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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 필기시험에 100점, 실기에는 빵점!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4-08-05 조회수1,229 추천수6 반대(0) 신고

◎ 2004년 8월 5일 (목) - 연중 제18주간 목요일

▣ 성모 대성전 봉헌 기념

  오늘 우리 교회가 기념하는 성모 대성전 봉헌은 로마에 있는 <산타 마리아 마죠레>, 즉 천주의 모친 성 마리아 대성당의 봉헌을 말한다. 이 성전은 초기 서방교회의 가장 의미 있는 성모 마리아 대성전이다. 이 대성전의 원래 이름은 <마리아 눈>이었다고 한다. 여기에는 구전으로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다. 이에 의하면 로마제국이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칙령으로 그리스도교에 대한 박해를 멈추고, 나아가 그리스도교를 국교(國交)로 공식 선포한 서기 313년 이후, 어느 8월 한여름에 로마의 하늘에 눈부시게 아름다운 흰눈이 내렸다고 한다. 그런데 에스퀼리노 언덕 위에서는 그 아름다운 눈이 성모 마리아의 모습을 그렸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이 기적과 같은 현상을 바로 여기에 마리아 대성전을 세우라는 하느님의 계시로 믿게 되었다. 그래서 교황 리베리우스(352-366)가 에스퀼리노 언덕 위에 대성전을 건축하였고, 435년 교황 식스투스 3세(432-440)에 의해 성모 마리아께 봉헌되었다. 이는 431년 에페소 공의회에서 성모 마리아를 “하느님의 어머니”(Mater Dei)로 선포한 교의(敎義)를 다시금 확인하는 것이었다.

[오늘의 복음] 마태 16,13-23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13) 예수께서 필립보의 가이사리아 지방에 이르렀을 때에 제자들에게 “사람의 아들을 누구라고 하더냐?” 하고 물으셨다. 14) “어떤 사람들은 세례자 요한이라 하고 어떤 사람들은 엘리야라 하고 또 예레미야나 예언자 가운데 한 분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제자들이 이렇게 대답하자 15) 예수께서 이번에는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하고 물으셨다.16) “선생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십니다.” 시몬 베드로가 이렇게 대답하자 17) 예수께서는 “시몬 바르요나, 너에게 그것을 알려 주신 분은 사람이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이시니 너는 복이 있다. 18) 잘 들어라.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죽음의 힘도 감히 그것을 누르지 못할 것이다. 19) 또 나는 너에게 하늘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도 매여 있을 것이며 땅에서 풀면 하늘에도 풀려 있을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다. 20) 그러고 나서 예수께서는 자신이 그리스도라는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단단히 당부하셨다. 21) 그 때부터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자신이 반드시 예루살렘에 올라가 원로들과 대사제들과 율법학자들에게 많은 고난을 받고 그들의 손에 죽었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날 것임을 알려 주셨다. 22) 베드로는 예수를 붙들고 “주님, 안 됩니다. 결코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하고 말리었다. 23) 그러나 예수께서는 베드로를 돌아다보시고 꾸짖으셨다. “사탄아, 물러가라. 너는 나에게 장애물이다. 너는 하느님의 일을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을 생각하는구나!” 하고 꾸짖으셨다.◆

[복음산책] 필기시험에 100점, 실기에는 빵점!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 사건의 도입부에 해당하는 대목으로서 공관복음 모두가 전하고 있다. 공관복음서는 예수께서 빵의 기적을 베푸신 후 갈릴래아 주변 여러 마을을 두루 다니시면서 복음을 선포하시다가 필립보의 가이사리아에 이르러 베드로의 메시아 고백을 받게 됨을 전한다. 루가복음은 빵의 기적 후 즉시 장소를 명기하지 않은 채 베드로의 고백을 보도하고 있다. 루가는 예수께서 기도하시다가 제자들에게 당신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 것으로 보도함으로써 저자 고유의 특성인 기도를 강조하고 있다. 공관복음서는 베드로의 고백에서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 사건까지 같은 순서를 따르고 있는 바, 그것은 ‘베드로의 메시아 고백’ -> ‘수난과 부활에 대한 첫 번째 예고’ -> ‘예수 추종의 길’ -> ‘종말의 시기에 관한 토막어’ -> ‘주님의 영광스러운 변모 사건’의 순서이다.(마태 16,13-17,9; 마르 8,27-9,10; 루가 9,18-9,36)

  오늘 복음은 마태오가 전하는 ‘베드로의 메시아 고백’과 ‘수난과 부활에 대한 첫 번째 예고’를 그 내용으로 다루고 있다. 예수께서는 일행과 함께 띠로와 시돈 지방에서 다시 갈릴래아 지방으로 돌아와 호수의 이쪽저쪽에서 활동하시고 난 뒤(마태 15,29-16,12) 필립보의 가이사리아에 당도한다. 가이사리아는 헤로데 대왕의 아들 헤로데 필립보가 헤르몬 산맥의 지하수가 샘솟는 곳을 골라 기원전 2년경 건설한 도시로서 갈릴래아 호수에서 북쪽으로 약 40Km 지점에 있다. 여기서 예수께서는 당신 제자들에게 자신의 정체에 대한 질문을 던지신다. 이 질문은 마치 하나의 필기시험과도 같은 것이다. 제자들이 3년가량 따라 다니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바탕으로 예수가 누구인지를 답하라는 것이다.

