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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 나의 수호천사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4-10-01 조회수1,174 추천수13 반대(0) 신고
 

◎ 2004년 10월 2일 (토) - 수호천사 기념일


[오늘의 복음]  마태 18,1-5.10

<하늘에 있는 그들의 천사들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를 항상 모시고 있다.>


   1) 제자들이 예수께 와서 “하늘나라에서는 누가 가장 위대합니까?” 하고 물었다. 2) 예수께서 어린이 하나를 불러 그들 가운데 세우시고 대답하셨다. 3) “나는 분명히 말한다. 너희가 생각을 바꾸어 어린이와 같이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4) 그리고 하늘나라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은 자신을 낮추어 이 어린이와 같이 되는 사람이다. 5) 또 누구든지 나를 받아들이듯이 이런 어린이 하나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곧 나를 받아들이는 사람이다.” 10) “너희는 이 보잘것없는 사람들 가운데 누구 하나라도 업신여기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여라. 하늘에 있는 그들의 천사들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를 항상 모시고 있다는 것을 알아두어라.”◆


[복음산책]  나의 수호천사


  1983년 3월 오스트리아 잘쯔부르그 신학대학의 페르티난트 홀뵉 교수는 ≪천사론≫이라는 저서를 출판하였다. 여기서 교수는 오늘날 가톨릭신자들의 일상(日常)에서 천사들에 대한 인식이나 의식자체가 사라져가고 있다는 사실을 두고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그렇다. 과거보다 현대에 들어 천사들에 대한 공경은커녕 언급조차 회피하고 존재마저 의심하는 경우가 많음을 본다. 이런 현상은 성전건축물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중세기부터 근대 이전에 봉헌된 유럽의 성전들에서 쉽게 볼 수 있던 천사들의 성상이나 성화들이 요즘 현대식 성전에서는 찾아 볼 수 없다.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에만 의존하려는 유행이 현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의 정서에도 벌써 스며든 것인가?


  홀뵉 교수는 자신의 저서에서 부제(副題)로 ‘천사들과 성인들의 통공’을 언급하고 있는데, 천사들은 밤낮 쉬지 않고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전능하신 주 하느님, 전에 계셨고 지금도 계시고 장차 오실 분이시다.” 하고 외치면서(묵시 4,8) 성인들과 함께 천상예배를 드리며, 지상에서도 수많은 영혼들과 함께 하여 그들을 지켜주고 보호하며, 그들의 기도를 하느님께 올려 바치고 때로는 영혼들의 눈에 보이게 나타나기까지 한다는 확고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또한 수많은 성인들이 천사, 특히 자신들의 수호천사와 함께 생활하였으며 그들에 대한 공경과 사랑이 두드러졌고, 특별한 방법으로 그들과 친교를 나누었다고 확신하고 있다. 성인들은 천사의 현존에 대한 계시(啓示)된 진리를 직접 생활로 보여 준 사람들이다.


  이미 1215년 제4차 라테란공의회와 1870년 제1차 바티칸공의회가 천사의 현존을 교의상의 진리로 밝힌바 있듯이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1965)도 천사에 관한 진리는 교의상 최우선적인 진리는 아니라 할지라도 처음부터 내려온 고귀한 신앙유산(Depositum fidei)임을 천명하였다. 이 신앙의 유산은 교회 스스로가 창안한 것이 아니라 성서(聖書)에 계시된 확고한 진리라는 것이다. 9월 29일 성 미카엘, 가브리엘, 라파엘 대천사 축일에 언급하였듯이, 천사의 존재는 하느님의 사자(使者)로서 하느님을 섬기는 영적(靈的)인 존재들이며, 결국은 구원의 유산을 받을 사람들을 섬기라고 파견된 일꾼들이다.(마태 18,10; 히브 1,14) 신구약성서를 통틀어 볼 때 천사들은 하느님을 보필하는 천상에서의 역할 외에도 세상에 파견되어 인간을 도와주고 이끌고 지켜주는 등 하느님의 인간 세상에 대한 계획을 다양한 차원에서 수행한다. 특히 수호천사에 대한 공경과 신앙은 중세기 이후 급속히 성장하여 전례 속에 자리를 잡았고, 클레멘스 10세 교황(1670-1676)은 10월 2일을 수호천사 축일로 정하여 온 교회가 기념토록 하였다.


