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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Re:(177) 아침 단상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4-09-18 조회수1,012 추천수13 반대(0) 신고

순의님, 이제 게시판으로 다시 돌아 오신 건가요?

계획하고 추진중이던 일은 마무리를 하신건지요?

어제 아들아이가 일주일만에 집에 오더니 컴이 바이러스에 엄청나게 먹혀있다고 어떻게 쓰길래 이 모양을 만드냐고 화를 내며 바이러스 퇴치(?)하는 장치를 해서 밤새도록 컴을 쓰지 못했네요.

어제 저녁 잠깐 게시판을 봤었는데 순의님은 참 대단한 분이라는 생각에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 누가 순의님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해도 그런 용기를 내겠습니까?

정말 님은 대단한 용기를 지닌 여성이십니다.

 

난 문득 25년전에 있었던 필화사건이 떠올랐습니다.

원로작가 오영수선생의 (특질고)라는 글이 (문학사상)이란 잡지에 실렸을때 엄청난 회오리를 몰고와 광주에선 서점의 책들을 다 모아 불태우고 참 대단했었지요.

주간이던 이어령씨가 공개사과하고 작가는 충격받고 그런저런 일로 그당시 언론에서도 사회적으로도 그 파문이 대단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글이란 그래서 참 무섭다는 생각도 합니다.

 

아무리 못마땅하고 불만스러운 일이 있어도 반박할 수 없는 것은 글의 파장이 몰고 올 어떤 시련을 감당할 자신이 없기 때문에, 돌팔매를 맞을 자신이 없기 때문에, 용기가 없기 때문에 그냥 참아 넘기고 마는 것이 아닐까요?

그런데 님의 일련의 글들을 보면 정말 님처럼 용감한 사람도 드물다는 생각을 합니다. 계란으로 바위때리기 같은 결과가 올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런 용기를 낼 수 있는 님의 두둑한 배짱(?)이 너무나도 부러워지는 아침입니다.

나같은 사람은 백번을 죽었다 깨어나도 그런 용기는 내지 못합니다.

님과 같은 분이 있음으로 해서  침묵하고 있는 사람들의 답답한 마음에는 일종의 카타르시스가 되는, 그러나 님은 외로이 혼자서 집중포화를 받고 있음 또한 참 안쓰러워 보이기도 하는 아침입니다.

 

난 그냥 별 생각없이 읽었는데 님의 글을 읽고보니 그 날카로운 지적과 판단력에 역시 머리가 비상한 님의 놀라운 의식수준을  나같은 사람은 따라갈 수가 없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님과같은 신자에게 강론하려면 신부님은 그 수준 이상으로  뛰어 넘어야 하니  참  힘들겠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내가 이 묵상란에 처음 온 게 꼭 3개월 되었는데 나도 그동안 궁금한게 있었습니다.

도반이란 이름이 꼭 외국이름같기도 했고, 아니면 불교에서 말하는 함께 수행의 길을 가는 동반자, 뭐 그런 비슷한 의미로도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확실히 의문이 풀렸네요. 또 한가지 이상했던건 게시자가 독자들의 꼬리글에 전혀 반응이 없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웬만하면 가끔씩이라도 짤막한 답변을 주는게 인정이고 예의일텐데 말이죠.

 

자신의 존재를 철저히 숨기고 마치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하는것 같은 느낌에  때로는 이렇게 완벽한  미스테리도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게 사실입니다. 대부분의 게시자는 남의 글을 올려도 후미에 가선 자기 느낌 자기 생각을 짤막하게라도 덧붙이는게 통상적인데 말입니다. 그러므로해서 게시자의 편린들이 그 글속에 나타나 읽는 사람과의 어떤 소통이 느껴지고 하다못해 꼬리글에서도 그런게 느껴지는데 그 게시자는 단 한번도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아 어쩐지 단절된 답답함을 개인적으론 느끼게 되더군요.

 

훈화거리를 여러번 그 게시물에서 발췌한 적도  있었지만 글의 좋음을 떠나서 개인적으로 그런 느낌때문에 좀 답답한 생각이 들때가 있었습니다. 게시자와의 커뮤니케이션 부재에서 오는 단절감같은 것이라고나 할까요. 책을 읽는것과는 달라 인터넷이라는 매체의 특성상, 게시판이라는 사이버공간의 특성상 그런게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오늘 어떤 분이 올린 (묵상이란 무엇인가?)라는 내용의 글을 읽고 생각한 건데요,

하느님께 더 가까이 가기위한 자기성찰의 시간이며, 반성의 시간이며, 고백의 시간이며, 응석의 시간이며, 때로는 떼도 쓰며 투정부리는 시간이라  생각할때  그때그때마다 적나나하게 자기내면을 드러내어 보이며 쓰는, 바로 님의 글 같은 것이 진정한 묵상글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그래서 님의 글을 하루라도 못보면 서운한 생각이 드는지도 모르겠어요. 님의 글에 중독되었나 봅니다. 이사 못 가 너무 실망하지 마시고 힘내십시요.

삶의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살아 숨쉬는 묵상글 계속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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