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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 하느님 나라를 위한 준비와 기다림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4-08-08 조회수1,242 추천수6 반대(0) 신고
 

◎ 2004년 8월 8일 (일) - 연중 제19주일 (다해)


▣ 성 도미니코 사제 (1170-1221) 기념 <없음>


  프란치스코 수도회와 함께 탁발수도회의 시초가 되는 도미니코 수도회를 창설한 도미니코 성인은 1170년 에스파냐의 칼라루에가에서 태어나, 발렌시아 주교좌성당 부속학교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하고 1199년 사제가 되어 오스마 교구의 참사위원이 된다. 친구이자 주교인 디다쿠스와 함께 교황 이노첸스 3세(1198-1216)의 요청으로 프랑스 남부 알비주아 지방에 성행하던 이단 “카타리파”(극단 순결주의자)와 “발덴파”(극단 청빈주의자)의 회유를 위한 설교활동을 벌인다. 도미니코 성인의 감동적인 설교와 모범적인 생활은 큰 성과를 가져왔고, 1215년 본격적인 활동을 위한 설교수도회가 창립되고, 1216년 교황 호노리우스 3세(1216-1227)에 의해 도미니코 수도회로 공식 인정되면서 급속히 유럽 전 지역으로 확산되었다. 성인은 1221년 8월 6일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세상을 떠났고, 1234년 그레고리오 9세 교황에 의해 시성되었다. 도미니코 수도회는 유명한 교회학자 알베르토 막뉴스와 토마스 아퀴나스를 배출하였고, 1232년부터 종교재판을 주관함으로써 두려움과 미움의 대상이 되어 ‘도미니(Domini: 주님의) 까네스(canes; 사냥개들)’라는 오명(汚名)을 남기기도 했다. 오늘에 이르러 도미니코회의 학문적 공헌과 노력은 다시금 인정받고 있다.◆


[오늘의 복음]  루가 12,32-48 <12,35-40>

<너희는 준비하고 있어라.>


  32) “내 어린 양떼들아, 조금도 무서워하지 마라. 너희 아버지께서는 하늘나라를 너희에게 기꺼이 주시기로 하셨다. 33) 너희는 있는 것을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어라. 해어지지 않는 돈지갑을 만들고 축나지 않는 재물 창고를 하늘에 마련하여라. 거기에는 도둑이 들거나 좀먹는 일이 없다. 34) 너희의 재물이 있는 곳에 너희의 마음도 있다.” 35) “너희는 허리에 띠를 띠고 등불을 켜놓고 준비하고 있어라. 36) 마치 혼인 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이 문을 두드리면 곧 열어주려고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처럼 되어라. 37) 주인이 돌아왔을 때 깨어 있다가 주인을 맞이하는 종들은 행복하다. 그 주인은 띠를 띠고 그들을 식탁에 앉히고 곁에 와서 시중을 들어줄 것이다. 38) 주인이 밤중에 오든 새벽녘에 오든 준비하고 있다가 주인을 맞이하는 종들은 얼마나 행복하겠느냐? 39) 생각해 보아라. 도둑이 언제 올지 집주인이 알고 있었다면 자기 집을 뚫고 들어오지 못하게 하였을 것이다. 40) 사람의 아들도 너희가 생각지도 않은 때에 올 것이니 항상 준비하고 있어라.” 41) 이 말씀을 듣고 베드로가 “주님, 지금 이 비유는 저희에게만 말씀하신 것입니까? 저 사람들도 모두 들으라고 하신 것입니까?” 하고 묻자 42) 주께서 이렇게 대답하셨다. “어떤 주인이 한 관리인에게 다른 종들을 다스리며 제때에 양식을 공급할 책임을 맡기고 떠났다면 어떻게 하는 사람이 과연 충성스럽고 슬기로운 관리인이겠느냐? 43) 주인이 돌아올 때 자기 책임을 다하고 있다가 주인을 맞이하는 종이 아니겠느냐? 그 종은 행복하다. 44) 틀림없이 주인은 그에게 모든 재산을 맡길 것이다. 45) 그러나 만일 그 종이 속으로 주인이 더디 오려니 하고 제가 맡은 남녀종들을 때려가며 먹고 마시고 술에 취하여 세월을 보낸다면 46) 생각지도 않은 날 짐작도 못한 시간에 주인이 돌아와서 그 종을 동강내고 불충한 자들이 벌 받는 곳으로 처넣을 것이다. 47) 자기 주인의 뜻을 알고도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거나 주인의 뜻대로 하지 않은 종은 매를 많이 맞을 것이다. 48) 그러나 주인의 뜻을 몰랐다면 매 맞을 만한 짓을 하였어도 덜 맞을 것이다. 많이 받은 사람은 많은 것을 돌려주어야 하며 많이 맡은 사람은 더 많은 것을 내어놓아야 한다.”◆


