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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 열 손가락을 깨물어라.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4-09-12 조회수1,337 추천수10 반대(0) 신고
 

◎ 2004년 9월 12일 (일) - 연중 제24주일 (다해)


[오늘의 복음]  루가 15,1-32 [15,1-10]

<죄인 한 사람이 회개하는 것을 하늘에서는 더 기뻐할 것이다.>


  1) 세리들과 죄인들이 모두 예수의 말씀을 들으려고 모여들었다. 2) 이것을 본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은 “저 사람은 죄인들을 환영하고 그들과 함께 음식까지 나누고 있구나!” 하며 못마땅해 하였다. 3) 그래서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비유로 말씀하셨다. 4) “너희 가운데 누가 양 백 마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중에서 한 마리를 잃었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아흔아홉 마리는 들판에 그대로 둔 채 잃은 양을 찾아 헤매지 않겠느냐? 그러다가 찾게 되면 기뻐서 양을 어깨에 메고 6) 집으로 돌아와 친구들과 이웃을 불러 모으고 ‘자, 같이 기뻐해 주십시오. 잃었던 양을 찾았습니다.’ 하며 좋아할 것이다. 7) 잘 들어두어라. 이와 같이 회개할 것 없는 의인 아흔아홉보다 죄인 한 사람이 회개하는 것을 하늘에서는 더 기뻐할 것이다.” 8) “또 어떤 여자에게 은전 열 닢이 있었는데 그 중 한 닢을 잃었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그 여자는 등불을 켜고 집 안을 온통 쓸며 그 돈을 찾기까지 샅샅이 다 뒤져볼 것이다. 9) 그러다가 돈을 찾게 되면 자기 친구들과 이웃을 불러 모으고 ‘자, 같이 기뻐해 주십시오. 잃었던 은전을 찾았습니다.’ 하고 말할 것이다. 10) 잘 들어두어라. 이와 같이 죄인 하나가 회개하면 하느님의 천사들이 기뻐할 것이다.” 11) 예수께서 또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두 아들을 두었는데 12) 작은 아들이 아버지에게 제 몫으로 돌아올 재산을 달라고 청하였다. 그래서 아버지는 재산을 갈라 두 아들에게 나누어주었다. 13) 며칠 뒤에 작은 아들은 자기 재산을 다 거두어가지고 먼 고장으로 떠나갔다. 거기서 재산을 마구 뿌리며 방탕한 생활을 하였다. 14) 그러다가 돈이 떨어졌는데 마침 그 고장에 심한 흉년까지 들어서 그는 알거지가 되고 말았다. 15) 하는 수 없이 그는 그 고장에 사는 어떤 사람의 집에 가서 더부살이를 하게 되었는데 주인은 그를 농장으로 보내어 돼지를 치게 하였다. 16) 그는 하도 배가 고파서 돼지가 먹는 쥐엄나무 열매로라도 배를 채워보려고 했으나 그에게 먹을 것을 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17) 그제야 제정신이 든 그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아버지 집에는 양식이 많아서 그 많은 일꾼들이 먹고도 남는데 나는 여기서 굶어 죽게 되었구나! 18) 어서 아버지께 돌아가, 아버지, 제가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지었습니다. 19) 이제 저는 감히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할 자격이 없으니 저를 품꾼으로라도 써주십시오 하고 사정해 보리라.’ 20) 마침내 그는 거기를 떠나 자기 아버지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아들을 멀리서 본 아버지는 측은한 생각이 들어 달려가 아들의 목을 끌어안고 입을 맞추었다. 21) 그러자 아들은 ‘아버지, 저는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지었습니다. 이제 저는 감히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할 자격이 없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22) 그렇지만 아버지는 하인들을 불러 ‘어서 제일 좋은 옷을 꺼내어 입히고 가락지를 끼우고 신을 신겨주어라. 23) 그리고 살진 송아지를 끌어내다 잡아라. 먹고 즐기자! 24) 죽었던 내 아들이 다시 살아왔다. 잃었던 아들을 다시 찾았다.’ 하고 말했다. 그래서 성대한 잔치가 벌어졌다. 25) 밭에 나가 있던 큰아들이 돌아오다가 집 가까이에서 음악 소리와 춤추며 떠드는 소리를 듣고 26) 하인 하나를 불러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27) 하인이 ‘아우님이 돌아왔습니다. 그분이 무사히 돌아오셨다고 주인께서 살진 송아지를 잡게 하셨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28) 큰아들은 화가 나서 집에 들어가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와서 달랬으나 29) 그는 아버지에게 ‘아버지, 저는 이렇게 여러 해 동안 아버지를 위해서 종이나 다름없이 일을 하며 아버지의 명령을 어긴 일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저에게는 친구들과 즐기라고 염소 새끼 한 마리 주지 않으시더니 30) 창녀들한테 빠져서 아버지의 재산을 다 날려버린 동생이 돌아오니까 그 아이를 위해서는 살진 송아지까지 잡아주시다니요!’ 하고 투덜거렸다. 31) 이 말을 듣고 아버지는 ‘얘야, 너는 늘 나와 함께 있고 내 것이 모두 네 것이 아니냐? 32) 그런데 네 동생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왔으니 잃었던 사람을 되찾은 셈이다. 그러니 이 기쁜 날을 어떻게 즐기지 않겠느냐?’ 하고 말하였다.”◆


[복음산책]  열손가락을 깨물어라.


