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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 이방인에게서 한 수 배운다.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4-09-13 조회수1,192 추천수9 반대(0) 신고
 

◎ 2004년 9월 13일 (월) -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 학자


▣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 (349-407)


  훌륭한 설교와 위대한 사목으로 “황금의 입”(Chrysostomus; 금구)이라는 별칭을 얻었던 성 요한은 349년경 시리아의 안티오키아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의 모범적 생활에 감동하여 근면하고 성실하게 자라난 요한은 고대 법철학과 설교학을 공부하였다. 369년 세례를 받은 후 속세를 떠나 안티오키아의 근교에 위치한 산 속에서 은수자들과 함께 금욕생활을 하였다. 여기서 성인은 심한 위장병을 얻는다. 386년 사제반열에 오른 요한은 훌륭한 설교로 순식간에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였다.


  395년 황제 테오도시우스 1세의 죽음은 거대한 로마제국이 서로마와 동로마로 분열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콘스탄티노플을 거점으로 비잔틴제국(동로마제국)이 역사의 정점에 우뚝 설 무렵, 성 요한은 397년 콘스탄티노플의 주교로 임명되어 제국주의 하에서의 정치적 시련기를 맞이하게 된다. 주교가 된 성인은 우선 가난한 사람들과 병자들을 위하여 구호소와 호스피스 병동을 설립하였고, 이방인지역에 선교사들을 파견하였다. 아울러 성인의 사목적 설교와 성서적 주석은 결코 추상적이거나 허망한 이상에 머물지 않고, 당시 고관과 권력자들의 부요한 생활과 궁중의 허례허식을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특히 고위 성직자뿐 아니라 관료 부인들의 사치를 나무랐던 성인의 설교는 황후의 반감을 싸기 시작하였다. 결국 성인은 관료들의 시기와 모략으로 403년 황후 에우독시아에 의해 흑해 동편 아르메니아로 추방된다. 얼마 후 콘스탄티노플로 다시 돌아온 성인은 이전보다 더 정열적으로 설교하였다. 407년 다시 한번 유배의 길에 올랐던 성인은 9월 14일 도중에 세상을 떠났다. 성인은 많은 저서와 설교와 성서 주석집을 남겼고, 특히 유배 직전에 남긴 “나에게는 그리스도가 생의 전부입니다. 그리고 죽는 것도 나에게는 이득이 됩니다.”(필립 1,21) 는 설교는 성인의 삶을 잘 요약하고 있다. 


[오늘의 복음]  루가 7,1-10

<나는 이런 믿음을 이스라엘 사람에게서도 본 일이 없다.>


  1) 예수께서는 이 모든 말씀을 사람들에게 들려주신 뒤에 가파르나움으로 가셨다. 2) 마침 그 때 어떤 백인대장의 종이 중병으로 거의 죽게 되었는데 그는 주인이 대단히 아끼는 종이었다. 3) 백인대장이 예수의 이야기를 듣고 유다인의 원로 몇 사람을 예수께 보내어, 집에 오셔서 자기 종을 살려 주십사하고 간청하게 하였다. 4) 그래서 그들은 예수께 와서 간곡히 부탁드리기를 “그 백인대장은 도와주실 만한 사람입니다. 5) 그는 우리 민족을 사랑할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회당까지 지어주었습니다.” 하였다. 6) 이 말을 들으시고 예수께서는 그들과 함께 가셨다. 백인대장의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이르렀을 때에 백인대장은 친구들을 시켜 예수께 전갈을 보냈다. “주님, 수고롭게 오실 것까지 없습니다. 저는 주님을 제 집에 모실만한 사람이 못 되며 7) 감히 주님을 나가 뵐 생각을 못하고 있습니다. 그저 한 말씀만 하십시오. 그러면 제 종이 낫겠습니다. 8) 저도 남의 밑에 있는 사람입니다만 제 밑에도 부하들이 있어서 제가 이 사람더러 가라 하면 가고 또 저 사람더러 오라 하면 옵니다. 또 제 종에게 이것을 하라 하면 합니다.” 9) 예수께서 이 말을 들으시고 감탄하시며 따라오는 군중을 돌아다보시고 “잘 들어두어라. 나는 이런 믿음을 이스라엘 사람에게서도 본 일이 없다.” 하고 말씀하셨다. 10) 심부름 왔던 사람들이 집에 돌아가 보니 종은 이미 깨끗이 나아 있었다.◆


[복음산책]  이방인에게서 한 수 배운다.


