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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16 ) 은총과 자비의 그릇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4-09-20 조회수1,078 추천수4 반대(0) 신고

 

 

   로마서,  9,  20ㅡ 24

 

그러나 사람이 무엇이기에 감히 하느님께 따지고 드는 것입니까? 만들어진 물건이 만든 사람한테 왜 나를 이렇게 만들었소? 하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옹기장이가 같은 진흙덩이를 가지고 하나는 귀하게 쓸 그릇을 만들고 하나는 천하게 만들어 낼 권리가 없겠습니까?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진노와 권능을 나타내시기를 원하시면서도 당장 부수어 버려야 할 진노의 그릇을 부수지 않으시고 오랫동안 참아 주셨습니다.

 

그것은 하느님께서 자비의 그릇에 베푸실 당신의 영광이 얼마나 풍성한지를 보여 주시려는 것이었습니다. 그 자비의 그릇은 후에 영광을 주시려고 하느님께서 미리 만드신 것인데 그 자비의 그릇은 바로 우리들입니다.

 

 

      

그 자비의 그릇은 바로 우리들입니다.......

 

이 말씀이 참으로 마음에 와 닿습니다.

스무살이 될 때까지  난  예쁘게 생긴 아이들을 무척이나 부러워 하던 아이였죠.

내가 어릴때  살았던 곳은 유난히 미인이 많은 고장이었던 탓으로 인하여.....

왜 나는 저렇게 잘 생기지 못했을까? 한탄하면서 .....

 

그러나 이십년쯤 지나 소위 미인이라고 이름났던 친구들을 만났을때  덧없는 세월앞에 그 미모는 빛을 잃고 세월의 흔적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실은 그때쯤엔 이미 외모에서 느끼는 선망이나 컴플렉스는  졸업한지 오래였습니다만  헌데.....

그대신 거기엔 세월의 두께만큼 부를 축적한 아해들이 또 다른 좌절감으로 고개를 꺽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난 다시 묘한 패배감을 맛보아야 했지요..

왜 나는 이렇게 못사는거야? 너무 차이가 나잖아? 하면서......

 

그 열등감을 초월하는데 또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문득 어느날엔가 깨달았지요.

겉모양은 영혼을 담는 껍데기에 불과하며 또한 재물의 축적이 결코 영혼을 달래줄 수 없다는걸.....

마음의 평화가 천사처럼 내게 다가왔습니다.

걸을수 있는 두 다리와 일할 수 있는 두 손과 말할 수 있는 입과 들을 수 있는 귀와 앞을 볼 수 있는 두 눈을 주신 하느님께 눈물이 나도록 감사했던건, 입에 붓을 물고 그림을 그리는 전신이 마비된 구족화가의 환한 미소를 보고나서 였습니다. 꼼짝 못하고 누워 오로지 봉사자의 손에 의해서만 먹을 수 있고 닦을 수 있는 중증 교통사고장애자의 밝은 삶의 의지를 보고 나서 였습니다.

사지육신 멀쩡하게 제 구실 제 역할 다하며 사는 인생이 얼마나 행복에 겨운 투정을 했는가를, 자신의 삶이 얼마나 큰 축복이며 은총인가를 가슴 저리게 깨달았지요.

거기에서 더 무엇을  바라겠는가!

 

옹기장이가 못생기고  금 간 그릇이라도 어딘가에  쓸모가 있어 버리지 않고 있듯이 하느님께서도 우리 모두를  사랑으로 만들었다는 걸, 사랑하고 있다는걸 느꼈을 때 비로소 자신의 존재에 대해 소중함과 사랑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는걸 알았지요. 그리고 이제껏 얼마나 운좋게 살아왔는지를, 시골에서 산으로 들로 쏘다니며 성장기를 보냈으면서도 뱀 한번 물리지 않고, 벌 한번 쏘이지 않고 , 전쟁통에도 부모형제와 헤어지지도 않았고, 굶주리지도 않았으면서  참 긴긴 세월 잘도 살아왔구나 생각하니 난 너무나 큰 은총속에 살아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백번 돌려 생각해봐도 하느님의 썩 잘 빚은 솜씨는 아닌 이 자비의 그릇에 얼마나 큰 사랑과 은총을 담아주셨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아  가슴 깊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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