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성령의 칼을 받으십시오!
작성자황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04-09-29 조회수1,209 추천수7 반대(0) 신고

 

 

 

        성령의 칼을 받아쥐십시오!
             <에페소서 6,17>


 

 

보름달 만큼이나 행복하고 알찬 한가위 잘 보내셨는지요? 마음속에 담긴 고향의 정들로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푸근 푸근 하시리라 생각되어지네요. 저는 청바지가 하이 서포트 고탄력 쫄바지가 되었습니다.^^

 

 

저희 가족들은 한 가위 며칠 전에 미리 성묘를 다녀왔답니다. 선산은 따로 있고 할머니 산소는 천주교 공원 묘지에 있는데 저는 아직도 할머니 산소 가기 일주일 전 부터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간답니다. 이미 흙빛깔마저 닮아진 할머니 산소에 가면 왜 그리도 슬프고 눈물이 나오는지요! 어렸을 땐 산 딸기도 따 먹고 여기 저기 풀 밭을 뛰어 다니며 즐거워 했지만 나이가 들 수록 어릴 적의 그 즐거움 대신 "야훼는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노라!"라는 비석 문귀가 비 바람에 조금씩 희미해지고 닮아지 듯 할머니에 대한 추억들과 상념들은 세월 저 한켠으로 조금씩 조금씩 밀려나지만 고통스러웠고 너무도 박복하셨던 할머니의 지난하셨던 일생이 왜 그리도 슬프고 아프게 다가오는지요. 아마 저희들이 살아가는 삶 역시 제 할머니의 삶처럼 하루 하루가 십자가임을 이제사 깨닫으며 그 만큼 삶의 무게를 무겁게 느끼고 있음이 아닐련지요.
 

언젠가 제가 묵상 게시판 <저희 집에 불이 났어요>글에서 말씀 드린 적이 있지만 저희 집안에 가톨릭 신앙의 씨앗을 최초로 심으신 분이 바로 제 친조모 안나 할머니시랍니다. 35세라는 젊은 나이에 올망 졸망한 아이들을 둔 미망인이 된 것도 부족해서인지 그 이듬해 인가 일곱살 된 막내 아들을 잃으신 후 제 할머니는 많은 방황과 슬픔속에서 무당 굿으로 가산을 탕진하다시피 하셨지만 결국 주님의 오묘하신 섭리로 인생 황혼기에 가톨릭 신앙을 받아들이셨답니다. 제 할머니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던 고통들이 결국은 성령의 칼이 되어 저희 집안에 가톨릭 신앙의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거죠. 자신은 한 알의 밀알로 철저히 썩혀 신앙의 꽃을 피워내신 할머니, 감사합니다.

 

 

 할머니 산소의 풀과 돌들도 골라내고 잠시 할머니에 대한 상념을 마친 후 야훼는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노라 성가를 부르는데 문득 "성령의 칼을 받아쥐십시오!(에페소서 6, 17) 말씀이 떠오르더군요. 할아버지를 잃으시고 또 막내 아들을 잃으신 후 급기야 장성한 큰 아들 마저 병사로 잃었을 때 무당 굿으로나마 위안을 삼으신 제 할머니 가슴에 얼마나 날카로운 고통의 비수들이 꽂히셨을지! 날로 가세는 기울어가고 생계유지는 막연하시고, 올망 졸망한 아이들은 커가고...자식들 뒷 바라지를 제대로 시켜주지 못해 자식들에게 할아버지가 남겨 둔 가산을 지키지 못하고 무당 굿들로 탕진하셨다는 원망들을 들으시며 어떻게 그런 지난한 세월들을 용케 견디어 오시던 제 할머니께 주님은 그 고통의 비수들로 온통 헤지고 상처나고 조각나버린 마음에 "성령의 칼"을 보내셔서 "몸에 박혔던 돌 같은 마음을 제거하고 피가 통하는 새 마음(에제키엘 서 11,19)"으로 바꾸어 주셨답니다. 주님께 감사! 그리하여 주님은 제 할머니를 "처녀 이스라엘아, 내가 너를 다시 세워 주리라. 너는 다시 일어서서 몸치장을 하고 소구를 치며 흥겹게 춤추며 나오게 되리라."(예레미아서 31, 4) 이렇게 축복해 주셨고 그 축복은 제 할머니를 거쳐 벌써 제 조카들 까지 사대 째 신앙의 유산으로 이어져 오고 있답니다. 주님, 힘들고 지칠 때마다 제 신앙의 뿌리 안나 할머니를 기억하게 하시고 제가 할머니 산소에서 흘렸던 눈물의 의미를 늘 되새기게 하소서. 특히 어린 제 조카들이 신앙의 길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늘 이끌어 주시고 도와주십시오. "하느님 외에 누가 고아 같은 우리에게 어버이의 정을 베풀겠습니다.(호세아 14,4)"

