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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좁은 문
작성자박용귀 쪽지 캡슐 작성일2004-09-02 조회수1,711 추천수14 반대(0) 신고

 

마태오복음 7장 13~14


좁은 문

 

좁은 문은 앙드레 지드의 소설명이기도 하지요

제가 사람들이 모두 다니는 길을 가지 말고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는 말씀을 처음 접한 것은 중학생 때입니다


그 때 참 이해가 안간 것은 왜 하필이면 그 많은 문중에서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덩치가 큰 사람은 어떻게 하나


심지어 어떤 날은 꿈속에서 좁은 문에 몸이 끼여서

들어가지 못하고 쩔쩔매는 꿈까지 꾸었습니다

또 좁은 문은 개구멍을 말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그럼 좁은 문이란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인가?


사람의 마음은 내향형인 사람과 외향형인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외향형인 사람은 다른 사람을 의식을 하고 사는 사람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에 신경 쓰는 사람

인생에서 성공하려는 것에 모든 것을 걸은 사람이고


내향형인 사람은 자신의 마음만을 보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좁은 문이란 바로 자신의 마음만을 보는 사람 즉 도 닦는 사람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교회에서는 전통적으로 활동을 하는 사람보다

기도를 하는 사람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처럼 영신수련을 하는 것이 좁은 문으로 들어가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세상에서 사는 것은 넓은 문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하는 생각은

아주 오랫동안 교회 안에서 주류를 이루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생각이 만들어내는 문제가 있습니다


자신의 마음의 결점을 고치는 삶을 산다고 하면서

좁은 문으로 들어가려는 결심을 하고 난 후에

완벽주의에 빠져버리는 것이 문제란 것입니다


완벽주의란 강박증의 일종인데

대인관계 안에서 다른 사람들에

절대로 실수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겠다는 병적인 상태를 말합니다


이 상태에서의 신심은 하느님이 나를 어떻게 볼까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에 너무나 많은 신경을 쓴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기묘한 것은 이런 상태는 사실 내향형의 삶이 아니라 극단적인 외향형의 삶이란 것입니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지나치게 엄격한 삶과 지나치게 세상적인 삶은 사실은 그 뿌리가 하나란 것입니다

 

좁은 문은 매일 매일의 자기 성찰

지루하고 일상적인 삶을 늘 의미 있게 만들어 가는 과정

내가 만나는 사람들과 그저 함께 사는 것이란 것입니다

 

제가 가끔 봉쇄수도원을 가서 수녀님들께 심리학강의를 하고 오는데

그 양반들이야 말로 외관상 좁은 문으로 들어가는 삶을 사는 분들입니다

그런데 그 분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함께 사는 것, 매일 매일을 늘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합니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는 삶을 특이한 은수자적인 삶이 아니라

일상의 지루함을 받아들이는 삶이란 것 잊지 마시고

특별한 체험을 구하지 마시고

지금 있는 그대로의 자기 삶을

가만히 안고 가시는 영신수련하시길 바랍니다

 

-도반신부님 강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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