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남양성지에서...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4-09-01 조회수1,113 추천수7 반대(0) 신고

 
 

          9월 순교자의 성월을 맞아 남양성지에 갔었어요. 자리가 만원이라 앉을 곳이 없어서 간신히 기둥 옆에 앉았는데 다른 사람보다 머리가 두 배가 되고, 몸도 한배 반쯤 되는 청년이 앞에 있었어요. 아버지는 정말 자알 생긴 분으로 얼굴은 젊어 보이는데 백발이었지요. 전례를 따라하는 떠듬떠듬한 이상한 목소리에 마음이 자꾸 아팠어요. 성체를 영하고 자리로 돌아올 때 보니 눈의 하얀 동자가 위로 치켜지고 수술 자국인지 머리 한가운데를.... 롤러 브레이드 자욱 같은 것이 골깊게 파였어요. 아들의 두툼한 손을 두손으로 꼬옥 잡고 눈을 감고 기도하시는 아들보다 더 작은 아버지... 어느덧 그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흘렀어요.. 너무나 숙연해서 저도 마음으로 그 손을 같이 잡고 그 기도를 들어달라고 간청했어요. 아무 일 없이 사춘기를 보내고 순순하게 아이들이 커주나 했더니 요즘 와서 시한 폭탄같은 아들. 그 일로 온 몸이 피곤하고 마음이 답답해서 성지에 갔었는데. 그 아버지와 아들을 보면서 제 입은 저절로 닫혀버렸습니다. 밖에 서 계신 십자가의 예수님이 오늘따라 통유리의 이음새 때문에 딱 반으로 갈라져 보이고 쪼갠 성체를 치켜든 신부님이 "하느님의 어린 양" 하실 때 엠마오의 제자들도 빵을 쳐들고 감사의 기도를 드리신 후, 떼어 나누어 주실 때, 주님을 알아보았다는 사실이 생각났습니다. 쪼개져 전 존재를 투신하시는 주님을 뵙는 순간.... 떼어지는 아픔으로 오열하는 그 순간에야 비로소 그분이 사랑....사랑.....이신줄을 알아보았다는 사실을 말이죠. 통유리의 이음새로 인해 또 다시 쪼개지신 분은, 포도주 안에서 으깨어져 계신 분은, 그렇게 쪼개지고 갈라지고 으깨어져야... 그것이 자식을 키우는 것이라고 그것이 사랑을 전해주는 방법이라고 말씀하고 계셨습니다. 당신에게 미룰 일이 아니라 어머니가 무엇인지 어머니가 직접... 보여주고 가르치고 느끼게 해주라고..... 말씀하고 계셨습니다. 앞 줄의 백발 성성한 아버지처럼 말이지요. ********************************************* 연중 제 22주간 수요일 복음(루가 4,38-44) 오늘 복음에서는 온갖 병자들이 예수께 달려들고 주님은 밤 늦도록 그들을 어루만져 고쳐주십니다. 날이 밝고 예수께서 다른 고을로 가려고 하시자 사람들은 떠나지 말아 달라고 붙들고 매달립니다. 영원히 자기들 곁에서 시중을 들어달라고 말입니다. 그러나.....예수님은 말씀하시죠. "나는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다른 고을에도 전해야 한다." 그곳에도 예수님을 필요로 하는 많은 병자들이 있기 때문이죠. 이젠 그 고을에서 먼저 치유받았던 그 많던 사람들이 일어나 다른 아픈 이의 시중을 들어야 할 차례가 된 것이랍니다. 시몬의 장모처럼 말이지요. 사랑하는 나의 주님, 나는 당신이 지금 필요합니다. 그러나 다른 고을의 나보다 더 위급한 병자들에게 당신을 보내드려야 할 때인가 봅니다. 제 아들보다 더 위중하고 위급한 아들들이 당신의 손길을 절실히 기다리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저를 믿고 아들을 맡기고 가신다는 그 말씀대로 사랑이 무엇인지를 잘 전할 수 있는 엄마가 되도록.... 기도로 지원하여 주십시요. 한적한 시간마다.... 당신이 저를 위해 기도하고 계심을 느낍니다. 2002. 9.
          ps. 몇년전, 아들이 별안간 공부를 집어치우겠다고 버티는 바람에 너무나 당혹스러웠습니다 ^^* 그 때 써두었던 묵상인데..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결국 아들은 일렉기타를 치고 있습니다만, 아직 기도가 너무나 필요한 녀석입니다. 금욜이 축일인데 기도 좀 해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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