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우리가 함께 하다
작성자임동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4-08-21 조회수883 추천수3 반대(0) 신고

  한 음악가가 유서깊은 성당에서 화려한 연주회를 했다. 휴식시간이 되어 그가 오르간 뒤쪽으로 가자 거대한 오르간에 공기를 넣기 위해 펌프질을 하던 늙수그레한 남자 역시 쉬는 짬을 이용하여 파이프 담배를 피우며 빙그레 웃었다.

  “우리의 연주회가 정말 대단하지요. 그렇지 않아요?”

 천재 음악가는 자신과 대등한 위치로 올라서려는 그의 시각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노인장, 우리라니 그 말이 대체 무슨 뜻이오? 연주하는 사람은 나란 말이오!”

  이윽고 무대로 나간 그는 청중이 잠잠해지자 양손을 높이 들어올렸다가 내리며 오르간을 쳤다. 그런데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황급히 오르간 뒤로 달려간 그는 남자가 여전히 파이프 담배를 물고 있는 광경을 보았다. 그때서야 천재음악가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 당신 말이 맞소. 이 연주회는 우리가 함께 하는거요.”

                                   <느낌이 있는 이야기>  열림출판사.  프랭크미할릭 지음.

 

  우리 자신의 힘으로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답니다.

  엊그제 시원하게 내리던 빗방울 하나, 바람에 한들거리는 풀 한포기 하나, 밥 한끼 먹는 것 하나, 그리고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서 글 몇 줄 써서 올릴 수 있는 것도 나 혼자의 힘만으로는 어찌 할 수 없는 것이지요.

  성당에서 어떤 행사를 한다든지, 성당 공동체가 잘 굴러가는 것(?)도 유능한 사목위원이나 단체장이 잘 했다기보다는 다양한 공동체 구성원들의 힘이 모아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겠지요.

  그런데 우리는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들에 매달려 고민하고, 한탄하고, 진을 빼고 있지는 않는지요?   내가 할 수 있는 일, 정말로 중요한 일을 먼저 해야하지 않을까요?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

  그래서 오늘도 따뜻한 밥 한 상 차려주는 아내, 방학동안 신나게 뛰어놀고 개학을 맞이하여 밝게 인사하며 등교하는 아들들, 아파트 주위에서 마주치는 이웃 사람들, 특히 눈부시게 밝은 햇살, 시원한 산들바람, 파란 하늘이 주님을 찬미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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