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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세상에서 가장 억울한 사나이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4-08-28 조회수1,430 추천수4 반대(0) 신고

독서: 1고린: 1,26-31
복음:  마태 25, 14-30

 

예전엔 공부를 잘하면 별다른 재주가 없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래서 소위 공부벌레라고 불렀는데 요즘은 공부는 기본이고 악기 하나 정도는 연주할 수 있고, 운동도 만능에다 멋지게 놀기까지 잘해서 인기 캡짱인 아이들이 허다한 세상이다.
대개 이런 아이들은 얼굴까지 잘 생겨 보인다.

 

도대체 불공평하기가 이를데 없다. 한쪽에선 공부가 안되니 다른 재능을 개발해 주어야 할텐데, 그것도 쉽지 않아서 고민인 아이도 있고, 또 다른 쪽에선 시키는 것마다 모두 잘해서 무엇을 전공으로 골라야 할지 고민인 아이도 있으니 말이다.
이럴 때 안되는 쪽에선 하늘이 원망스러운 것은 당연하다.

 

한 달란트 달랑 받은 사나이의 심정이 바로 이랬다.
감사할 게 있어야 신이 나서 <곧> 나가 활용을 해보지 않겠는가?
소심한 그는 그것마저 까먹을까 주눅이 들어 우물쭈물 파묻어놓기 십상이다.

그런데도 주인은 저간의 사정은 아랑곳 않고, 많이 받아 많이 불려놓았다고 신이 난 녀석들에게는 '착하고 충성스러운 종'이라고 칭찬마저 하고 있으니...

 

처음엔 해 놓은 것 없어 풀이 죽어 있던 한 푼짜리 종은 슬슬 화가 치밀었나보다.
자기에게 맡겨놓은 한 푼을 보란듯이 도로 내놓으며 "저는 주인께서 심지 않은 데서 거두시고 뿌리지 않은 데서 모으시는 무서운 분이신 줄 알고 있었습니다." 
주인에 대한 원망과 비난과 도전이 철철이 배어있는 말이다.

 

"그래서 두려운 나머지 저는 주인님의 돈을 가지고 가서 땅에 묻어 두었습니다. 보십시오. 여기 그 돈이 그대로 있습니다."
'자, 내 책임이 아니라 워낙 짜게 주신 당신 책임입니다. 고대로 가져가시죠!'라는 말이다.

 

"누구든지 있는 사람은 더 받아 넉넉해지고 없는 사람은 있는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저 쓸모없는 종을 바깥 어두운 곳에 내쫓으라."
주인의 불호령이 쏟아진다.

 

어떻게 이것이 자비로우시고 공의로우시다는 하느님의 모습일까?
소외되고 가난한 이의 편이라는 하느님께서 부익부 빈익빈의 불합리한 세상을 두둔하시다니.
가진 자에게 더 많이 베풀고 없는 자의 것을 빼앗으시다니 어찌된 일인가?
세상에서 가장 억울한 사람 하나가 탄생했다.

 

'심판이란 콩 심은데 콩나게 하고 팥 심은데 팥나게 하는 것'이라는 이현주 목사의 글을 본 적이 있다.
심은 대로 거두게 하는 것이 무슨 대단한 일인가?
별 것 아닌것같아도 그것은 분명 대단한 희망을 주는 일이다.
적어도 자신이 노력한 만큼의 댓가만 고스란히 거두어드릴 수 있어도 얼마나 살기 좋은 세상인가?
바꾸어말하면, 세상은 그렇게 자연스럽고 상식적인 일마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오늘 비유의 주인의 모습을 유심히 보라.
그분은 '콩 심은데 콩나게 하고, 팥 심은데 팥나게 하는' 바로 그런 분이시다.
그분은 능력에 맞는 결실을 원하시는 분이시지 결코 다른 이의 능력과 비교 평가하시지 않으시는 분이다.

 

다섯 개의 달란트를 받은 사람이나 두 개의 달란트를 받은 사람이나 <똑같은> 칭찬을 받고 있음을 눈여겨 보아야 한다.
두 개의 달란트를 받은 사람에게 '왜 저사람처럼 다섯개를 벌지 못했냐?'고  하시지 않는다.
칭찬의 질이 떨어져있지도 않다. 그야말로 두 사람 다 똑같은 양과 질의 칭찬을 받고 있다.
그 사람의 능력과 한계를 잘 아시고 계신 주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그분은 결코 '심지 않은 데서 거두시고 뿌리지 않은 데서 모으시는' 그런 무서운 분이 아니시다.

그러니 한 달란트를 받은 사람도 열심히 한 달란트를 활용했으면 좋았던 것이다.
어쩌면 한 달란트 불리는 것이 그의 최고의 능력을 발휘한 것이었을 것이다.

아니, 독서의 말씀에 따르면, 세상에서 보잘것없고, 무능하고,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이 하느님 안에서 자신이 생각지도 못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니 누구나 자기가 받은 것의 많고 적음에 연연하지 말고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을 한껏 활용하여야 한다.
그러다 보면 세월이 흘러 자신도 모르는 사이, 능력이 倍가 되어 있음을 발견할 때가 생긴다.  

그것이 주인이 주신 달란트에 대한 이자인 것이다.

 

같은 비유라도 루가 복음에서는 약간 변형되어있다.
즉 사람마다 똑같은 달란트를 받고 있다.
이 똑같은 달란트는 말하자면 24시간처럼 사람마다에게 부여된 똑같은 인간조건에 관해서 비유하고 있다.
결국 둘 다 주어진 삶(시간이나 재능)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가에 대해 숙고해보라는 비유이다.

 

우리의 모습이 모두 다르듯이 능력도 주어진 환경도 모두 다르고, 또 달라야 한다.
하느님이 창조하신 자연은 반듯한 규격품은 하나도 없고 똑같은 제품들도 하나도 없다.
인간이 만든 것들과 하느님이 만드신 것들의 차이는 그 다양성에 있으며 그럼에도 저마다의 유일 무이한 가치를 드러낸다는 사실에 있다.

 

쓸데없이 남과 비교하여 좌절하고 열등감에 절어서 세상을 탓하며 인생을 허비하지 않도록 경종을 울리는 말씀이다.
반대로 사사건건 남과 비교하며 쓸데없는 우월감에 들떠서 일상의 작은 일을 소홀히 여겨도 낭패가 될 것이라는 말씀이다.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그런 사람이 되라고 우리에게 재능을 맡기신 주님, 찬미 받으소서.

필요없는 비교의식으로 주님께 받은 재능을 썩히지 않도록 도와주소서.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자신 안에 감추어진 능력을 발휘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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