햇빛에 반사된게 아닌가 싶어

올려다 보았지만 너무나 각도가 멀었고 그날은 잔뜩 흐려 전혀 햇빛

이 나지 않는 날이었습니다. 그 빛은 그렇게 사라졌다 다시 내려왔

다 하기를 대여섯번을 했습니다. 아주 살포시 내려앉는 모습이 너무

신비롭고 이상하여 미처 옆의 구역장에게도 알려줄 생각조차 못했지

요. 그 자매는 나중에 밖에 나가 하늘을 쳐다보고 왔는데 금방이라

도 비가 쏟아질듯 흐린 날이었습니다. 피정이 끝났을때 실제로 가는

비가 내렸으니까요. 그 자매는 십년 냉당끝에 나왔다고 했습니다.

 

그룹을 만들어 각자의 방에 갔을때 그 이야기를 했더니 몇몇 자매님

이 그냥 하기좋은 말로 성령의 빛이라고 하더군요. 자기들은 아무 리

보고싶어도 한 번도 못 보았노라고.  참 혼자 보았다면 거짓말이라고

하겠지만 두 사람이 함께 보았으니 확실한데 대체 그 빛은 뭐였을까?

정녕 성령의 빛이란 말인가? 늘 듣는 말인 그 성령이란게 정말 있단

말인가? 아마도 오랜동안 냉담하고 세상살이 죄 속에서 헤매이다가

돌아온 두 탕자에게 앞으로는 잘 살라고 부드러운 빛으로 반겨주신

건 아니었을까? 어려운 직책도 떠안겨주시면서.... 그렇게 웃음으로

돌리고 말았었는데 .........

 

그런데 이제 신앙의 깊이가 조금씩 쌓여가면서 그 기억은 새삼스럽

게 새로운 느낌으로 회상됩니다.

그리고 그동안 어려운 고비가 올때마다 용케 용케 넘기면서 은총

이라고 감사하며 살아왔던 시간들이, 전에 개신교 신자들의 신앙

간증에 대해 가졌던 편견을 지금은 그들의 신앙심이 깊어 모든 일을

주님의 은총이라 여기는 믿음때문이 아니었을까 이해하게 합니다.

믿음이 지극하면 모든 일이 은총으로 여겨지며 때로는 고통마저도

은총이라 생각하게 하지 않을까요? 왜냐하면 대장간의 쇠가 뜨거

운 불속에 달구었다 찬물에 담그고 다시 달구었다 찬물에 담그는

수차례의 담금질에 의해 점점 더 강한 쇠붙이가 되듯이 우리가 겪

는 고통들도 신앙적 담금질이 되어 하느님께 의지하고 믿는 마음을

더욱 더 깊고 강하게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때 내가 본 빛은 뭐였을까? 도저히 해답이 안 나오는 문제이지만

그냥 성령의 빛이었다고 생각하면 안될까? 아직 성령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그러나 지금껏 그 성령을 본 덕으로 어려운 고비 잘 넘기

며 살아왔다고 , 은총받으며 살아왔다고 생각하면 안 될까 생각해

봅니다. 냉담하기전 몇년간의 제 신앙생활은  정말 엉터리였습니

다. 미사도 제대로 보지 않았지만 완전히 기복신앙이었습니다.

자신이 필요할때 급할때만 기도하고 마음속에 전혀 믿음의 뿌리

가 없는 신앙이었습니다. 그런데 냉담후에 다시 주님을 찾으면서

마음속 깊이 믿음의 뿌리가 자리잡은 것도 어쩌면 그 신비한 빛을

본 덕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요즘도 미사때나 월례회의 때 또는 성전건축기금을 위한 판매 때

봉사하는 그 자매의 열심히 사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그 자매를

보면 꼭 동기간을 만난것 처럼 반갑습니다.

그 알 수 없는 신비한 빛을 함께 본 사이라서 그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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