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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묵상 - 마음으로 하는 선교 ★ [펌]
작성자조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04-09-25 조회수964 추천수11 반대(0) 신고

복 음: 루가 9,1-6 

그때에 예수께서 열두 제자를 한자리에 불러 모든 마귀를 제어하는 권세와 병을 고치는 능력을 주셨다. 그리고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며 병자를 고쳐 주라고 보내시면서 이렇게 분부하셨다.
"길을 떠날 때 아무것도 지니지 마라. 지팡이나 식량 자루나 빵이나 돈은 물론, 여벌 내의도 가지고 다니지 마라. 어느 집에 들어가든지 그곳을 떠날 때까지 그 집에 머물러 있어라.
그러나 누구든지 너희를 환영하지 않거든 그 동네를 떠나라. 떠날 때에는 그들에게 경고하는 표시로 발에 묻은 먼지를 털어 버려라." 열두 제자는 길을 떠나 여러 마을을 두루 다니며 이르는 곳마다 복음을 선포하고 병자를 고쳐 주었다.
★ 묵상 - 마음으로 하는 선교 ★ 작년 8월6일 나리타공항을 통해서 일본에 들어온 후 1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갔다. 말 그대로 눈 깜빡 거릴 사이에 지나가버린 시간들이다. 사실 이곳에 오기까지는 적지 않은 망설임들이 있었다.
공식적인 사목생활을 멈추고, 뇌출혈로 쓰러지신 아버지 곁에 삼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했다. 결국 아버지는 제 작년 1월에 하느님의 품에 안기셨고, 나 역시 주어진 길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었다.
이곳 주교님과의 약속도 있고 해서 가능하면 빨리 결단을 하고 움직여야만 했다. 하지만 훌훌 자리를 털고 일어나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던 것을 기억한다.
도착해서, 첫 번째 주일을 맞이하였다. 거처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주교님께서는 아마도 나를 어디로 보내야 가장 효과적으로 써먹을 수 있을까를 생각하시던 시기였으리라. 우선 여행을 떠난 어떤 신부님의 성당으로 주일 미사를 하러 간다.
물론 일본 교회야 10여년 전에 이미 경험한 바가 있었고 어느 정도 상식이 있었기에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었지만, 미사를 참례하러 온 신자 수가 20명 을 넘지 않는 것을 보고 마음이 착잡해진다. “과연 내가 살 수 있을까? 하느님께서는 왜 나를 여기까지 보내셨을까?”
서너 주가 지난 후 주교님께서 지금 있는 이곳 시부까와 본당으로 발령을 내리신다. 일본 개별 본당으로서는 가장 넓은 반경을 가지고 있는 성당이다. 내가 관할해야 하는 성당은 네 개의 성당이다. 지금 상주하고 있는 성당과 가깝게는 20여 킬로 떨어진 곳에서 멀게는 60여 킬로 떨어진 곳에 세 개의 성당이 더 있다.
결국 동서남북 방향으로 길게는 100킬로의 거리까지가 관할 영역인 셈이다. 오랜 기간 동안 상주 신부가 없었던 이 본당에는 삼분의 이는 일본신자들 나머지 삼분의 일은 필리핀 신자들이다.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의 밤을 잊을 수 없다. 선교사의 삶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가늠할 수 있었던 밤이었다. 미국 관구 프란치스코회 소속 신부님들이 48년 전에 지은 성당과 미군들이 사용하던 장교 관사를 옮겨서 이름붙인 사제관과 부속건물들. 어디를 보아도 경제대국이라는 일본의 면모는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새로운 신부가 그것도 모든 것이 낯선 외국신부가 새로 부임해 온다고 하면 볼 것 없는 집이라도 손님을 맞는 마음으로서, 기본적인 정리 정돈이라던가 청소 정도는 해놓아야 하는 것이 정상이 아닌가?성격상 그리 까탈스러운 성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디를 들어가 보아도 지저분했다.
간단히 사목회라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청소에 들어간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어야할지 몰랐지만 보이는 데로 손을 놀렸다.
본당에서 맞는 첫 주일이 왔다. 교중 미사가 시작되었고, 신자들도 수녀님들도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미사에 참석한 이들은 대충 50여명 남짓. 간단한 인사로 미사를 시작한다. 프로답게 미소를 머금고 시작한다. 강론시간이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니 제대로 된 첫 인상을 안겨주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대열 사베리오신부라고 합니다. 이미 잘 알고들 계시겠지만 저는 서울에서 왔습니다. 이 세상의 만남에는 우연이란 없다고 봅니다.아마도 여러분과 저의 만남도 하느님의 계획안에 있었으리라 믿고 싶습니다.
7,8년 전에 당시는 신부님이셨던 주교님 일행이 한국으로 순례를 오셨을때 통역을 맡은 인연으로 주교님과 친분을 갖게 되었고, 그러던 차에, 주교님 께서 당신 교구로 와서 일 해줄 수 없냐는 당신의 마음을 전하셨습니다.