[복음산책]  하느님나라를 위한 준비와 기다림


  오늘 복음을 묵상하기 전에 지난주일 복음의 내용을 잠시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지난주일 복음의 핵심적인 가르침은 “재산이 생명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12,15)는 것이었다. 재산은 오히려 탐욕을 불러와 생명을 더 위태롭게 할뿐만 아니라, 탐욕이 극에 달하면 영원한 생명은커녕 현실의 생명까지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어리석은 부자의 예화’를 들어 잘 가르쳐 주셨다. 부자가 자신이 가진 재물의 힘으로 현재의 삶은 보장받을 수 있으나 미래의 삶은 자기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미래는 하느님의 손에 있을 것이며, 누구든 생의 마지막 순간에는 빈손으로 그분 앞에 서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자들은 세상의 그 무엇보다도 먼저 하느님의 나라를 찾고 구하도록 불림을 받은 사람들인 것이다. 예수의 아버지께서 하느님의 나라를 제자들에게 기꺼이 주시기로 하셨다지만 아무런 노력 없이 그저 받을 수 없는 것이 하느님의 나라이다.


  오늘 복음은 아버지께서 기꺼이 주시려는 하느님의 나라를 합당하게 영접할 수 있는 방법을 보여준다. 그 방법은 준비와 기다림의 두 가지로 제시된다. 첫째는 준비로서, 도둑이 들거나 좀먹는 일이 없는 하늘의 창고에 재물을 쌓는 방법이다. 하늘에 재물을 쌓아야 하는 이유는 재물이 있는 곳에 우리의 마음이 함께 있기 때문이며, 그 방법은 자신이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자선(慈善)으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자선은 기도와 단식과 함께 신앙인의 기본 덕목이다. 둘째는 준비하고 있는 기다림이다. 허리에 띠를 띠고 등불을 밝히고 잘 기다려야 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책무를 소홀함이 없이 잘 수행하면서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베드로의 질문(41절) 전(前)과 후(後)에 배치된 두 가지 예화에서 더욱더 잘 드러난다.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주인을 맞이하기 위해 깨어 준비하는 종의 모습과 자기에게 맡겨진 일과 책임을 잘 관리하고 수행하고 있다가 생각지도 않은 때에 돌아올 주인을 맞이하는 종의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준비와 기다림은 특정한 누구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하느님의 나라를 영접할 모든 백성들, 특히 그 백성을 지도하는 책무를 맡은 자는 준비와 기다림에 더 큰 정성을 쏟아야 한다.(48절)     


  오늘 복음을 지난주일의 복음과 연결지어 생각하면 하느님 나라를 위한 준비와 기다림은 분명 현실적인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동시에 이는 인자의 재림을 위한 종말론적 의미를 제시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아울러 오늘 복음은 금방 있을 줄 알았던 인자의 재림이 지체되는 현상을 보이자 초조한 마음으로 우왕좌왕 했을 초대교회에 진정한 준비와 기다림을 가르치는 역할을 한다. 분명한 사실은 승천하신 예수께서 하느님 나라의 창건과 세상심판을 위해 다시 오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날과 그 시각이 언제일지는 아무도 모른다.(38절)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재림의 날과 시각이 아니라, 분명히 다시 오신다는 그분을 맞이할 준비와 기다림인 것이다. 준비와 기다림은 다가올 미래를 위한 것이지만 준비 속에는 다가올 것에 대한 믿음과 희망이 있으며, 기다림 속에도 기다림의 대상에 대한 믿음과 희망이 있다. 이는 곧 준비와 기다림이 막연한 미래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그 대상이 이미 현실 속에 존재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예수님의 다시 오심에 대한 믿는 이의 태도는 준비와 기다림뿐이다. 교회는 그 동안 2,000년의 긴 세월을 준비하고 기다려 왔고, 최종적인 그 날과 그 시각을 향하여 더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교회는 지난 세월동안 사라져간 사람들 안에서 그 날과 그 시각을 보았다. 이 말은 한 인간의 죽음이 바로 그 날과 그 시각이라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언제 죽을지 모를 뿐, 반드시 죽는다는 것은 다 안다. 그러므로 알 수 없는 죽음의 시점에 이르기까지 가난한 이들에게 대한 자선을 통하여 하늘에 재물을 쌓고, 허리에 띠를 띠고 등불을 켜놓고 기다리며 살아가는 것이다. 허리에 띠를 띠고 산다는 비유의 뜻은 항상 근면하게 일하고 남에게 봉사하는 자세를 말한다. 등불을 켜 놓고 산다는 비유는 자신 안에 죄악의 어두움을 몰아내고 밝게 살아가는 마음자세를 뜻한다. 이러한 자세로 살아가는 사람은 그가 생(生)을 마감할 때, 즉 주님이 다시 오실 때, 주님께서 그를 기쁨과 평화의 식탁에 초대하여 도리어 그에게 봉사해 주실 것이다.(37절) 그렇다면 재림하실 예수님과 그분의 나라를 향한 매일의 준비와 기다림은 우리 삶의 기쁨과 즐거움이 아니겠는가.◆[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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