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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3) 묵주와 신부님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4-09-06 조회수1,431 추천수4 반대(0) 신고

 

 

제가 다니고 있는 본당을 성소로 하여 작년 1월달에 서품받으신 신부님이 계십니다.  참 과묵하시고 착하시고 선량한 미소를 지닌 신부님이십니다.

서품받고 한달쯤 후에 캐나다로 1년여 동안 공부하러 떠나실때 묵주하나를 선물하려 했는데 어느새 떠나셨단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몇달후 본당 게시판에 캐나다로부터 신부님의 게시물이 올라와 있는걸 보고 마침 그무렵부터 게시판에 글을 쓰고 있던 저는 묵주선물 대신 글로 인사를 올렸지요.

글을 참 잘쓰는 그 신부님의 글에 제가 답글도 쓰고 신부님이 제 글에 답글도 주시고 그렇게 일년이 넘었습니다.

 

글을 잘 쓰진 못하지만 좋은 글을 알아보는 눈은 갖고 있다고 자부하는 저에게 신부님의 글들은 항상 어떤 메시지가 느껴지는, 젊은 신부님답지 않게 인생의 깊이가 새록새록 느껴지는 글들이었어요.

실은 우리 딸과 같은 해에 같은 초등학교, 중학교를 졸업한 동기동창이었습니다.

물론 서로가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동창이긴 했지만 저는 가끔 비교가 되었습니다.

딸아이가 철딱서니 없는 짓을 할 때마다 전 그 신부님을 떠올리곤 했습니다.

같은 또래인데 어쩌면 그렇게도 차이가 날까? 하는 생각에서였지요.

사제의 길을 걷는 분은 뭔가 다른데가 있다는 생각도 하면서.....

 

그 신부님이 사제서품을 받고 나서 본당에서 몇 번인가 미사를 집전하신 적이 있는데 한 번은 레지오 훈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신부님은 그날 (자기 주보성인 알기)라는 주제로 훈화를 하셨습니다.

(자기 주보성인만큼만 살 수 있다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느님과 하나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 하느님의 사랑을 알고 마음 깊이 새기며 그 사랑을 전하는 것, 그것이 그 길을 가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라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참 마음이 든든해지는걸 느꼈습니다.

나이 젊은 신부님이 확고한 신념으로 자신이 가야할 길을 극명하게 인식하고 어떤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을 의지를 가지고 계심이 마음에 와 닿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또 다른 글들에서 이런 말씀도 했습니다.

무언가를 바라고 누군가를 사귀게 되면 오래갈 수 없다는것, 우리들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들중에 밉고 싫은 사람도 있겠지만 우리들의 행동에 그들도 영향을 받는다는것, 그래서 우리자신을 변화시켜야 한다는것,  변할것 같지 않지만 그래도 우리가 우리의 짧은 삶을 생각한다면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이 그리 어렵지만은 않을거라는 말씀을 들으며 참으로 젊은 분이 인생의 깊이있는 말씀을  잘도 하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이런 글도 쓰셨습니다.

"세상은 넓고 기쁨은 많습니다.길거리를 지나다가 보세요.그 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알지 못한채 지나치지만 어떤 사람은 기쁨속에 어떤 사람은 근심속에 어떤 사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쁘게 살아갑니다. 그 안에 사랑과 기쁨을 전하는 천사가 바로  여러분 자신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라고.

 

그 신부님은 언행일치의 신부님이십니다.

열흘 후면 캄보디아로 선교의 길을 떠나십니다.

우리나라의 아마도 오륙십년대의 처지와 비슷할 열악한 환경의 이국땅에 가시어 모르긴 해도 가시밭길이 될 주님의 사랑을 펼치기 위해서......

 

3년에 한 번씩 휴가가 있고 선교기간은 10년이랍니다.

처음 그 말을 듣고 전 참 마음이 아팠어요. 너무 고생스러울 것같아서였죠.

그러나 문득 작년에 들었던 훈화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아! 신부님은 그렇게 자기 주보성인의 길을 따라 주님의 사랑을 펼치러 가는 것이라고,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사랑과 기쁨을 전하는 천사가 되기위해 가시는거라고,

 

얼마나 감동적이었던지요.

귀국하신지 벌써인데 혜화동에 계속 계셨고 어쩌다 몇번 본당에 오셨을 땐 어긋나 아직도 신부님 얼굴을 뵙지 못했습니다.

제 게시물을 읽고 자매님의 글이 바로 천사의 메세지라고 하신 그 말이 택도없는 과찬의 말씀이란걸 알면서도 소녀처럼 좋아라 했던 기억이 납니다.

 

나이로 따지면 내 자식과 동창인 젊은 신부님이지만 참으로 훌륭하고 힘든 길을 가시는 성스러운 사제로서 존경을 갖게하는 신부님의 가시는 길에 주님의 보호와 사랑과 은총이 항상 함께 하기를 기도합니다.

묵주선물을 일년반만에 드리게 되었네요. 직접 드리고 싶었는데 영 기회가 닿지 않아 할 수 없이 자당님께.....

알알이 엮어진 묵주알처럼 이국땅에서도 수많은 사람들과 하느님의 사랑으로 엮어지시기를 주님께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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