  우리 속담에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는 손가락 없다.”고 했다. 자식들에 대한 부모의 애정과 관심이 한결같다는 뜻이다. 1920년경 미국의 디트로이트에 살았던 막스 켄달의 열 손가락이 모두 엄지였다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가 있긴 하지만, 통상 사람의 열 손가락은 각각 다른 손가락이다. 엄지, 검지, 중지, 약지, 소지 등 손가락 각각의 모양과 기능이 다양하듯이 자식들도 매 한가지다. 부모의 마음에 들어 자랑이 되는 자식들이 있는가 하면, 부모의 속을 있는 대로 다 썩히고 끓이는 자식들도 있기 마련이다. 그래도 자식에 대한 부모의 애정은 한결같으며, 오히려 미운 자식에게 떡 하나 더 주면서 더 큰 사랑과 관심을 베푼다. 오늘 전례의 제1독서에서 보듯이 하느님의 자녀들인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들도 그랬다.(출애 32,7-14) 모세가 시나이 산에서 야훼로부터 계약의 판을 받으려 할 때, 백성들은 우상을 숭배하는 불충을 저질렀다. 그러나 모세의 간곡한 애원을 들어 하느님께서는 분노와 재앙을 거두셨다. 사실 모세의 애원보다는 하느님 자신이 이집트에서 해방시킨 백성들 모두를 사랑하고 계시기 때문이었다. 그 뿐만 아니다. 제2독서는 그리스도인과 그리스도를 모독하고 박해하고 학대했던 죄인 중에 큰 죄인인 사울까지도 하느님께서는 자비를 베풀어 사도로 삼으셨다.(1디모 1,12-17) 오늘 복음도 예외는 아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 모여든 세리와 죄인들에게도 그분은 비유를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가르치신다.   


  루가복음 15장은 복음사가 고유의 하느님 사랑과 자비에 관한 복음으로서 세 가지 비유로 가득 차 있다. 잃은 양을 되찾고 기뻐하는 목자의 비유(4-7절; 마태 18,12-14), 잃은 은전을 되찾고 기뻐하는 여인의 비유(8-10절), 그리고 잃은 아들을 되찾고 기뻐하는 아버지의 비유(11-32절)가 그것이다. 세 비유는 이렇게 잃은 것을 되찾고 되찾은 것에 대하여 크게 기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예수께서 이런 비유들을 말씀하신 이유는 잃어버린 것에 비유될 수 있는 세리와 죄인들이 예수님 말씀의 청자(聽者)로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비유의 내적 의도는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을 지향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만이 율법과 종교의 윤리성과 순수성을 구현한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었고, 이 때문에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예수의 말씀을 듣는다는 자체가 못마땅했기 때문이다.(1-3절) 


  누구나 무엇을 잃어버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만사를 제쳐두고 잃은 것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찾지 못하면 밤잠을 설치기도 했을 것이다. 또는 집을 나간 자식을 눈이 빠지도록 기다리기도 했을 것이고, 외도하는 남편이나 아내가 제자리에 돌아오도록 기원하며 속을 태우기도 했을 것이다. 만백성의 아버지이신 하느님도 마찬가지다. 하느님도 잃은 것을 찾아 나서시는 분이며, 죄인들을 회개로 초대하시는 분이시다. 바리사이와 율사들에게는 스캔들이 될지는 몰라도 하늘에서는 죄인의 회개와 잃은 것의 되찾음이 큰 잔치의 이유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하늘나라의 잔칫상이 꽉 차기를 바라신다.(14,23) 그러나 아직도 자리가 남아있다. 100마리의 양 중에 99마리가 왔다 해도, 은전 10개중에 1개가 모자란다 해도, 비록 아들이 자신의 권리를 내세워 유산을 챙겨 떠나갔다 하더라도, 그 잃은 것에 대한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은 찾을 때까지 계속된다는 것이다. 예수께서 이런 비유를 말씀하시는 이유는 하느님의 끝없는 사랑과 자비를 통해 예수님 자신의 행동을 정당한 것으로 주장하실 뿐 아니라, 이참에 바리사이와 율사들의 그릇된 하느님 상을 고치자는 것이다.


  이 세상에 죄인이 아닌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따지고 보면 우리 자신 스스로가 잃은 양 한 마리이고, 잃은 은전 하나이며, 자신의 힘과 재산을 믿고 가족도 이웃도 하느님도 잊고 지내는 탕자(蕩子)에 속한다. 특히 탕자의 비유에 우리 자신을 자주 비춰볼 필요가 있다. 흥미로운 점은 탕자의 비유에서 타락과정은 ① 자기고집(12절), ② 이기심(13절), ③ 분리(13절), ④ 육신의 욕심(14절), ⑤ 영적 빈곤(15절), ⑥ 비천함(16절), ⑦ 굶주림(16절)으로 전개되고, 회복과정은 ① 깨달음(17절), ② 결심(18절), ③ 회개(19절), ④ 돌아옴(19절), ⑤ 화목(20절), ⑥ 새 옷을 입음(22절), ⑦ 즐거움(23-24절)으로 전개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 그렇게 잃은 것에 속한다고 주저할 것이 아니라, 잃은 것을 향하여 다가오는 하느님의 끝없는 사랑과 자비를 외면하지 않고 회개하여 나아가는 것이다. 100 중에 1개인 나 자신을 보잘것없는 것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 하는 생각을 버리고, 바로 나 하나 때문에 세상 끝까지 찾아 나서시고, 찾을 때까지 하늘나라의 잔치를 미루고 기다리시는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생각하여야 할 것이다. 보잘것없다고 생각하는 나 하나의 회개를 하느님과 하늘의 천사들이 그렇게 기뻐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나 하나가 곧 전부이기 때문이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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