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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 황금률을 뛰어 넘어...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4-09-09 조회수1,261 추천수10 반대(0) 신고
 

◎ 2004년 9월 9일 (목) - 연중 제23주간 목요일


[오늘의 복음]  루가 6,27-38

<너희의 아버지께서 자비로우신 것같이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27) “그러나 이제 내 말을 듣는 사람들아, 잘 들어라.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너희를 미워하는 사람들에게 잘해 주고 28) 너희를 저주하는 사람들을 축복해 주어라. 그리고 너희를 학대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해 주어라. 29) 누가 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대 주고 누가 겉옷을 빼앗거든 속옷마저 내어주어라. 30) 달라는 사람에게는 주고 빼앗는 사람에게는 되받으려고 하지 마라. 31) 너희는 남에게서 바라는 대로 남에게 해주어라. 32) 너희가 만일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만 사랑한다면 칭찬받을 것이 무엇이겠느냐? 죄인들도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한다. 33) 너희가 만일 자기한테 잘해 주는 사람에게만 잘해 준다면 칭찬받을 것이 무엇이겠느냐? 죄인들도 그만큼은 한다. 34) 너희가 만일 되받을 가망이 있는 사람에게만 꾸어준다면 칭찬받을 것이 무엇이겠느냐? 죄인들도 고스란히 되받을 것을 알면 서로 꾸어준다. 35) 그러나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고 남에게 좋은 일을 해주어라. 그리고 되받을 생각을 말고 꾸어주어라. 그러면 너희가 받을 상이 클 것이며 너희는 지극히 높으신 분의 자녀가 될 것이다. 그분은 은혜를 모르는 자들과 악한 자들에게도 인자하시다. 36) 그러니 너희의 아버지께서 자비로우신 것같이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37) 남을 비판하지 마라. 그러면 너희도 비판받지 않을 것이다. 남을 단죄하지 마라. 그러면 너희도 단죄 받지 않을 것이다. 남을 용서하여라. 그러면 너희도 용서를 받을 것이다. 38) 남에게 주어라. 그러면 너희도 받을 것이다. 말에다 누르고 흔들어 넘치도록 후하게 담아서 너희에게 안겨주실 것이다. 너희가 남에게 되어 주는 분량만큼 너희도 받을 것이다.”◆


[복음산책]  황금률을 뛰어넘어... 


  루가복음이 전하는 예수님의 평지설교는 어제 복음의 행복선언(20-23절)과 불행선언(24-26절)에 이어 오늘은 원수사랑과 보복금지(27-36절), 형제에 대한 판단금지(37-42절)에 대한 가르침으로 이어진다. 행복선언과 불행선언은 분명 제자들만을 향하여 선포된 말씀이다.(20절) 오늘 복음은 그러나, 예수님의 말씀을 들으려는 모든 사람들을 향하여 선포된다. 이는 곧 당시 예수님의 가르침을 듣기 위해 주위에 모여 있던 모든 사람들뿐 아니라 오늘 성서를 통하여 이 말씀을 읽고 묵상하는 우리들까지 포함된다.


  루가복음의 평지설교(6,20-49)는 마태오복음의 산상설교(5-7장)와 내용상 상통하는 대목이지만, 산상설교처럼 조직적이고 구체적이지는 못하다. 게다가 분량도 매우 적다. 특히 마태오는 5장에서 구약의 율법에 대한 예수님의 새로운 가르침을 대비시켜 ① 살인하지 말라 - 성내지도 말라(21-26절), ② 간음하지 말라 - 음란한 생각조차 품지 말라(27-30절), ③ 이혼장을 써 주어라 - 아내를 소박(疏薄)하지 말라(31-32절), ④ 거짓 맹세를 하지 말라 - 아예 맹세를 하지 말라(33-37절), ⑤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 앙갚음(보복)을 하지 말라(38-42절), ⑥ 이웃을 사랑하고 원수를 미워하라 - 원수까지도 사랑하라(43-48절)는 6개의 대당명제를 조직적으로 설파(說破)하고 있는 반면, 루가는 모든 것을 “원수를 사랑하라.”(27절)는 단 한마디로 요약하고, 원수를 사랑한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를 열거하고 있다. 원수의 미움에는 친절로, 저주에는 축복으로, 박해에는 기도로 대하라는 것이다. 누가 한쪽 뺨을 치면 다른 쪽을 대어주고, 겉옷을 빼앗거든 속옷마저 내어주고, 달라는 대로 주고, 뺏긴 것을 돌려받으려 하지 말라는 것이다. 원수에 대한 사랑은 이웃에 대한 사랑을 그 저변에 깔고 있다. 따라서 사랑은 “남에게서 바라는 대로 남에게 해주는”(31절) 황금률에서 시작되는 것이다.(마태 7,12 참조) 즉, 남을 비판하지 않으면 비판 받지 않을 것이고, 단죄하지 않으면 단죄 받지 않을 것이고, 남을 용서하면 용서받고, 남에게 주면 받는다는 지극히 간결하고 당연한 황금률에서 시작된다는 말이다.(37-38절)


  사실 오늘 복음의 핵심은 단지 황금률에 머물지 않는다. 평지설교의 결론이자 핵심은 “너희의 아버지께서 자비로우신 것같이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36절)는 것이다. 이는 마태오복음이 전하는 “하늘에 계신 너희의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같이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라”(5,48)는 요구와도 같은 것이며, 요한복음이 전하는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서로 사랑하라”(13,34)는 새계명과도 같은 것이다. 하느님의 자비로움과 완전함, 그리고 예수님의 사랑은 모두가 원수까지도 예외 없이 사랑하는 무조건적이고 끊임없는 하느님의 아가페 사랑에 기인한다. 따라서 우리는  “남에게서 바라는 대로 남에게 해주는” 황금률을 기반으로, 당신의 모상을 닮았다(창세 1,26)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모든 사람을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자비를 겸손하게 배울 때, 비로소 나를 미워하고 저주하며 박해하는 원수까지도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누구든지 “누가 내 이웃이며, 누가 내 원수인가?”라는 질문에 머물러 있다면 하느님의 자비를 결코 깨달을 수 없다. 하느님 앞에서는 어떤 원수도 그가 원수이기 이전에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사랑은 참으로 영원하시다. 그러나 우리는 황금률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남이 나에게서 무엇을 바라는지에 상관없이 행동하는 우리들이 아닌가? 어느 누가 감히 나서서 오늘 복음의 구구절절 사랑의 명령에 따라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자부할 수 있겠는가? 그저 고개를 떨어뜨리고 숙연해지는 우리의 모습을 볼 뿐이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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