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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연중 제 25주 금요일)
작성자이현철 쪽지 캡슐 작성일2004-09-23 조회수1,562 추천수10 반대(0) 신고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연중 제 25주 금요일)

 

  십자가를 안테나로!
  11월 초에 있을 병원 직원들의 세례식을 앞두고 10월 말에 예비자들의 찰고와 교리종합점검을 해달라는 수녀님의 부탁을 받고 저는 예비자들에게 어떤 질문을 할까 생각하다가 오늘 복음(루가 9, 18-22)에서 예수님께서 당신 제자들에게 질문하신 말씀 즉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을 참고하여 "여러분들은 예수님을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예비자들이 미리 모범답안(?)을 외우고 있다가 대답하지는 않을까? 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지금은 열심히 교회활동을 하고 있는 어느 형제가 수년 전에 이런 충격적인 고백을 저에게 들려주었습니다.


  "신부님, 저는 예비자 교리를 삼수까지 했습니다..."
  "아니, 그렇게 교리가 어렵던가요?"
  "찰고하시는 신부님이 제게 '예수님의 부활을 믿느냐?'라고 하셔서 저는 ''솔직히 믿기 어렵다'라고 대답했더니, '내년에 다시 교리를 배우라'고 하시더군요. 그러다 삼수까지 하게 되었는데 차마 더 이상 '못 믿겠다'라고 할 수 없어서 그냥 눈딱감고 '믿겠다'라고 대답하여 겨우 영세를 받았답니다..."
  "......"

 

  이번 찰고에 마치 유신독재하에서 국민교육헌장을 외우듯이 교리를 맹목적으로 외어 영세를 받는 분이 안 생기기 않기를 바라면서 수년 전에 서울 주보에 실린 작가 최인호 베드로님의 글을 퍼드립니다. 가브리엘통신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인도 봄베이에서 태어난 예수회 신부 앤소니 드 멜로(1931-1987)는 평생토록 피정지도, 영성지도자 양성으로 헌신하며 인도의 로나불라에 있는 '사다나 사목연구소’의 소장을 지냈습니다. 그는 영성과 지혜에 관한 많은 책을 저술했는데, 그의 저서 '종교박람회' 속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옵니다.

 

* 복음서 속의 대화
  예수: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시몬 베드로: 선생님은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십니다.
  예수: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너는 정녕 복되구나. 너에게 그것을 알려주신 분은, 사람이 아니라 하늘에 계신  아버지이시다.


* 오늘날의 대화
  예수: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그리스도인: 선생님은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십니다.
  예수: 훌륭하고 옳은 대답이다. 그러나 너는 불행하구나.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너희에게 그것을 가르쳐준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서 배웠기 때문이다.

 

  드멜로 신부가 쓴 이 짤막한 단상은 깊은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주님은 베드로에게 불쑥 질문부터 던지십니다. 베드로는 당황했습니다. 베드로에게는 그 대답을 가르쳐줄 친구도 없었던 것입니다. 아무도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으므로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베드로에게 정답을 가르쳐주신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주님은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지십니다.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그러나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제 베드로처럼 망설일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 질문의 정답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수능시험을 치르는 수험생처럼 그 정답을 외우고 있기 때문에 서슴없이 다음과 같이 대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선생님은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십니다."


  물론 우리의 대답은 베드로의 고백처럼 반석과 같은 진리입니다. 그러나 대답은 같아도 그 내용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베드로에게 그 답을 가르쳐준 분은 하늘에 계신 아버지시지만 우리에게는 사람들이 그 답을 가르쳐주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시험에 나올 문제들을 미리 예상하고 그 정답을 암기하는 그리스도학원의 수강생에 지나지 않습니다. 또한 우리는 그리스도그룹의 면접시험에 나올 질문들을 예상하고 모범답안을 미리 준비해놓은 신입 신앙인에 지나지 않습니다. 드멜로 신부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렸습니다.


  "누군가가 우리를 대신해서 미리 대답을 다 해주는 바람에 하늘에 계시는 우리 아버지께서는  그것을 가르쳐주실 겨를이 없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들 신앙의 위기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기보다 미리 답을 주는 사람들의 말에 귀를 귀울이는 데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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