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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싫증
작성자박용귀 쪽지 캡슐 작성일2004-07-21 조회수1,167 추천수12 반대(0) 신고

 


 

사람의 감정 중에 권태감이 있습니다.

사람이나 일 혹은 물건에 대하여 싫증을 느끼는 것이지요.

때로는 싫증을 느끼는 감정자체에 대해 고해성사를 보는 분들이 계시기도 합니다.

자식 키우는 일, 결혼 생활하는 일, 살림하는 일 등등,,,


이런 말들은 교회 안에서는 큰일 날 소리처럼 취급이 됩니다.

그러나 사람이나 일, 물건에 대하여 싫증을 느끼는 것이 죄는 아닙니다.

그것은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본성적인 감정일 뿐입니다.

 

같은 것을 오래 하면 당연히 싫증나게 됩니다.

만약 우리에게 싫증내는 본성이 없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우선 장사하시는 분들, 물건 만들어서 파는 분들이 제일 먼저 망하시겠지요.

물건이 망가질 때까지 사람들이 사지 않을 테니까요.


사람이 싫증내지 않는다면 죄 중에 살아도 그것에서 벗어나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죄를 짓지 않는다는 것은 죄짓는 행위가 싫어졌을 때 죄를 끊는 것입니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술 먹는 것이 싫어져야 술을 멀리 하게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사람이 가지고 있는 권태감은 나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내가 있는 자리에서

떠나게 해주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은 떠남으로써 성장한다고 합니다.

사람이 자기가 있는 자리에서 떠나려 하지 않을 때

심리적으로 미성숙해집니다.


마마보이들을 보십시오.

엄마 품을 떠나지 못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엄마의 잔소리가,

아버지의 사는 모습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야

독립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주님도 제자들에게 늘 떠나라고 하시지 않습니까?

소돔에 집착해서 떠나지 못한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결국 성장하지 못합니다.


많은 영성가들이 가난한 삶을 이야기합니다.

가난한 삶이란 것이 어떤 것을 가지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고 절제함으로써 얻어질까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그런 방식으로는 이중적인 삶밖에 살 수 없습니다.

즉 안으로는 욕구에 시달리면서 자기를 비난하고

밖으로는 안 그런 척하는 이중적인 삶을 살게 되는 것입니다.



집착은 집착하는 대상에 대한 싫증이 나야 저절로 떨어져나갑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싫증이란 영성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입니다.


 

그러나 싫증은 어떤 때나 좋은 것은 아닙니다.

대상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싫증이란 감정이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합니다.

나는 자식 키우는데 싫증이 났어요한다거나

나는 마누라한테 싫증이 났어요한다면

그거 용납할 수가 있겠습니까?

안되지요.

그런 경우의 싫증은 죄를 지을 가능성이 많기에 절제되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사람에게 주신 감정은 참으로 다양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감정들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독이 된다고 해서

약으로 쓸 수도 있는 풀들을

다 베어버리는 무지를 범하는 것과 같습니다.


감정은 약초와도 같은 것입니다.

풀을 보면서 약의 효능을 보듯이

자기감정 안에 어떤 약효가 있는지도 잘 공부하셔야 합니다.

 

 

-도반신부님 강론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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