 

 

여담으로, 제 어머니는 선산을 거쳐 할머니 산소에 가시면 눈물 바람을 하시면서 "어머니, 황씨 집안에 이상한 명물(→바로 저)이 하나 있습니다...등등으로 서두를 시작하시며 저로 부터 시작해 바로 위 제 오라버니, 그 위에 언니 등등으로 올라 가시며 그간 참아오셨던 자식들에 대한 온갖 섭섭함등을 일사천리로 보고 하신 다음 맨 마지막에 엄마 한 섞인 설움으로 Report를 맺으신 후 가늘게 실눈을 뜨시고서 저를 한 5분 정도 X려 보시고 나서 눈물을 훔치신 다음 할머니 산소 위에 있는 흙과 풀들을 고르기 시작하신답니다. 그러면 원래 제 눈썹이 갈매기 형 눈썹인데(아무리 눈썹을 쪽집게로 수정해도 갈매기 형이 변형안됨. 샘플로 영화 바람과 함과 사라지다의 비비안 리 스칼렛 눈썹과 약간 비슷하다고 사료됨) 그 눈썹이 위로 올라가며 양 미간에 번데기 주름이 하나 터억 가면서 눈을 아래로 차악 내리 뜨면 갑자기 눈물 섞인 어머니의 음성이 약간 부드러워 지시면서 은은해지신답니다.^^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386세대 노처녀로 이렇게 사는 것도 제 팔자인걸 전들 어떡합니까? 그래도 나이는 ahjoomma 나이지만 아직..ㅎㅎㅎ 외모상으로는 사람들이 10명당 8~9명은 아가씨로 불러주니..어느 정도는 그 것에 위안을 삼으며 이런 명절 스트레스를 고통스럽고도 용감하게 견디고 있답니다. 자칭 위로로 박수 짝.짝.짝. 누구 말씀대로 꿈속에 살다보니 얼굴도 쉬이 늙지 않나보옵니다. 제가 오늘 잠을 자고 일어나 거울을 보았더니 명절 증후군 탓인지 아니면 그 동안 세파에 시달린 탓인지 약간 older해 보이더군요. 참고로 저는 잠을 자고 일어나 거울에 비친 제 얼굴을 곰곰 살펴보는 버릇이 있답니다. 하루 일진을 점칠겸(^^) 제 마음의 상태와 건강 상태를 보기 위해서랍니다.^^ 자기 관상 보는거죠. 올 가을엔 ♡ 할꺼야~! 뭐, 제 형제들과 저를 아시는 분들은 저를 볼 때마다 꿈 속에 산다느니, 그 꿈이 바가지 깨지 듯 파~악 깨질 날이 어서와야 한다고 하지만 꿈 속에 살다 꿈 속에 가야만 하는 운명이라면, 주님 그 운명 달게 받겠사옵니다!..ㅎㅎㅎ

 

 

추신 : 친애하는 굿 뉴스 미시족 자매님들!

 

명절 증후군 요통.신경통.관절염.정신적 스트레스로 얼마나 힘드십니까? 거기에 또 과다 지출로 통장 빈혈증마저 앓고 계시지 않으신지요? 머리 숙여 경의와 사랑을 표합니다. 미시족 자매님들이야말로 이 세상에 없어서는 안될 가장 고귀하고도 숭고하며 거룩한 지체들이 아니실련지요. 잠시 <예수표 식칼>을 소개해 드리오니 많이 애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숫돌에 갈지 않아도 녹이 슬지 않는 예수표 식칼, 지금 절찬리에 무료로 판매중입니다.

 

          "성령의 칼을 받아쥐십시오!"
   from 칼 가려~ 칼 장수 예수 아저씨로부터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