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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조상 탓?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4-08-14 조회수1,060 추천수1 반대(0) 신고

 

독서: 에제 18,1-10.13ㄴ.30-32
복음: 마태 19,13-15

이스라엘 백성의 최악의 재앙인 바빌론 유배. 이같은 고통을 당하는 것이 누구의 탓인가? '아비가 설익은 포도을 먹으면 아이들의 이가 시큼해진다.' 당시 이스라엘에는 이같은 속담이 퍼졌다. 결국 자신들의 탓이 아니라 조상들의 탓, 민족 공동체의 탓이라는 뜻이다.(=예레 31,29)

인간의 불행은 공동체의 책임인가? 아니면 개개인의 책임인가? 하는 이 오래된 질문에 대해 이스라엘 민족들은 예로부터 두 가지를 다 병행해 설명했다. 그러나 시대의 필요성에 따라 어느 한쪽 부분을 더 부각시키기도 하였다. [더 자세한 안내는 논문 '개별 책임성에 대한 에제키엘의 가르침', 김건태 참조]

오늘 독서에서 에제키엘 예언자는 자신들의 불행을 조상들의 탓으로만 돌리면 안된다는 것을 지적한다. 이스라엘은 전 민족적으로 범죄하여 몰락하게 되었으나 백성 각자도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백성 하나 하나가 곧 국가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예언자 에제키엘이 가뜩이나 불행을 당한 사람들에게 굳이 가혹하게 '네 탓'이라고 찔러주고 있는 까닭은 자기의 탓임을 느끼고 회개하는 인간, 그것을 자각하는 민족만이 하느님 앞에 다시 설 수 있기 때문이다.

"거역하며 저지르던 죄악을 다 벗어버리고 새 마음을 먹고 새 뜻을 품어라. 이스라엘 족속들아, 너희가 죽다니 될 말이냐? 죽을 죄를 지은 사람이라도 사람이 죽는 것은 나의 마음에 언짢다. 주 하느님이 하는 말이다. 살려느냐? 마음을 고쳐라."

그렇다. 그러니 이제라도 각자가 삶을 택할 것인지 죽음을 택할 것인지 책임있는 결정을 해야한다는 말이다. "바로 살면 바로 산 보수를 받고, 못된 행실을 하면 못된 행실의 보수를 받는다"(18,20). 바로 산다는 것은 오늘 독서에서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듯이 하느님의 법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다. 하느님의 법이 무엇인가?

마태오복음에 따르면 예수는 하느님 법의 완성자이시다. 예수께서 제시하시는 법은 한결같이 세상 것과는 완전히 가치가 전도된 것이다. 섬기는 자와 섬김을 받는자, 꼴찌와 첫째, 목숨을 내놓는 자와 목숨을 살리려는 자, 자기를 버리는 자와 자기를 고집하는자. 후자들은 세상이 추구하는 가치들이고 전자들은 예수께서 제시하시는 새로운 가치들이다.

마태오 19-20장은 이러한 새로운 가치의 삶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장이다. 즉 형식적인 이혼장만 있으면 여자를 내치는 일이 얼마든지 가능했던 당시의 가치를 뛰어넘고, 하느님의 일을 위해서 스스로 결혼하지 않는 삶을 선택할 수 있음도 알려준다.

이어서 오늘 복음의 내용과 부자청년의 예화, 그리고 뒤늦게 일에 참여한 '포도원 일꾼의 비유’, 그리고 '섬기는 자가 다스린다’는 내용들이 바로 그런 가치전도의 삶이라는 큰 맥락 속에 연달아 자리잡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오늘 복음의 '어린이'를 이해하자면 다음에 이어지는 부자청년과는 그 입장이 완전히 반대이다. 즉 가진 것 없는 작은 이(어린이)와 가진 것이 많은 큰 사람(부자)의 대비이다. 전자는 축복을 받으나, 후자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판결을 받는다.

오늘 기리고자 하는 막시밀리안 콜베 신부는 어떤 사람인가? 그는 하느님의 일을 위해 결혼하지 않는 삶을 선택한 사람이다. 목숨을 스스로 내놓은 사람이다. 자기를 버린 사람이다.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이다. 이 세상과는 전혀 다른 가치로 살아간 사람이고 예수님의 가치로 살아간 사람이다.

 

그는 바빌론 유배보다 더한 민족적 재앙을 겪은 사람이지만 그 아우슈비츠의 지옥 속에서도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법을 실현시킨 사람이다.

그는 비록 몇 년 일찍 세상을 떠났으나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 가운데 살아있다. 그가 사람들 마음 안에 영원히 살아있을 것도 물론 이겠지만 하늘나라에서 백배의 상을 받고 영원한 생명을 얻었을 것이라는 사실(19, 29)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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