  예수께서는 산에서 밤을 새워 기도하신 후 제자들 가운데서 12사도를 따로 선발하셨고(6,12-16), 산을 내려와 평지에 이르러 거기에 모여든 모든 병자들과 악령으로 고생하는 이들을 고쳐 주셨으며(6,17-19), 제자들을 포함한 그들 모두에게 황금률과 원수사랑을 골자로 한 소위 평지설교(6,20-49)를 들려주셨다. 설교를 마치신 예수께서 오늘은 가파르나움으로 가셨다. 여기서 예수님은 이스라엘의 어떤 사람에게서도 볼 수 없었던 이방인 백인대장의 놀라운 믿음에 감탄하시고, 중병으로 거의 죽게 된 그의 종을 고쳐주셨다. 백인대장의 놀라운 믿음과 그의 종에 관한 치유사화는 마태오복음과 요한복음에도 발견된다.(마태 8,5-13; 요한 4,43-54) 그냥 넘어 갈 수도 있겠지만, 세 복음서를 자세히 살펴보면, 같은 사건을 가지고 제각기 달리 서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태오는 10가지 기적사화를 모아 놓은 기적사화집성문(8-9장) 안에서 두 번째 기적으로 이를 다루고 있으며, 요한은 자기 복음서의 첫 번째 기적사건인 가나 혼인잔치기적(2,1-12)에 이어 두 번째 기적으로 이를 전하고 있다. 요한은 고관이라 하는데 마태오와 루가의 백인대장과 같은 인물로 추정된다. 백인대장이라 함은 통상 로마제국의 군사편제에 따라 부하 100명을 거느리고 있는 상당히 중요한 임무와 역할을 행사하는 백부장을 뜻한다. 희랍어 성서 원문에는 서민출신이 아닌 ‘왕궁의 관리’로 표기되어 있다. 당대의 유명한 역사가 요세푸스 플라비우스(Josephus Flavius, 37?-100)는 “백부장이란 명령을 내리는 자로서, 지나치게 위험을 자처해서는 안 되고, 행동에 있어서 침착하고, 믿음직한 인물이어야 하며, 성급하게 전투에 뛰어 들어서도 안 되고, 절박한 상황에 처했을 때는 자신의 위치를 사수할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이라고 그 자격을 서술하고 있다. 복음에 등장하는 백인대장은 게다가 자기 종까지 아끼고 사랑하는 자비심이 많은 사람으로 보인다. 루가는 이 백인대장이 이스라엘 백성들을 사랑하여 회당까지 지어준 그런 사람이라고 덧붙였다.(5절) 그런데 사람들은 보통 이 백인대장을 로마군대의 고위 관리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헤로데 안티파스 군대의 이방인 백부장일 가능성이 높다. 그것은 이 기적사화를 행하신 예수님의 활동장소가 헤로데 안티파스의 관할구역인 갈릴래아 지방의 가파르나움이기 때문이다.


  세 복음서의 비교에서 발견되는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마태오복음에는 백인대장이 직접 예수를 찾아와 종의 치유를 위한 자비를 청하고, 요한복음은 고관이 직접 와서 병으로 죽어가는 자기 아들의 치유를 정하고 있는 반면, 루가복음에는 백인대장이 먼저 유대인 원로 몇 사람을 예수께 보내어 종의 치유를 간청하게 한 점이다. 유대인 원로들은 백인대장이 회당까지 지어 줄만큼 유대인들을 사랑하는 사람이며, 예수의 도움을 받기에 합당한 자로 소개한다. 이에 도와 줄 마음을 먹은 예수께서 길을 가시는 도중에, 이번에는 백인대장이 친구들을 시켜 예수님의 직접 왕림(枉臨)의 수고로움을 사양하고 그저 치유의 한 말씀만 부탁하였다는 것이다.


  “주님,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제가 곧 나으리이다.”(7절 참조) 이 기도문은 온 세상의 가톨릭 신자들이 미사 중 영성체 예식 직전에 사제가 축성된 성체를 높이 들고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니, 이 성찬에 초대받은 이는 복되도다.” 하는 외침에 응답하는 기도문이다. 이 기도문이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백인대장의 아름다운 신앙고백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은 우리 교회가 이방인의 믿음에서 한 수 배웠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얼마나 놀라운 믿음의 고백인가? 오늘날 이 같은 믿음은 외교인에게서보다 우리에게서 먼저 발견되어야 하리라. 아울러 루가는 오늘 복음을 통하여 자신이 늘 강조하는 기도의 다양함을 보여준다. 기도란 하느님께 직접 드릴 수도 있지만, 백인대장이 예수께 유대인 원로들과 친구들을 통하여 자신의 바람을 전해 드렸듯이, 우리도 다른 사람, 또는 성인이나 천사들을 통하여 전구(轉求)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래서 우리도 자신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고통 받고 역경에 처해있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기도할 수 있는 것이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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