  예수의 정체에 대한 질문은 2단계로 구성된다. 예수께서는 우선 사람들이 당신을 누구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하여 물으신다.(13절) 당시 사람들은 예수를 소생(蘇生)한 세례자 요한, 엘리야, 예레미야, 또는 다른 예언자 등으로 여겼다.(14절) 다음으로 질문은 제자들을 향한다: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15절) 베드로가 나서서 “선생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십니다.”(16절)하고 대답한다. 마르코는 단순히 “그리스도”(마르 8,29)로, 루가는 “하느님께서 보내신 그리스도”(루가 9,20)로 소개하면서 즉각 이 사실을 아무에게도 발설하지 말라고 ‘단단히 당부’하는 예수님의 함구령을 덧붙이고는 이 단락을 끝맺는다. 물론 마태오도 함구령을 덧붙이지만(20절), 그 사이에 베드로의 대답에 대한 예수님의 평가와 찬사, 그리고 세 가지 약속을 첨가하였다. 이는 마태오 자신의 독자적인 편집이 확실하다.

  예수께서는 베드로의 필기시험을 만점, 즉 100점으로 평가하시고는 그를 복된 자로 여기신다. 그런데 이 결과가 하느님의 계시에 의한 것임을 밝혀 두신다.(17절) 이어서 예수께서는 베드로에게 아주 중요한 세 가지 약속을 하신다. 첫째는 시몬 베드로(돌, 바위)를 초석으로 삼아 그 위에 당신의 교회를 세우시겠다는 교회창립 약속이다. 그리고 이 교회는 죽음의 힘도 능가하는 그런 조직이 될 것이다.(18절) 둘째는 하늘나라의 열쇠를 주시겠다는 약속이고, 셋째는 땅에서 매고 푸는 대로 하늘에서도 똑같을 것이라는 매고 푸는 권능을 주시겠다는 약속이다.(19절) 이는 실로 엄청난 약속이며, 이 약속이 실현된다면 베드로가 가지는 권능은 절대적이다. 이 구절에 대한 해석 때문에 학자들뿐만 아니라 가톨릭교회와 그 밖의 다른 교회 간에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논쟁의 핵심은 예수께서 베드로, 즉 반석 위에 세워진 교회 전체에 주시는 권능인지, 아니면 베드로라는 수제자 개인과 그를 계승하는 교황의 인격에 주시는 권능인지를 따지는 것이다. 대답은 쉽지 않다. 예수께서 거짓으로 약속하실 리는 없을 것이므로 어느 쪽에든 그 권능이 주어져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아마 교회 전체에 주어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전체 교회는 그리스도의 대리자인 교황과 주교단에 의해 일치됨으로 이들의 권한과 책임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이 엄청난 권능을 교회나 교황이 임의로 행사할 수 있는 그런 권한이 아니라는 것이다. 예수께서 교회와 베드로에게 약속하신 권능은 철저하게 하느님의 계획에 달려 있으며, 구체적으로는 예수의 수난과 부활에 매여 있다. 이런 사실은 예수의 수난과 부활에 대한 첫 번째 예고 말씀과 이에 대한 베드로의 반응에서 즉각 드러난다. 예수님의 머지않은 수난과 죽음은 이미 예정된 사실이지만 제자들에게는 쉽게 수용될 사안이 아니었다. 방금 ‘선생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라고 고백한 베드로가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에 관한 예고를 듣고 어떠한 반응을 보였는가? 그는 예수를 붙들고 ‘결코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린다.(22절) 이것으로 베드로 고백의 진가가 드러난 셈이다. 겉으로는 화려하고 정확한 고백이지만 속으로는 형편없는 고백이 되고 말았다. 필기시험에서 100점을 얻은 베드로가 실기시험에서 빵점을 맞은 격이다. 하느님의 일은 생각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 태도는 예수께 장애물로 간주된다.(23절) 실기시험에도 100점을 얻을 수 있을 지는 베드로에게 남은 숙제이다. 베드로는 자신의 남은 생애를 통하여 이 숙제를 완수해야 한다. 이 숙제는 우리들에도 같은 비중으로 주어져 있을 것이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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