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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 예수의 주검을 마음속에 묻은 성녀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4-07-22 조회수1,258 추천수12 반대(0) 신고
 

◎ 2004년 7월 22일 -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 기념일


[오늘의 복음]  요한 20,1-2.11-18

<왜 울고 있느냐? 누구를 찾고 있느냐?>


  1) 안식일 다음 날 이른 새벽의 일이었다. 아직 어두울 때에 막달라 여자 마리아가 무덤에 가 보니 무덤을 막았던 돌이 이미 치워져 있었다. 2) 그래서 그 여자는 달음질을 하여 시몬 베드로와 예수께서 사랑하시던 다른 제자에게 가서 “누군가가 주님을 무덤에서 꺼내 갔습니다. 어디에다 모셨는지 모르겠습니다.” 하고 알려 주었다. 11) 한편 무덤 밖에 서서 울고 있던 마리아가 몸을 굽혀 무덤 속을 들여다보니 12) 흰 옷을 입은 두 천사가 앉아 있었다. 한 천사는 예수의 시체를 모셨던 자리 머리맡에 앉아 있었고 또 한 천사는 발치에 있었다. 13) 천사들이 마리아에게 “왜 울고 있느냐?” 하고 물었다. “누군가가 제 주님을 꺼내 갔습니다. 어디에다 모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마리아가 이렇게 대답하고 나서 14) 뒤를 돌아다보았더니 예수께서 거기에 서 계셨다. 그러나 그분이 예수인 줄은 미처 몰랐다. 15) 예수께서 마리아에게 “왜 울고 있느냐? 누구를 찾고 있느냐?” 하고 물으셨다. 마리아는 그분이 동산지기인 줄 알고 “여보세요. 당신이 그분을 옮겨갔거든 어디에다 모셨는지 알려 주셔요. 내가 모셔 가겠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16) 예수께서 “마리아야!” 하고 부르시자 마리아는 예수께 돌아서서 히브리말로 “라뽀니!” 하고 불렀다. (이 말은 ‘선생님이여!’ 라는 뜻이다.) 17) 예수께서 마리아에게 “내가 아직 아버지께 올라가지 않았으니 나를 붙잡지 말고 어서 내 형제들을 찾아가거라. 그리고 ‘나는 내 아버지이며 너희의 아버지 곧 내 하느님이며 너희의 하느님이신 분께 올라간다.’고 전하여라.” 하고 일러 주셨다. 18) 막달라 여자 마리아는 제자들에게 가서 자기가 주님을 만나서 뵌 일과 주님께서 자기에게 일러주신 말씀을 전하였다.◆


[복음산책]  예수의 주검을 마음속에 묻은 성녀


  오늘은 신약성서상의 인물이자 예수님 당대에 살았던 마리아 막달레나, 또는 막달라 여자 마리아의 축일이다. 마리아 막달레나! 막달레나는 그녀의 고향을 딴 이름이다. 성녀는 갈릴래아 서쪽에 위치한 막달라 지방 출신으로서 성녀의 이름은 단지 복음서에만 12번 언급된다. 그것은 마태오복음에 3번(마태 27,56; 27,61; 28,1), 마르코복음에 4번(마르 15,40; 15,47; 16,1; 16,9), 루가복음에 2번(루가 8,2; 24,10), 그리고 요한복음에 3번(요한 19,25; 20,1; 20,18)이다. 복음서에서 성녀를 언급하는 곳은 거의 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 및 부활과 관련이 있다.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와 어떠한 관계에 서 있는 지에 대하여 정확히 기록하고 있는 곳은 루가복음에서 ‘예수를 도와 드린 여자들’의 명단을 기록한 대목이다.(8,2) 여기서 마리아는 일곱 마귀가 들려 시달리다가 예수님으로부터 치유된 여인으로 지목되며, 이 사실은 마르코복음에도 증언된다. “일요일 이른 아침 부활하신 예수께서 막달라 여자 마리아에게 처음 나타나셨는데, 그녀는 일찍이 예수께서 일곱 마귀를 쫓아내어 주셨던 여자이다.”(마르 16,9) 이 점을 미루어 볼 때 마리아 막달레나 성녀는 예수님으로부터 구마치유를 받고 줄곧 예수님을 따라다니면서 다른 여인들과 함께 선교활동에 협조하였으며, 예수님의 마지막 십자가 죽음과 부활의 증인이라 결론지을 수 있다.


