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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 의인이신 예수께서 죄인들과 함께...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4-08-11 조회수1,249 추천수6 반대(0) 신고
 

◎ 2004년 8월 11일 (수) - 성녀 클라라 동정 기념일


▣ 성녀 클라라 (1193-1253) 동정


  오늘 축일의 주인공인 성녀 클라라는 1193년 이탈리아 페루지아현 아시시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무 어려움 없이 자라온 클라라가 15세에 이미 결혼을 포기한 것은 1211년 프란치스코 성인(1182-1226)을 만나기 위한 서곡이었던가? 그녀는 성인의 청빈사상에 크게 감동을 받고, 1212년 주님 수난 성지주일 밤, 포르지웅콜라 소성당에서 삼단 머리를 자른 후 화려한 옷을 벗어 던지고 모직 옷에 밧줄을 매고 수도서원을 올렸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클라라를 베네딕토 수녀원에 보냈다. 뒤늦게 소식을 접한 아버지와 삼촌들의 만류도 클라라의 집요함을 꺾을 수 없었고, 얼마 후 두 여동생도 언니를 따라 나섰으며, 부친의 사망 후에는 어머니까지 클라라의 정신을 따라 수도의 길로 들어선다. 이것이 나중에 프란치스코 성인의 지도로 클라라가 1243년 독일의 레겐스부르크에 창립한 클라라 관상수녀회의 시작이었다. 프란치스코가 클라라에게 조그만 ‘성 다미아노’ 수도원을 지어주니 이곳이 클라라 성녀를 따르는 자매들의 고향이 되었다. 이들은 철저한 청빈생활과 엄격한 수도규율로 서민들의 귀감을 쌌다. 당시 기록들은 성녀 클라라를 칭찬하는 글들로 가득하다. 성녀의 마지막 27년간은 투병의 수도생활이었지만 항상 기쁨과 평화를 잃지 않았고, 많은 고위 성직자와 당시 이노첸스 4세 교황까지도 친히 방문하여 성녀의 침상에서 영적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성녀는 1253년 8월 11일 선종하기 직전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고 전해진다. “평화로이 출발하시오. 왜냐하면 당신은 좋은 길을 걸어왔습니다. 두려움 없이 가시오. 당신을 창조하신 그분께서 당신을 거룩하게 만드셨으며 항상 당신을 보호하셨고 어머니처럼 당신을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축복 받으소서, 나의 하느님. 당신께서 나를 창조 하셨기 때문입니다.” 클라라 관상수도회는 1972년 6월 우리나라의 제주도 이시돌 목장에 처음 진출하여 현재 제주와 전주교구 두 곳에 있다.◆


[오늘의 복음]  마태 18,15-20

<그가 말을 들으면 너는 형제 하나를 얻는 셈이다.>


  15) “어떤 형제가 너에게 잘못한 일이 있거든 단둘이 만나서 그의 잘못을 타일러 주어라. 그가 말을 들으면 너는 형제 하나를 얻는 셈이다. 16) 그러나 듣지 않거든 한 사람이나 두 사람을 더 데리고 가라. 그리하여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의 증언을 들어 확정하여라.’ 한 말씀대로 모든 사실을 밝혀라. 17) 그래도 그들의 말을 듣지 않거든 교회에 알리고 교회의 말조차 듣지 않거든 그를 이방인이나 세리처럼 여겨라. 18) 나는 분명히 말한다. 너희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도 매여 있을 것이며 땅에서 풀면 하늘에도 풀려 있을 것이다. 19) 내가 다시 말한다. 너희 중의 두 사람이 이 세상에서 마음을 모아 구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는 무슨 일이든 다 들어주실 것이다. 20) 단 두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


[복음산책]  의인이신 예수께서 죄인들과 함께...


  성서학자들에 의하면 마태오복음 18장은 교회공동체를 위한 설교집성문으로 통한다. 공동체설교에는 모두 7개의 교회규범이 들어있다. 그 7개를 차례로 살펴본다면 다음과 같다. ① 어린이처럼 자신을 낮추어라(1-5절), ② 남을 죄짓게 하지 말라(6-9절), ③ 보잘것없는 이들을 업신여기지 말라(10절), ④ 율법상의 죄인들과 윤리상의 죄인들을 소외시키지 말라(12-14절) -> 잃은 양을 되찾고 기뻐하는 목자의 비유 삽입(12-13절), ⑤ 잘못을 저지른 형제를 바로잡아 주라(15-17절) -> 매고 푸는 권한 확대(18절), ⑥ 두 명 이상 함께 아버지께 청하라(19-20절), ⑦ 몇 번이고 용서하라(21-22절) -> 무자비한 종의 비유 삽입(23-35절)이 그것이다. 오늘 복음은 잘못을 저지른 형제를 바로잡아 주라는 것과 두 명 이상 함께 아버지께 청하라는 규범에 관한 예수님의 말씀이다. 언뜻 보기에 오늘 복음의 두 규범은 서로 다른 내용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두 규범을 서로 연결하여 생각해 볼 수도 있다.


