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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 산채로 껍질이 벗겨진 성인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4-08-24 조회수1,541 추천수5 반대(0) 신고
 

◎ 2004년 8월 24일 (화) - 성 바르톨로메오 사도 축일

    

[오늘의 복음]  요한 1,45-51

<이 사람이야말로 정말 이스라엘 사람이다. 그에게는 거짓이 조금도 없다.>


  45) 그가 나타나엘을 찾아 가서 “우리는 모세의 율법서와 예언자들의 글에 기록되어 있는 분을 만났소. 그분은 요셉의 아들 예수인데 나자렛 사람이오.” 하고 말하였다. 46) 그러나 그는 “나자렛에서 무슨 신통한 것이 나올 수 있겠소?” 하고 물었다. 그래서 필립보는 나타나엘에게 와서 보라고 권하였다. 47) 예수께서는 나타나엘이 가까이 오는 것을 보시고 “이 사람이야말로 정말 이스라엘 사람이다. 그에게는 거짓이 조금도 없다.” 하고 말씀하셨다. 48) 나타나엘이 예수께 “어떻게 저를 아십니까?” 하고 물었다. “필립보가 너를 찾아 가기 전에 네가 무화과나무 아래 있는 것을 보았다.” 예수께서 이렇게 대답하시자 49) 나타나엘은 “선생님, 선생님은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이스라엘의 왕이십니다.” 하고 말하였다. 50) 예수께서는 “네가 무화과나무 아래 있는 것을 보았다고 해서 나를 믿느냐? 앞으로는 그보다 더 큰 일을 보게 될 것이다.” 하시고 51) “정말 잘 들어 두어라. 너희는 하늘이 열려 있는 것과 하느님의 천사들이 하늘과 사람의 아들 사이를 오르내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다.◆


[복음산책]  산채로 껍질이 벗겨진 성인


  오늘 교회가 공경하고 축하하는 성 바르톨로메오는 공관복음서가 기록한 12 제자의 명단에 들어 있다. 예수께서는 인류구원을 위한 본격적인 공생활을 시작하시면서 사람들을 제자로 불러 당신을 따르게 하시고, 그 중에서 열둘을 뽑아 사도로 삼으셨으니, 12사도의 이름은 시몬 베드로, 제베대오의 아들 야고보, 야고보의 동기 요한, 베드로의 동생 안드레아, 필립보, 바르톨로메오, 마태오, 토마,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 타데오, 열혈당원 시몬, 그리고 가리옷 사람 유다이다.(마르 3,13-19; 마태 10,1-4; 루가 6,12-16; 요한 1,35-51 참조) 그런데 바르톨로메오 사도 축일에 필립보와 나타나엘이 등장하는 요한복음의 대목을 오늘 복음으로 듣게 되는 이유는 성서학자들이 나타나엘과 바르톨로메오가 이명(異名)동인(同人)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는 갈릴래아 지방 가나 출신으로 우선 베드로의 동생 안드레아와 필립보와 함께 세례자 요한의 제자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요한복음은 바르톨로메오를 나타나엘로 기록하고 있으며, 부활하신 예수와 일곱 제자와의 만남에서도 이름을 거명하고 있다.(요한 21,2)


  다른 사도들과 마찬가지로 바르톨로메오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복음서를 제외하고는 아무 데도 없다. 그러나 전해오는 바에 의하면 바르톨로메오 사도는 성령강림이후 이집트, 페르시아와 인도에까지 복음을 전하였고 병자들과 마귀 들린 사람들을 치유해 주었다고 한다. 한번은 성인이 아르메니아 폴리미오스 왕의 마귀 들린 공주를 치유해 준 일이 있었는데, 이 때 왕은 궁궐의 거짓 신상들을 모두 부수고 모든 사람들을 그리스도교로 개종시켰다고 한다. 이에 분노한 왕의 측근이 수백 군대를 풀어 성인을 잡아 가두고 심한 고문을 한 후 산채로 살갗을 벗기고 십자가형에 처했다고 전해진다. 이 이야기가 막연한 전설이 아니라는 것은 미켈란젤로(1475-1564)가 시스티나 성당에 그린 벽화 중 ‘최후의 심판’에서 드러난다. 미켈란젤로는 33살의 나이에 율리우스 2세 교황의 위촉으로 4년 반의 공을 들여 ‘천지창조’를 완성한 후 22년이 지난 59살에 클레멘스 7세 교황의 위촉으로 거대한 ‘최후의 심판’을 그리게 된다. 이 벽화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표현되는데 심판자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그 옆에 성모 마리아, 그리고 그리스도의 발아래 있는 두 사람의 성자(聖者) 중에서 오른쪽 성자가 벗겨진 사람의 피부껍질을 들고 있다. 이것이 바로 그렇게 순교한 바르톨로메오 성인을 말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 얼굴이 미켈란젤로 자신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한다.


  세례자 요한의 제자였던 나타나엘이 필립보의 도움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어 일생을 그리스도를 위해, 그리고 마지막 죽음을 스승이신 그리스도처럼 받아 천상의 월계관을 쓰게 된 것은 모두 그리스도와의 만남에서 시작되었다. 사람은 이 세상에 태어나서 맨 처음 부모를 만나고 형제를 만나며, 이웃을 만나고 스승을 만나며, 매일매일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과 사귀며 친구가 된다. 때가 되면 부부의 만남으로 서로를 내어주는 가정을 이루게 된다. 유대교의 철학자 마르틴 부버(1878-1965)는 ‘너와 나의 만남’으로서 인간은 전인격적 완성을 도모한다고 했다. 그렇다. 오늘 예수와 만난 나타나엘은 예수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맡기고 예수를 따르며 예수를 가르치고 마지막에는 예수처럼 십자가에 죽음으로써 자신의 삶을 완성하였다. 오늘 복음에서 보듯이 나타나엘이 필립보의 도움으로 예수께 오기도 전에 예수님은 나타나엘을 알고 계셨다. 예수께 대한 나타나엘의 신앙고백도 말뿐만은 아니었다. 당장은 말로 된 신앙고백일망정 그는 순교로 이를 증언하였다. 중국사기(史記)에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는다.”고 했듯이 예수의 죽음은 나타나엘을 위한 죽음이었고, 나타나엘의 죽음은 예수를 위한 죽음이었다. 이는 신(神)이 인간을 위하여 죽은 것이고, 인간이 신을 위하여 죽은 셈이다. 나아가 예수도 바르톨로메오도 나를 위하여 죽은 셈이 아니겠는가. 우리 또한 성인을 본받아 예수님과의 만남을 소중히 여기며 내가 만나는 이웃을 위해 살도록 힘써야겠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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