  천사의 본성에 대한 신학적 견해는 천사가 하느님으로부터 이성과 자유의지를 부여받아 하느님을 보좌하고 인간을 위해 수고와 도움을 주도록 창조된 순수 영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천사들의 숫자는 대략 세상에 사는 인간의 수보다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다니 7,10; 묵시 5,11) 수많은 천사들이 다 같지 않고 서로 다르며, 그 가운데 등급이 있다는 것이 통설이다.(토마스 아퀴나스) 실제로 천사들 사이에 계급이 있다는 것은 성서에 언급된 상이한 명칭들에서 드러난다. 거룹(Kerub, Kerubim; 창세 3,24; 출애 25,18-19 등 71번), 스랍(Seraf, Serafim; 이사 6,2.6), 천사(창세 19,1; 묵시 5,2 등 321번), 대천사(1데살 4,16; 유다 1,9), 권세의 천신과 능력의 천신(로마 8,38), 왕권과 주권과 권세와 세력의 천신(골로 1,16), 권세와 세력과 능력과 주권의 천신(에페 1,21), 케루빔 천신(히브 9,5) 외에도 이름으로 명명된 미카엘(다니 10,13; 10,21; 12,1; 유다 1,9; 묵시 12,7), 가브리엘(다니 8,16; 루가 1,11.19.26), 라파엘(토비 5,4; 6,5; 6,7) 등이 그것이다. 이를 근거로 알렉산드리아의 주교 디오니시오스(200-265년경)는 구품(九品)의 천사들을 3등급으로 나눈 천사계급을 상상하였다. 소개하자면 1등급에 세라핌, 케루빔, 좌품천사가 속하고 2등급에 권품천사, 능품천사, 역품천사가 3등급에 주품천사, 대천사, 천사들이 속한다는 것이다.


  천사들이 부여받은 이성은 인간의 것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고도의 인지능력을 구사하며 사물의 본성을 직관하여 통찰한다. 그들의 자유의지 또한 인간의 것보다 틀림없이 뛰어난 것이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인간에서와 마찬가지로, 또는 인간에서보다 오용될 가능성이 높다. 성서에 등장하는 악마와 나쁜 영신들은 첫 인간(아담)의 경우와 같이 자신들의 자유의지를 오용하여 하느님과 같아지려는 교만의 죄를 저지름으로써 타락한 천사들이다.(이사 14,12; 2베드 2,4; 제4차 라테란공의회) 스페인이 낳은 위대한 예수회 신학자 프란츠 수아레즈(1548-1617)는 하느님께서 천사들로 하여금 사람이 되신 성자 예수 그리스도를 당신과 똑같은 흠숭으로 섬기라고 했을 때 자신들의 교만함으로 이를 거부한 천사들의 무리가 사탄과 악령들이 되었다고 추론한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사랑하시는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을 통하여 인류를 구원해주신 것도 모자라 모든 인간에게 각자의 수호천사를 붙여주셨다. 수호천사들은 구원의 유산을 받을 사람들을 섬기라고 파견된 일꾼들이다.(히브 1,14) 천사들은 하느님의 파견명령을 절대적인 겸손과 순명으로 보필하면서, 그들이 섬겨야할 인간을 보호하고 지켜준다. 수호천사들은 그들에게 맡겨진 인간들을 ① 위험과 화로부터 보호하며, ② 악마의 해로부터 지켜주며, ③ 선한 생각과 관심을 불어넣어 주며, ④ 사람을 위해 스스로 기도하고, 사람의 기도를 하느님 대전에 올려준다. 따라서 이런 수호천사와 함께 사는 어떤 사람도 세상에서 업신여김을 받아서는 안 된다. 예수께서 오늘 복음에서와 같이 “그들의 천사들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를 항상 모시고 있다는 것을 알아두어라”(마태 18,10) 하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오늘 수호천사 축일을 맞이하여 모든 신자들은 이런 점들을 다시 한번 마음속 깊이 아로새겨야 할 것이다.◆


  “여러분은 그리스도 예수께서 지니셨던 마음을 여러분의 마음으로 간직하십시오. 그리스도 예수는 하느님과 본질이 같은 분이셨지만 굳이 하느님과 동등한 존재가 되려 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의 것을 다 내어놓고 종의 신분을 취하셔서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 되셨습니다. 이렇게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나 당신 자신을 낮추셔서 죽기까지, 아니, 십자가에 달려서 죽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도 그분을 높이 올리시고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주셨습니다. 그래서 하늘과 땅 위와 땅 아래에 있는 모든 것이 예수의 이름을 받들어 무릎을 꿇고 모두가 입을 모아 예수 그리스도가 주님이시라 찬미하며 하느님 아버지를 찬양하게 되었습니다.”(에페 2,5-11)◆[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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