  형제가 ‘너에게’ 잘못을 저지르면 우선 가해자와 피해자가 단둘이 만나서 그 잘못을 타일러 주는 것이 첫 번째 할 일이다. 여기서 ‘너’는 제자들을 가리킨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잘못은 당사자에게만 국한된 잘못이 아니라 교회와 관련된 잘못이다. 물론 한 신자의 모든 잘못은 그것이 공적이건 사적이건 간에 교회 전체와 관련이 있으며, 나아가 하느님과 관련이 있다. 잘못을 한 형제가 타이르는 말을 들으면 일단 거기서 사건은 마무리되지만 말을 듣지 않을 경우는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복수증인을 택하라는 것이다. 증인을 복수(複數)로 택하라는 지시는 이미 유다인들 사이에 널리 통용되는 관습이다.(신명 19,15) 죄인이 증인들의 말도 듣지 않을 경우는 3단계로 넘어간다. 즉 교회 앞에 데려가라는 것이다. 여기서 교회는 마태오복음공동체를 의미하는 지역교회를 말한다. 죄인이 교회당국의 말도 듣지 않으면 최종 단계로 넘어간다. 최종단계는 죄인을 이방인이나 세리처럼 여겨 지역교회에서 추방하거나 파문하는 것이다. 유대인들이 다른 신을 믿는 이방인들이나 로마제국을 위한 세리들을 업신여기고 냉대하며, 그들과 절연(絶緣)하는 것은 당연한 태도였다.(마태 5,46-47; 6,7 참조) 그러나 예수께서는 바로 이런 부류의 사람들과 친구로 지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마태 11,19) 교회당국이 최종적으로 죄인을 추방하고 파문하는 권한은 베드로에게 주어진 매고 푸는 권한(마태 16,19)을 상기시킨다. 그런데 여기서 마태오는 이 권한을 제자들 모두에게 확대시키고 있으며, 나아가 교회 전체에까지 확대시키고 있다.(18절) 그 이유는 무엇일까?


  잘못한 사람을 단죄(斷罪)하는 일은 이미 산상설교를 통해서 금지되었다.(마태 7,1-5) 그 이유는 자신도 단죄 받기 않기 위함이며, 하느님 앞에 어느 누구도 죄인이 아닌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태오가 매고 푸는 권한을 교회 구성원 모두에게 확대시키는 것은 그 권한을 제한하려는 역설(逆說)이다. 내가 땅에서 매거나 풀면, 하느님께서도 하늘에서 매거나 푸실 것이기 때문에 함부로 그렇게 하지 말라는 것이다. 마태오가 비록 자신의 공동체를 위하여 한 죄인을 다루는데 1~3단계의 과정을 제시하고 최종단계로 파문을 지시하고 있지만, 마태오 자신은 공동체 안에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죄인을 바로잡아 주라’는 규범은 ‘둘 이상 함께 아버지께 청하라’는 규범과 연결된다. 즉 죄인을 만나서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함께 기도하라는 것이다.(19-20절) 따라서 둘 이상 예수님의 이름으로 모여 아버지께 청하면 무슨 일이든 다 이루어진다는 것이 오늘 예수님의 복음(福音)이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모인 그곳에는 예수께서 함께 계신다는 것은 이방인과 세리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을 친구로 대하시고 사랑하시는 예수께서 사람들과 함께 아버지께 기도하신다는 말이다.


  교회 안에는 의인들과 선인들이 많다. 하지만 지상교회는 그들만의 교회가 아니다. 교회 안에는 언제나 죄인들이 공존한다. 누가 죄인인지는 다른 사람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가 결정한다. 교회의 의인들은 보통 스스로를 죄인으로 여기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교회 안에는 죄인들뿐이다. 따라서 교회가 해야 할 일은 죄인들을 골라 최종적인 처방전을 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죄인인 자신들을 위해 함께 기도하는 것이다. 죄인인 우리가 함께 모여 자신을 위하여 기도하면 그 안에 오로지 의인이신 예수께서 함께 기도하시기 때문에 그 기도는 꼭 이루어진다. 사랑하는 아들의 기도를 아버지께서 외면하실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모든 기도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아버지께 비는 것이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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