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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죽지 못한 밀알과 죽은 밀알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4-08-10 조회수1,231 추천수4 반대(0) 신고

8월 10일 (화)요일 (요한 12, 24-26)

 

"정말 잘 들어두어라.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아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24절)

 

자연의 이치를 비유로 들어서 오늘 저에게 말씀하고 계십니다. 제 안일함에 죽고, 제 나태함에 죽고, 제 욕심에 죽고, 제 집착에 죽으라고....

 

예, 그렇습니다. 주님, 이러한 것들에 죽지 못해서 부자유한 제 머리와 제 마음과 제 두손에 당신의 낫게 하시는 기름을 부으시어 제 존재안에 깊이 스며들게 하소서!

 

죽지 못한 밀알들은 한 알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니라, 죽어야 할 것들이 몸속에 남아 있으면서 돌처럼 단단해지며 질병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주님, 제 머리에 기름을 부으시어, "당신의 성령에 반대되는 그 어떠한 벽이나 장애들로부터 제 마음이 놓여나게 하소서."

 

주님, 제 가슴에 기름을 부으시어, "사랑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나의 능력을 방해하는 제 마음의 상처를 낫게 하소서."

 

주님, 제 두 손에 기름을 부으시어, "움켜쥐고 소유하려는 욕망에서 나를 놓여나게 하시어  나의 재능을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의 봉사를 하는 데 사용할 수 있도록 나의 두 손을 완전히 자유롭게 하소서."

 

어제의 일입니다. 2004년도 신학기에 새로 부임한 미술 선생님이 6월경에 갑자기 해외 연수를 가시는 바람에 유치원을 그만 두시고 후임교사를 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어려움끝에 경력이 많은 교사가 정해져서 말없이 근무를 잘 해왔는데 어저께 갑자기 말도 없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머리가 무거워서 침을 맞고 있던중에 이 소식을 접하자 몸과 마음이 힘들어졌습니다. 유치원에 돌아와 교사를 알아보자 별로 사람이 없었습니다. 점심도 입맛이 없어져, 물을 말아서 밥을 먹고, 우선 어제 하루 유아들을 지도해주기 위해 나온 딸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어쩔수 없다, 교사가 구해지지 않아서 유치원이 타격을 받고, 어렵게 되어도 하느님의 뜻이면 받아들여야하지 않겠느냐?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겨야 하지 않겠느냐?" 고 완전히 제 뜻을 포기했습니다. 그러자 마음이 좀 담대해졌습니다.

 

정오가 지나서 면접을 온 선생님은 당장은 의외라 받아들이기가 어려우니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하였습니다. 모든 것이 막막하기만 하였습니다.

 

오후5시경에 의외로 낮에 면접을 다녀간 선생님으로부터 내일부터 근무하겠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터라 너무 반가웠습니다. 지금까지 교사를 구해보았던 중에 제일 쉽게 결정이 되었습니다.

 

오후에 성당에 들러 아침에 다하지 못한 성체 조배를 하면서, (요한 20, 19-23)말씀을 묵상하는 가운데 "당신들에게 평화를 빕니다!" 라고 하시는 그분의 말씀이 나의 내면 깊이 흡수되도록 하면서, 나의 두려움, 의혹, 분노등이 숨을 내쉬며 놓여나도록 기도 하자 가슴에 얹혔던 체기가 뚤렸습니다.

 

오늘 아침에 조회시간에, 새로오신 선생님이 성당에 다니는 교우인 것을 알고 더 반가웠습니다.

 

이렇게 제 뜻에 죽고 하느님께 맡겨드렸을 때, 하느님께서 함께 해 주심을 체험한 소중한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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