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손가락은 손가락이다!
작성자고형곤 쪽지 캡슐 작성일2004-07-28 조회수1,036 추천수5 반대(0) 신고

손가락은 손가락이다!


  중국의 어느 선사(달마?)가 달을 가리키는데, 대중은 달을 보지 않고 손가락만 쳐다보고 있었다는 고사가 있다. 아마도 사람들은 그 손가락 끝에서 달이 나오기만을 기대하고 있었으리라... 사실 손가락은 수단이지 결코 목적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우리같은 범인은 목적과 수단을 혼동하여 늘 엉뚱한 것만 추구한다. 그러고도 그게 어리석음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른다. 그러나 모든 것을 대중들의 어리석음으로 돌릴 수는 없으리라. 어차피 대중은 그런 존재이니 말이다. 어찌 보면  대중들이 달을 볼 수 없었던 것은 선사나 달이 원인이 아니라 그 손가락 때문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의 나 역시 마찬가지인성 싶다. 추구해야 할 것은 주님의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엉뚱하게도 자신의 봉사에 따른 반대급부로써 자신의 우월감 확인에만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그리하여 자신을 드러내야만 만족하고, 달이 보이지 않는 손가락에 쉬이 상처받고 상처를 준다.

  우리 봉사자들은 주님과 교우들 앞에서 자신이 도구임을 고백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로 주님의 도구임을 자처하고 그것으로도 만족한다고 떠벌린다. 위의 선사의 고사로 따진다면 스스로 손가락임을 자처하는 것이다.

  그런데 참 묘하다. 대중들이 달을 쳐다보지 않고 손가락을 바라보았을 때가 기분이 좋은 것은 웬일인가! 스스로 달을 가리킨다고 자부하면서도 대중들이 실제 달을 바라보면 어쩌나 하는 인정하기 싫은 마음이 생기는 것 부인할 수 없다. 그들이 모두 달을 보게 되면 나 손가락은 더 이상 존재 의미가 없을 터이니 말이다. 그리하여 어쩌다 현자(賢者)가 있어, 나 손가락을 거들떠 보지 않고 달을 우러러 보면 괜히 기분이 나쁘다. 이렇게 뭇사람들 머리 위에 우뚝 솟은 나를 몰라 몰라보다니....적어도 저 선사 보다는 위에서 달을 가리키고 있는데... 그런 나를 몰라보다니, 시건방진 놈들....

  이제 나 손가락은 달을 가리키는 존재가 아니라 달을 가리는 장애물이 되고 만다. 주님의 나라를 실현하는 봉사가 아니라 주님의 나라가 실현될까봐 전전긍긍하고 만다. 그래서 천사와 사탄은 같다라는 말이 생긴 것인가! 양면 중 어느 면이 강하냐에 따라 천사이기도 하고 사탄이기도 하고......

  주님께서 베드로를 꾸짖으신 “ 사탄아, 물러가라.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마르꼬 8장 33절>라는 말씀은 손가락이면서 손가락임을 거부하는 지금의 나를 꾸짖는 것이리라.....

  

손가락은 손가락이다. 더 이상 달인 체해서는 안 된다. 적어도 달을 가리키는 수단은 못될지언정 달을 가리는 장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대중으로 하여금 달을 쳐다보고 우러르고, 나아가 달에 이르도록, 가능하다면 대중들이 자신을 우러러 보려할 때 스스로를 없애야 한다. 그게 우리가 스스로를 손가락으로 고백할 수 있는 전제이고, 손가락의 사명이다.

  세상의 모든 손가락이여! 이제 더 이상 달을 못 보는 어리석음을 대중의 탓으로 돌리지 말지어다!!!!!!!!


  사랑과 자비의 주님, 만왕의 왕이시면서도 스스로를 낮추어  말구유에 태어나신 당신의 겸손을 저희 모두가 닮게 하소서! 아멘!!      Go-Thomas

                                              http://club.catholic.or.kr/a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