  종합하여 보면, 막달라 지방 출신의 마리아는 일곱 마귀에 들려 고생하다 예수로부터 치유되어 그분의 제자가 되었다.(루가 8,2) 그렇다면 예수의 제자단은 12제자뿐 아니라 여인들까지 포함한 큰 규모였음을 알 수 있다. 마리아는 여성제자단에서 중요한 인물이었고, 다른 여인들과 함께 재산을 털어 예수와 그 일행의 시중을 들었고, 그들의 의식(衣食)을 돌보았다.(루가 8,3) 마리아는 예수를 따라 모든 제자들과 예루살렘까지 갔다. 그러나 예수의 예루살렘 마지막 날에는 많은 제자들이 스승을 버리고 도망가 버렸지만, 마리아 막달레나는 다른 두 여인과 함께 예루살렘뿐 아니라 스승의 십자가 죽음 끝까지 따라 갔다.(마태 27,55-56) 마리아는 아리마태아 사람 요셉이 예수를 장례 치르는 동안 줄곧 스승을 잃은 슬픔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마태 27,61; 요한 20,11) 그녀는 경황이 없어 스승의 시신에 다 하지 못한 예를 갖추기 위해 안식일 다음날 새벽 동이 트기도 전에 다른 여인들과 함께 스승의 시신에 향유를 바르기 위해 무덤을 찾아갔다. 그 일로 그녀는 빈무덤의 첫 증인이 되었고, 예수부활에 관한 천사의 기쁜 소식을 맨 처음 들은 자가 되었고, 이 소식을 모두에게 전해야 할 사명을 받게 되었다.(마르 16,6-7) 요한복음은 부활절 이른 새벽에 마리아 막달레나가 혼자 예수님의 무덤에 있었으며 그녀 혼자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 본 것으로 전한다.(요한 20,15-17) 마리아는 예수님의 살아생전뿐 아니라 부활하신 예수님의 현존에도 각별한 친분으로 함께 한 증인이었다. 마리아 막달레나에 관한 더 이상의 기록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 복음서를 읽다보면 헷갈리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복음서 여기저기에 등장하는 다른 ‘마리아’로서 그녀가 마리아 막달레나와 동일한 인물인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우선 요한복음에 의한 마르타와 라자로의 누이로서의 마리아인데, 이 마리아가 예수님의 발에 향유를 붓고 자기 머리카락으로 닦아드린 적이 있다는 것이다.(요한 11,1-2) 요한복음사가는 실제로 예수님의 예루살렘입성 바로 전, 마지막 과월절을 엿새 앞두고 라자로를 다시 살렸던 베다니아에서의 환영만찬에서 마르타가 시중을 들고 있던 중에 마리아가 나타나 매우 값진 순 나르드 향유를 예수님의 발에 붓고 자기 머리털로 닦아 드렸다는 사실을 증언하고 있다.(요한 12,1-8) 이 대목은 마태오(26,6-13)와 마르코(14,3-9)복음에도 똑같이 실려 있는데, 시기적으로 예수님의 최후만찬 직전에 있었던 사건으로 매우 신빙성이 있다. 가리옷 사람 유다는 비싼 향유를 아까워했으나 예수께서는 이 사건을 자신의 죽음을 예고하는 것으로 풀이하셨다. 문제는 루가복음이다. 루가복음에는 이 대목이 생략되었다. 그러나 루가복음에도 예수님의 갈릴래아 활동기 중에 이름 없이 죄인으로 묘사된 한 여인이 예수께 와서 그 발치에서 눈물을 흘리고는 자기 머리카락으로 닦고 나서 향유를 발랐다는 기록이 있다.(루가 7,36-50) 여기서 이 여인은 예수께 행한 사랑의 행위를 통하여 자신의 죄를 용서받는다. 이 여인이 베다니아에 살고 있던 마르타의 누이 마리아(루가 10,38-39)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런데 후대의 사람들은 같은 마리아 막달레나로 본다는 것이다.


  확실한 사실은 마리아 막달레나가 빈무덤과 예수부활의 첫 증인이며, 일찍이 일곱 마귀가 들렸던 여자라는 것이다.(마르 16,9; 마태 28,1; 루가 24,10; 요한 20,1; 마르 16,9; 루가 8,2) 오리게네스(185-254?)는 마리아 막달레나와 마르타의 누이 마리아와 이름 없이 묘사된 죄 많은 여인을 모두 구분하였으나, 373년 시리아 출신 에프라임의 복음주석서에는 모두 동일한 인물로 주장되었고, 교황 대 그레고리오(540-604)는 이를 재차 확증하였다. 이후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이 만들어졌다. 동방정교회의 증언에 의하면 마리아 막달레나는 성모 마리아가 살았던 에페소에 살다가 죽었으며, 그녀의 유해는 899년 콘스탄티노플로 옮겨졌다고 한다. 독일에서는 13세기부터 뉘우치는 여인들을 위한 막달레나 수녀회가 창설되었고, 덴마크와의 전쟁에서 막달레나의 전구로 승리하였다는 것을 기념하여 ‘뤼벡’이라는 도시가 건설되기도 했다. 14세기부터는 ‘멀리 서서 지켜보고 있던 여자들’(루가 23,49) 가운데서 마리아 막달레나를 예수님의 십자가 바로 아래로 끌어와 그린 성화들이 등장하였다. 마리아 막달레나는 뉘우치고 용서받고 구원받은 죄인으로 중세기 시인들과 화가들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1844년 프리드리히 헤벨스의 ≪마리아 막달레나≫나 1983년 루이제 린저의 ≪미리암≫은 이런 모티브를 사용한 대표적인 작품이다.


  오늘 교회가 기억하는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가 과거 행실이 나쁜 죄인이었다는 주장은 그 정확성의 여부(與否)를 접어두고라도 교회적으로 볼 때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다. 그러나 죄인이 아닌 사람이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중요한 것은 마리아가 예수께 믿음과 사랑을 가졌었고, 이 믿음과 사랑으로 말미암아 죄를 용서받았다는 것이다. 누구든지 마리아처럼 눈물로 예수님의 발을 적시고, 자기 머리카락으로 닦으며, 발에 입을 맞추고 향유를 발라드리는 극진한 사랑을 보인다면, 그 또한 그만큼 많은 죄를 용서받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예수님으로부터 죄를 용서받고 그분의 사랑을 받은 자는 예수님과 마지막까지를 함께 한다. 제자들은 예수를 버리고 모두 달아났지만(마르 14,40), 그는 십자가 곁을 떠나지 않고 예수님의 죽음을 아파하며, 그분의 주검을 마음속에 묻었다.(마르 15,40-41) 예수님의 시신(屍身)을 마음에 묻고 사는 사람은 더 이상 송장을 묻어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 계신 예수님을 품고 사는 사람이다. 죽음으로부터 예수님은 부활하셨기 때문이다. 살아 계신 예수님을 마음에 품고 사는 사람은 매일 아침 부활한 예수님을 만나 뵈올 것이며,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처럼 부활의 기쁜 소식을 세상에 전하는 증인이 될 것이다.(요한 20,18)◆[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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