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에 대한 가르침

너희는 단식을 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침통한 얼굴을 하지 말아라

그들은 단식한다는 것을 남에게 보이려고 얼굴에 그 기색을 하고 다닌다

이것은 그 당시의 바리사이들을 겨냥해서 하신 말씀입니다

이 말씀은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척하지 말아라' '내숭떨지 말아라' 하는 식으로 해석을 하시면 되겠습니다

기도하는 척, 공부하는 척, 무엇인가가 되는 것처럼 척하는 것은 왜 그런 것인가?

첫 번째는 마음이 공허해서 입니다

즉 사람들로부터 충분한 지지와 인정을 받지 못한 인정 결핍증이란 병에 걸린 사람들,

마음이 춥고 공허한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자 할 때에 척하는 것입니다

나중에 들통이 난다하더라도 순간의 기쁨을 맛보고자 하는 욕구가 강할 때 대개 이런 방법을 사용합니다

이런 분들은 대체로 자신이 망가지는 것을 싫어하고, 자신은 세속에서 멀리 떨어진 사람처럼 행동합니다

그래서 존경도 받지만 왕따도 쉽게 당합니다

두 번째는 자신 안의 어두움 부분, 남들에게 보여주기 싫은 부분이 있을 때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하여 과도하게 척하는 행동을 합니다

예를 들면 집에서 난장판으로 하는 사람이 밖에서는 아주 우아하게 행동하는 것과 같습니다

자신 안의 어두움이 강할수록 자신 안에 자신이 미워하는 것들, 열등감들이 많을 때 이것을 막기 위한 노력은 가히 필사적입니다

세 번째는 현실적인 자기 자신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이 도달하기 어려운 이상적인 자아만을 추구를 할 때

착한 척, 겸손한 척, 부드러운 척 하는 것이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대개는 이런 태도를 보이면 많은 사람들이 넘어갑니다

그러나 본인 자신은 자신 안의 넘쳐 나오려는 어두운 에너지를 누르느라고

신경증이란 병에 걸릴 정도인 것입니다

이런 척하는 병에 걸린 사람들에게는 기도도, 단식도, 봉사도

다 자신 안의 문제를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게 하려는 방어기제가 되고 맙니다

즉 내가 마음을 다하여 진심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자신의 마음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모른 채 사는 분들의 특징이 무엇인가?

다른 사람들이 내게 하는 말에 대하여 심하게 분노하거나 실망하거나 좌절합니다

즉 남이 하는 말에 잘 흔들리고,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 평가하는 것에 아주 예민한 것이 특징입니다

그럼 왜 이렇게 척하는 삶을 살게 되는 것인가?

사람의 마음은 누누이 말씀을 드렸지만, 아이 같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어린 시절에 부모님들이 아이의 감정표현을 잘 받아주고

부드러운 피이드백을 주셨으면 아이가 남의 눈치 보지 않고 건강하게 자랐을 텐데,

그렇지 못하고 즉 아이들이 자기감정을 받아주는 사람이 없거나

자기감정 표현에 대하여 거부를 당하고 자라왔을 경우에

자신의 마음 그대로를 표현을 못하고

자꾸만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는,

자신의 감정보다 남의 이목을 더 생각하는 그런 삶을 살게 된다는 것입니다

즉 이쁜 척, 착한 척을 하는 그런 삶을 살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습관이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계속되어 콤플렉스가 되고 마는 것입니다

그럼 이런 척을 하지 않고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는 그런 연습을 해야 합니다

즉 기도를 하더라도 정직하게 아이처럼 기도를 해야 합니다

너무 이쁜 척하지 말고, 말 그대로 인간적인 기도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신 안의 가장 기쁘고 보기 좋은 감정부터 자신 안의 가장 보기 흉한 감정까지

다 경험을 하고 표현해야 주눅 들고 눈치 보는 그런 상태에서 벗어날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화를 내시라고, 웃으시라고,

경직된 기도생활을 하지 마시라고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인 것입니다

-도반신부님 강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