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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천지 창조 때부터 감추인 것?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4-07-26 조회수1,120 추천수5 반대(0) 신고

독서: 예레 13,1-11
복음: 마태 13,31-35

 

오늘 예언자 예레미야는 상징적인 행위로 하느님의 심중을 전달하고 있다.
새로 산 모시 잠방이 하나를 바위 틈에 숨겨두었다가 오랜 시일이 지나 다시 꺼내오라는 주님의 분부를 받고 그대로 실행한다. 다시 꺼낸 잠방이는 썩어서 아무 쓸모가 없게 되었다.  무슨 의미일까?

 

"이 백성은 잠방이처럼 되어 아무 쓸모도 없게 될 것이다. 허리에 잠방이를 단단히 걸치듯이 나는 이스라엘의 온 가문과 유다의 온 가문을 나에게 꼭 매어 두려고 했었다."

 

여기서 '잠방이'(바지의 일종)는 오역인 것같다. 새번역과 개신교 번역에는 '허리띠'로 번역한다. 애초에 새 허리띠는 사용 가치가 있었으나, 바위 틈에 숨겨놓았다 되찾았을 때는 사용 불가능한 것이 되어 버렸다.

 

하느님은 왜 이스라엘 백성을 당신의 허리띠로 비유하시는가? 이 안에는 쉽게 지나칠수 없는 깊은 뜻이 들어있다. 먼저 '허리띠'의 이중 관점에 주목해보자. 하느님의 허리에 단단히 묶여 옴짝달싹 못하는 형국의 백성들로 보이지만, 실은 하느님께서 당신의 허리를 백성에게 내어놓고 동여 매여지길 원하셨다는 것이다.

 

하느님이 인간에게 매여지길 원하신다? 마치 아브라함에게 기꺼이 흥정을 허락하며 그의 청을 흔쾌히 들어주시고자 점점 허리를 숙이고 있는 어제의 독서에서의 주님의 마음이 느껴지지 않는가? '허리띠'라는 말마디 안에는 그런 의미가 담겨있다. 

 

그렇다. 그분은 그 부실한 백성들에게 '당신의 이름, 당신의 영광과 당신의 영예'(11절 원문)를 맡기셨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분의 말을 듣지 않았다. 하느님은 백성에게 기꺼이 매여있고자 함에도 백성은 그 하느님을 저버렸다. 이제 하느님은 예언자 예레미야의 상징적 행위를 통해서 '구실을 못하게 된 썩은 허리띠는 버려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신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작은 겨자씨 한톨과 성장한 겨자 나무의 모습을 대조해 보이신다. 오늘은 겨자씨와 겨자나무에서 눈길을 떼어 예수님의 눈에 눈길을 주어보자. 겨자씨 한톨 안에서 이미 성장한 나무 한그루를 발견하시는 예수님의 눈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겨자 나무가 자라봤자 실제론 그다지 크지 않은 나무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분은 그것을 마치 세상에서 가장 큰 나무처럼 과장해서 설명하신다. 그분이 바라보는 우리가 바로 그렇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예수님의 눈에 비친 그 큰 나무로 성장해야할 근거인 그 작은 씨앗이 도대체 우리 안에 무엇이란 말인가? 오늘 독서와 연계해서 보면 그것은 바로 겨자씨만한 우리의 회개이다. 회개야말로 우리를 놀랄만큼 변화시키고 큰 믿음의 사람으로 성장시켜줄 가능성의 씨앗이다.

 

그렇다. 우리가 비록 겨자씨만큼 회개했다 하더라도 그분은 그것을 '세상에서 가장 작은' 겨자씨로 보지 않으신다. 병아리 오줌만한 그 눈물, 순식간에 잊어버리고 또 다시 죄악에 떨어지는 그 마음일지라도 그분은 그것을 '가장 가볍게' 보지 않으신다.

 

그분이 우릴 버리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한번 뽄대를 보여주는 것이 그분의 교육 방법이었다면 그렇게 많은 예언자를 보내시지는 않으셨을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세상에서 죄없는 사람 한명(어제 아브라함이 자신있게 흥정하지 못했던 '단 한사람'), 당신의 아들을 소돔과 고모라같은 이 세상에 보내주시는 주님.

 

어제는 흥정을 하는 인간에게 깊이 깊이 허리를 낮추시더니, 오늘은 아예 허리를 동여매라고 내맡기신다. 그래도 듣지 않는 백성들에게 이젠 겨자씨만한(코딱지 보다 작을..) 회개로라도 돌아오라고 사정하고 계신 것이다.

 

오늘 독서와 복음에서 상징적 행위와 비유의 말씀으로 당신을 열어보여주시는 주님. 이 비유의 말씀들과 이상한 행위 안에는 '천지 창조 때부터 감추인 것이 드러나있다'(35절).  그것이 무엇인가?

 

하느님의 인간에 대한 사랑!
비유가, 상징이, 아니 성서 전체가 그것이 아니면 다른 무엇을 말하고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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