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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Re:(149) 순간의 입시울!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4-07-27 조회수745 추천수3 반대(0) 신고

맨정신으로 본 시동생은 성인군자다.

어제밤에 자신이 한 행동 때문인지 잔뜩 긴장을 하고 있다.

그놈의 술이 문제다.

술이 술을 마신 죄를 술을 탓 해야지 누구를 탓해야 하는가?!

그래도 18년을 살아온 경험이 그냥 가벼이 넘기지 않았다.

 

<삼춘은 술이라도 마실 수 있는 복이 있어서 얼마나 좋우요?

 술 마셨다는 핑계로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어서 좋겠수다.

 술 속에 살다가 인생다운 인생 한 번 살지 못 하고 요절을 하시는 어른들에 한이 맺혀버린 형은 그 복도 누릴 줄 몰르는 바보라서 삼춘처럼 할 말도 못 하고 사는가 보우다.

 

그런데 동서는 삼춘의 주정을 받아 줘서 형수한테 그 방법을 쓰려 했는지 모르지만 나는 그런 삼춘을 수용 할 수 없소.

 왜냐하면 삼춘의 형이 형수에게 18년동안 단 한 번도 그러지를 않았기 때문에 형을 생각해서도 난 용서하지 않을테요.

 내가 삼춘의 술주정을 받아 준다면 그건 형에 대한 배신이며, 형을 더 서럽게 하는거고, 형을 너무 불쌍하고 비참하게 만드는거요. 

형님의 아내를 살아오면서 술에 맺혀있는 가슴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도 형수는 술의 힘을 빌리는 어떠한 경우도 허락 할 수 없소.

 

삼춘이 형의 아픔을 알아야 할 의무는 없소.

그러나 형수는 형의 아내라는 것을 알아야 할 의무가 있소.

형이 뼈를 갈아서라도 지키려고 하는 형의 가정을 삼춘들 때문에 산산히 조각  낼 뻔한 죄가 많았다는 것을 명심하시오.

형도 술을 마실 줄 안다는 것을 잊지 말기를 바라오.

형도 삼춘들 보다 더 많이 취하고 싶을 때가 있다는 것을 명심하시요.

 

오늘 이후로 다시 취중 진담을 이용한다면 삼춘은 이미 내 가슴에서 남 만큼도 못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될 것이요.

할 말이 있으면 맨정신으로 하시오.

멀쩡한 정신으로 진짜로 믿음을 사고 싶다는 노력을 하더라도 이미 불신을 회복하기에는 너무 많은 장벽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절대로 잊지말기를 바랍니다.>

 

숨 죽이고 한 마디의 대꾸도 하지 않았다.

말이 끝나자 정중하게 사과를 했다.

 

<형수님! 죄송합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이런 묵상글에 답글을 달면서 까지 쓰는 이유가 있다.

치부를 드러내려는 것이 아니다.

좋은 사랑이야기도 좋고, 감미로운 기도는 더 좋으며, 짐을 벗는 홀가분한 체험은 더 큰 용기를 주기도 하지만, 이런 체험은 가족을 격고 있는 누구나의 문제이면서 드러나지 않는 고통을 삭히는 분의 위로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누군가!

격고 있는 갈등이 있다면 삶을 산다는 것과 신앙은 일치하며, 극복 되어야 할 시련이다고 위로 하고 싶다.

때로는 이런 묵상글에 반감을 가지는 분도 계실 것이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누구나의 입장이 있다고 여기고 너그러운 이해를 바란다.

 

어쩌면 혼자 넘어져 버린 고통에 대한 자가 치유를 이제서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너무나 아픈 상처를 안고 있는 자신에게 주님을 바라보며 투정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 때 너무 힘들고 아팠었다고 일러 받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세월동안 누구에게 나의 입장이 되어 하소연을 해 볼 수 있었겠는가? 내 인생의 책임자는 나인 것을!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므로 삼춘의 입장에서 쓸 수도 있다.

<형수가 좀 더 많이 주지 않는다든지! 또는 너무 지독하게 계산을 한다든지! 옛날처럼 자유를 주지 않는다든지!>

 

그러나 그걸 쓰지 않는 이유는 시동생들이 나 보다 넓고 비싼집에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형제에게 짐을 지우지 않은! 곧 도미노 처럼 넘어가는 운영을 하지 않았으므로 모두를 살리고 나만 거덜이 났다는 사실만으로도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 없이 일상의 갈등을 적어 보았다.

세상에는 형제가 한꺼번에 굴비 역어지듯이 무너지는 경우가 어데 한두 가족이던가?!

 

형은 갚아야 할 것이 많다.

그러나 동생들은 그거에 관심이 없다. 당연하다.

더 많은 이익을 요구한다.

그러므로 나는 이런말을 꼭 한다.

 

<삼춘이 세상에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면 절대로 형의 일을 하러 오지 않을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지금도 삼춘은 형을 위해서 형의 일을 돕는 것이 아니라 착한 형을 두어서 그 만큼의 이익이 되기 때문에 형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따위 저따위 하며 과격한 언성을 동원하지 않았다.

주님께서 찰라의 순간에 입시울을 열어주신 도움을 감사드리며 마감을 짓는다. 단호하지만 정중한 표현을 허락해 주신 주님께 무한한 찬미를 드린다.

 

막연하게 너무나 막연하지만 아들이 사제가 된다면 큰 욕심 다 버리고 살을 마음으로 살았었다. 그러나 인생은 없는 욕심마져 더 동원을 해 줘야 하는 짐수레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그것이 너무 벅차서 한이 된 짝궁을 바라 보며 나도 한이 되어 살아간다.

 

오늘 아침에 갑자기 산속에서 시껌둥이가 된 짝궁이 왔다.

놀라서 한의원에 갔다.

과로와 스트레스로 잠시 혈압이 떨어지고 마비증세가 약간 있었던 것이다. 응급처치를 하고 산으로 다시 돌아갔다.

이런 짝궁의 애환을 부모인 어머니도 모른다.

짝이 되어 살아가는 나만의 가슴으로 동행하고 있다.

그 사람의 존재가 없다면 이 모든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인가?!

 

나에게는 아무런 힘이 없다.

저녁 미사에 갔다.

작지만 예물 봉헌을 하고 짝궁의 건강을 기원했다.

그리고 11개월만에 주님의 성체를 받아 모셨다.

나의 힘은 아버지 뿐이시다. 아버지가 계셔서 아버지께 응급조치를 바라는 것이다. 이렇게 급할 때 비빌 언덕이 되는 아버지를 믿을 수 있다는 것이 은총일 뿐이다.

 

차를 타면서 남기고 간 짝궁의 혼잣말이 슬픔이다.

누가 그의 그리도 벅찬 장자의 무거움을 꿈이나 꾸겠는가?!

<어째서 술만 먹고 죽었으께.잉!

  그 많은 식구중에 어째서 한 놈도 안 가르쳤으께. 잉!>

 

부족한 금액을 마이너스 얼마라고 쓰세요 했더니 한글로 마이너스라고 쓰는 삼촌의 어제밤 모습이 불현듯이 떠오른다.

신혼때 짝궁의 모습이다.

<제노베파 너 진짜 고생했다.>

설음이 복받친다.

술만 먹고 죽은 어른들은 무슨 심정으로 바라보고 계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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