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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장 사랑스러운 기도!
작성자황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04-08-10 조회수1,196 추천수4 반대(0) 신고

 

 

 

     

 

 

아랫 글은 언젠가 제가 자유 게시판에 썼던 글입니다.
저는 요즘 그 때 그 천사할머니와 같은 분을 뵙고 싶습니다.^^
주님 보시기에 가장 사랑스러운 기도는 많은 말이나 빈말을
하는 기도가 아닌 가장 가식없고 천진스러운 기도가 아닐련지요?
기도하고픈 갈망은 있지만 참 쉽지 않은 거 같습니다.
주님께 대한 영원한 숙제 같기도 하구요.^^
좋은 날 되십시오.


너희는 기도할 때에 이방인들처럼 빈말을 되풀이하지 말라.
그들은 말을 많이 해야만 하느님께서 들어주시는 줄 안다.
<마태오 복음 6, 7>

나는 늘 좀 일찍 서둘러 성당에 가는 습관이 있는데
언제나 나 보다 더 먼저 성당에 오시는 할머니 한분이 계신다.
연세 지긋하신 할머님으로 불도 켜지지도 않고 아무도 없는
그 큰 성당에 언제나 맨 먼저 그 자리 그 곳, 
늘 당신이 즐겨 앉으시는 자리에 혼자 앉아계신다.
가끔씩 내가 먼저 성당에 오는 경우도 있는데
늘 할머님은 성당에 오시자 마자 제대앞에 나오셔서
아주 편하시게 신발을 벗으시고 십자가의 기도를 하시곤 한다.

할머님이 성당에 오셔서 유일하시게 하시는 기도는 신발을
벗으시고 아주 편한 자세로 십자가 기도를 하시는게 전부다.
그리고 십자가 기도를 마치신 후 할머님은 할머니의 자리에 가셔서
두 팔을 베개로 삼으시고 이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마치 당신의 방에 누우신 것처럼 편하게 누워 계시거나 혹은
신발을 벗으신 채 의자에 올라 앉아 그냥 앉아 계신다.
그리고 가끔씩 내게  이런 질문을 하신다.
"얘야, 오늘 미사 있니?" "네, 있어요. 할머니."
하고 내가 대답해 드리면 못내 안심하신 표정으로 또 팔벼개를
하시고 누워 계시거나 아주 편한 자세로 앉아 계신다.

나는 할머님의 주름진 얼굴과 입술이 굳게 다물어져 있거나
침묵하고 있다곤 한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데, 늘 할머니 입술엔
벙긋한 웃음과 천진한 미소 그리고 아주 편안스러운 안식이
담겨 있다. 자주 성당안에서 나를 만나시지만 할머님은 내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신다. 그렇지만 내가 뒤를 돌아 보았을 때나
할머니와 마주칠 때 먼저 나를 반기는 건 늘 웃고 계시는 할머니의
편안한 미소의 눈웃음이다. 할머님은 늘 먼저 그리고 언제나
편안한 미소로 내게 먼저 인사를 건네신다.

나는 성당에 와서 늘 할머님을 뵐 때마다 위로와 편안함과
기쁨을 느낀다. 가장 편안하고 꾸밈없고 자유스러운 자세와 표정으로

 

팔벼개를 하시고 의자에 누워 계시는 할머니의 모습을 뵐때 마다
나는 지금 할머님이 주님께 온몸으로 기도를 드리고 있다고 느껴진다.
온몸으로 가식 없이 가장 편안한 자세로...
할머님 자신을 봉헌하고 있는 기도...!

또 나는 할머니처럼 편하고 자유스럽게 십자가의 기도를 드리는 분을
거의 뵌 적이 없다. 할머님이 어두운 성당에 홀로 앉아 계시거나
또는 누워 계시거나 아주 편하게 십자가의 기도를 드리는 모습을
뵐 때마다 나는 내 마음이 편해지고 왠지 모를 위로를 받는다.
십자가의 기도를 드리시는 할머님의 구부정한 뒷모습은 꾸밈도 없고
그저, 그저 편안함을 느끼게 해준다. 할머니는 할머니 나름대로
할머니가 하실 수 있는 기도를 하신다. 나는 할머니의 움직임
그 모든게 기도로 느껴진다. 어느 누가 성당에 와서 저렇게
세상 편하게 누워 계실 수 있을건가?
그리고 늘 내게 하시는 같은 질문 "얘아, 오늘 미사있니?"

매주 일요일, 역시 할머님은 벙긋한 미소를 머금으시고 성당 마당에
들어오신다. 할머님이 성당 마당에 들어오실 때마다 성당안에
할머니의 편안하고 천진한 미소의 향기가 번지는 걸 느끼며
나는 또 "천사 할머니"가 오신다고 속으로 빙그레 웃는다.
나는 언제부턴가 그 할머니를 "천사 할머니"라고 부르게 되었다.
가까이서 가만히 얼굴을 들여다 보면 주름진 굴곡마다에서
풍겨나오는 은은한 미소들이 배어 나오는데 나는 정말 할머니
얼굴은 그냥 세상에서 가장 "이쁘시다"고 느껴진다. 
오늘도 "이쁜 얼굴"을 하신 "천사 할머니"!
나는 천사 할머니를 뵐때마다, 늘 내게 주시는 주님의 사랑과
위로와 자유스러움 그리고 주님의 현존을 체험하곤 한다. 
그래서 나는 늘 기쁘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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