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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더 내려가자!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4-07-21 조회수1,023 추천수3 반대(0) 신고

독서: 예레 1,1.4-10
복음: 마태 13,1-9

 

복음은 씨앗이 어떤 땅에 떨어져야 열매를 맺는지를 가르치고 있다.
길바닥, 돌밭, 가시덤불에 떨어진 씨앗이 열매를 맺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씨앗이 떨어진 곳의 흙이 아예 없거나, 흙이 깊지 않아서,  또 가시덤불로 인해 '숨이 막혀서' 였다. 
열매를 맺지 못하는 이유는 씨앗의 탓이 아니라는 것이 명백하다.

 

이번 주는 성령으로 사는 사람의 생활에 대해 예비자들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사랑과 기쁨, 친절과 선행, 인내와 절제, 온유와 평화를 가지고 진실하게 사는 사람들이 그리스도인들이라고 하였다.
성령의 열매는 그렇게 그리스도인들의 삶에서 저절로 열려야 한다고 하였다.

 

교리 시간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너는 정말 그러한가?' 하고 되묻었다.
우리의 신앙 생활, 비그리스도인들보다 조금은 옳게 살아보려고 말씀을 듣고 열심히 활동을 하며 분주히 살고 있는데도 왜 진척이 없을까?

 

세례 받은 지 얼마나 지났는가?
이 정도의 기간이면 열매를 풍성히 맺어야하는 것이 아닌가?
언제까지 아이처럼 눈 앞에 닥친 일에만 정신이 팔리고, 온갖 것에 마음을 뺏기며 근심하고 칭얼대기만 할 터인가?

 

"아이라는 소리를 하지 마라."
오늘 독서에서 예레미야에게 들려주는 하느님 말씀이다.

그만큼 신앙의 맛을 보았으면 자기 구실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말씀을 들었으면 삶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언제나 씨앗이 씨앗으로 남아 있는 이유는 자명하다.
너의 밭에 흙이 너무 적다. 아니 너무 적은 것이 아니라 깊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너의 밭으로 깊이 깊이 들어가라. 숨이 막혀도 참고...

 

조금 싹이 텄는데 가시덤불 때문에 숨이 막힌다고 행여 어리광 부리지도 말라.
온갖 훼방과 모멸, 박대에도 오늘 독서의 예레미야는 자기 사명을 다했다.
그의 삶은 처참하게 가시덤불에 찢겼으나, 그의 씨앗은 자기의 임무를 다했다.
그러므로 좀 더 깊이 깊이 어둠 속으로 들어가 너의 뿌리를 내리는 것이 네 몫이다.

 

새들이 두렵고, 햇볕이 두렵고, 가시덤불이 두렵다고 자기 할 일을 안할 수는 없다. 
너의 몫을 충실히 하고 나머지는 주님께 돌려드려야 한다.

 

그렇다. 결실마저도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뽑기도 하고 무너뜨리기도 하고 멸하기도 하고 헐어 버리기도 하고, 세우기도 하고 심기도 하는" 주님의 자율에 단지 맡겨드려야 한다.

 

우리의 삶도 이와 같지 않은가.
약간의 희생, 약간의 내어줌으로 너무나 쉽게 결실을 얻으려고 하는 우리는 아닌가?

자신의 흔적 조차도 꼭꼭 숨겨두는 희생, 자신을 송두리째 비우고 썩어지는 내어줌.
그것만이 삽십배, 육십배, 백배의 결실을 내게 한다고 오늘 복음은 말하고 있다.

 

아직 결실이 없다면 더 내려가자. 삽십배, 육십배, 백배 더 깊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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