그리고 준비 과정이 있었고, 결국 이렇게 여러분 앞에 서게 된 것이지요. 하지만 여러분 앞에 서기까지는 적지 않은 갈등이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그중에 두 가지에 대해서만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하나는 작년 1월에 아버님이 돌아가셨기에 일순이 넘으신 어머니를 홀로 남겨두고 온다는 생각이 결단을 더디게 했고 발걸음을 무겁게 했지요. 물론 사제이지만 그 이전에 한 자식으로서의 당연한 갈등이라고 이해를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일본이라는 나라였기에 힘이 들었습니다. 내 나라 한국과 여러분의 나라 일본이라는 나라 사이에 있었던 역사적인 아픔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아마도 한국 신부에게 있어서 선교사로 파견될 때 가장 결단을 내리기 힘든 나라가 일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일본 신부에게 있어서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되겠지요. 신부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 역사에 묶여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조금은 두려웠습니다.신부라는 위치는 한마디로 목자의 역할을 하는 위치입니다. 제가 여러분 앞에 서서 한 사제로서 국적이나 그에 대한 편견을 초월해 여러분을 이끌어 나아갈 수 있을까 하는 염려, 다시 말해 여러분들이 나를 사심 없이 받아들여줄까 하는 염려였습니다.
하지만 마음이라는 것은 어디를 가도 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에 결심을 했고,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이곳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열심히 살아보렵니다. 최선을 다해본 후, 아니다 싶으면 하느님께서 다른 길로 이끌어주시겠지요. 여러분의 도움이 많이 필요할 것입니다. 차츰 차츰 서로를 알게 되어가겠지요. 이 미사 여러분과 저의 만남에 감사하는 마음 으로 봉헌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거의 그 날의 모든 강론 내용을 빠뜨리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 이 날의 솔직한 이야기가 이들에게는 인상적이었고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나보다. 모든 것은 마음으로 시작해야한다. 비록 언어나 행동의 문화적 습관이 직설화법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들이었지만, 마음이 제대로 전달 된다면 언어의 형식은 그리 중요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는 체험이었다. 하여간 이들에게 한 사제로서 목자로서 인간적으로 받아들여진 느낌이다.
이렇게 이들과의 새로운 만남은 시작되었고, 점점 모양새를 갖추어나가고 있는 공동체가 되어가고 있다.일본적인 일본인 정서와는 다르게 무척 빠르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협조하고자 하는 마음들이 읽혀진다. 신자들도 처음부터 하나씩 배워가는 태도로 마음을 연지 오래다. 주일미사는 말할 것도 없고 평일미사도 여느 일본 성당하고는 다르게 많은 이들이 참석하고 있다.
일본인 신자들과 필리핀 신자들 사이에서도 하나의 가족애가 형성되어가고 있다. 연세든 수녀님들도 신이 난 모양이다.
물론 아직은 갈 길이 멀다. 매일 무엇인가를 기획하고 움직이고 있는데도, 시골 일이란 해도 해도 흔적이 나지 않는다 했던가? 시간이 갈수록 욕심은 많아진다. 풀어 가야할 일들이 많이 산재해 있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으련다. 지금까지 하느님께서 이끌어주신 거와 같이 앞으로도 도와주실 테니 말이다.
본당 사목 외에도 개인적으로 주교님께 명을 받은 일들도 많이 있다. 교구 전체의 한국인들을 위한 사목적 배려,피정지도,사제평의회 멤버로서 의 역할, 외국인들을 위한 사목 등등.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는 상황이다.
스스로 밥해먹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개들 밥해주고 토끼풀까지 뜯어 먹여 주어야하는 입장이지만 그래도 재밌다. 최근에는 어느 대학에서 한국말 강좌를 개설하는데 선생이 되어달란다.개인의 능력이란 한계가 있기 마련 이다. 하지만 그분이 하시는 일이라면 그저 모든 것을 맡겨드리고자 한다.
오늘 복음 말씀을 통해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제자들이 지켜야할 당부를 하고 계신다. 결국 그분께서 하시고자 하는 말씀은 '무엇은 하고 무엇은 하지 말고, 무엇은 들고 다녀도 되고 무엇은 안 된다.’ 와 같은 자질구레한 그리고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조목조목의 지켜야 할 조항들이 아니다. 말씀의 행간을 읽었으면 한다. 제자들이 우선적으로 가져야 할 자세는 하느님께 모든 것을 의탁하라는 것과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는 말씀이 아니실까?
“그래. 하느님의 나라는 마음에서 시작되는 거야.” ===================================================================== ♣일본 시부까와 천주교회 김 대열 사베리오 신부님의 지난 묵상글입니다.♣ ☞원본은 http://cajincheon.org/ 매일복음 방에 있습니다.☜ [펌]해서 옮기는 안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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