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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 한 어린아이의 작은 길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4-10-01 조회수1,220 추천수13 반대(0) 신고
 

◎ 2004년 10월 1일 (금) -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 대축일


▣ 선교의 수호자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 (1873-1897) 동정 학자


[오늘의 복음]  마태 18,1-5

<너희가 어린이와 같이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1) 제자들이 예수께 와서 “하늘나라에서는 누가 가장 위대합니까?” 하고 물었다. 2) 예수께서 어린이 하나를 불러 그들 가운데 세우시고 대답하셨다. 3) “나는 분명히 말한다. 너희가 생각을 바꾸어 어린이와 같이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4) 그리고 하늘나라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은 자신을 낮추어 이 어린이와 같이 되는 사람이다. 5) 또 누구든지 나를 받아들이듯이 이런 어린이 하나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곧 나를 받아들이는 사람이다.”◆


[복음산책]  한 어린아이의 작은 길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사랑하시는 외아들 예수를 세상에 내어주실 만큼 세상을 사랑하신다. 또 그렇게 인간을 사랑하신다. 하느님께서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신다고 해서 사람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다 주시지는 않는다. 이것이 하느님사랑의 법칙이다. 사람은 세상을 사는 동안 누구나 이 법칙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 겉으로 많이 받은 자는 속으로 허기짐을 느끼며, 속으로 충만한 자는 겉으로 아쉬워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법칙의 진가(眞價)를 깨닫는 자는 드물다. 아기 예수의 성녀 소화 데레사! 그녀가 바로 드문 선각자(先覺者) 중의 한 사람이다. 어릴 적부터 허약한 몸 때문에 병석을 즐겨야 했던 성녀는 그만큼 속으로 옹골차졌던 것이다. 


  오늘 대축일의 주인공 마리아-프랑수아-데레사 성녀는 1873년 1월 2일 프랑스 노르망디의 알랑송에서 아버지 루이 마르탱과 어머니 젤리 게랭 가족의 아홉 번째이자 막내로 태어났다. 성녀는 4살이 채 못 되어 반고아가 되고 말았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것이었다. 아버지는 어린 마리아를 데리고 오빠가 사는 리지외로 이사를 하였다. 리지외로 이사 온 마리아에게 펼쳐진 시간들은 매번 새로운 영적 체험들이었다. 성녀는 어릴 적부터 특히 성모 마리아 신심에 출중했다. 7살 때부터 고해성사를 즐겨 받았고, 10살에 큰 병을 앓았으나 “미소의 성모 마리아”의 전구에 힘입어 치유되었다고 한다. 1884년에는 첫영성체를, 얼마 후에는 견진성사를 받았다. 이 때 성녀는 리지외의 카르멜 수녀원에 입회하여 명상생활을 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누이들이 극구 반대하였고, 리지외의 주교도 어린 나이 때문에 그녀의 입회를 거절하였다. 1886년 성탄절에 그녀는 전격 회심의 은총을 체험하였고, 이 체험의 결론은 예수 그리스도와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었고, 사랑의 삶을 그녀는 소명으로 깨닫게 된다. 1887년 아버지와 함께 로마를 순례하고, 레오 13세 교황(1878-1903)을 알현한 자리에서 수녀원 입회를 간청하였으나 역시 거절당했다.


  드디어 성녀 데레사가 15살이 되던 1888년 4월 9일, 그 해 성주간과 부활대축일로 인해 이동된 성모영보대축일에 리지외의 카르멜 수녀원에 입회하였다. 겉으로는 아주 단순한 수도생활의 삶 속에서 그녀의 영성은 급상승하고 있었으니,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은 구체적으로 십자가 추종으로 실현되어야 함을 깨닫는 과정이었다. 더 구체적으로는 죄인들의 불쌍한 영혼의 회개를 위해 스스로 고통 받으며 살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1515-1582)가 보여준 “완덕의 길”에 정진하기 위해서도 고통 받으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성녀는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를 모범삼아 수도명을 데레사로 정한 것이다. 성녀는 하느님께 대한 내적 헌신으로, 마치 한 아기가 아무런 두려움 없이 아버지의 품에 안기는 그런 아이처럼  ‘작은 길’을 걷게 된다. 이는 단순하고 작고 평범한 일상 안에서 자신의 나약함을 절감하고, 유아적 신뢰를 전적으로 하느님의 자비와 도움에 내어 맡기는 아이처럼 사는 것이다. 동시에 예수님 안에서 하느님을 모든 것 위에 사랑하고 사람들에 대한 사랑 안에서 하느님을 체험하는 것, 이것이 성녀가 걸어가는 ‘작은 길’의 핵심 사상이었다.


  1895년 부수련장이 된 데레사는 원장수녀의 요청으로 ≪자서전≫을 쓰기 시작하였다. 복음적 겸손과 단순함과 하느님에 대한 굳은 신뢰심을 익히고, 말과 행동으로 모범을 보이며 이 같은 덕행을 수련자들에게 가르쳤다. 육체의 병고와 내적 충만함으로 죽기까지 영혼들을 구하고, 교회의 쇄신과 사제들의 성화, 그리고 선교사와 선교지역을 위해 기도하는 소임만이 성녀의 일상(日常)이 되어갈 무렵, 성녀는 성서를 유일한 독서로 삼았다. 폐결핵 진단이 떨어지고 1896년 성금요일에 첫 각혈을 쏟아냈던 성녀는 주님과 만날 때가 다가왔음을 직감하고, “그래도 아직 난 고통을 덜 받았다.”고 중얼거리며, 믿음과 희망으로 사랑의 주님과 만남을 준비하였다. 중병 가운데서도 자서전 기록은 계속되었고, 1897년 9월 30일 저녁 마지막 숨을 거두면서 “하느님,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하고 말했다. 1898년 성녀의 자서전 ≪한 영혼의 이야기≫가 출판되자 영성서적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50개 외국어로 번역되었다. ‘작은 길’을 좋아했고, 스스로 그 길을 걸어갔던 데레사는 1925년 피우스 11세 교황에 의해 시성되었고, 1927년 프란치스코 하비에르(1506-1552)와 나란히 선교의 수호자로 선포되었다. 1997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성녀에게 교회학자의 칭호를 부여했다. 소화 데레사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이 하늘나라에서 가장 위대한 자로 세우시는 ‘한 어린아이’였던 것이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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