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지혜의 간청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4-10-08 조회수1,156 추천수10 반대(0) 신고

  

  당신의 거룩한 하늘에서 지혜를 빨리 내려 주시고 영광스러운 당신 왕좌로부터 보내 주소서. 그리하여 내 곁에서 나와  함께 일하게 하시고 당신을 기쁘게 하는 일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해주소서. (지혜서 9, 10)

 

  지혜서 (9, 1-12)를 읽고 지혜를 의인화해서 한번 묵상해 보았습니다.

 

  지혜의 모습을 상상해보면 나이가 들었으되 싱싱하고 차분한 매력이 느껴진다.

 

  지혜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지혜는 나를 하느님께로 이끌어주기 위해 하느님의 말씀의 뜻을 알아듣고 깨우치게하고, 어느것이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것인지 악에서 오는지 식별하게 하고, 내가 혼란스럽고 무기력하고 게으름에 빠져 있을 때 내 귀에대고 어서 일어서라고 속삭인다. 그리고 화가 날 때 왜 화가 났는지 알아내게 하고 표현하게하고 좋은 방향으로 귀결짓도록 내 마음속에서 속삭인다.

 

  지혜의 집은 하느님의 집안에 있고 동시에 이 세상 모든 곳에 있으려면 사람의 머리속과 마음속이지 않을까?

 

  지혜는 온 세상 구석 구석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곳을 여행한다. 그뿐만 아니라 여행했던 곳을 필요하면 수시로 재방문한다. 지혜가 여행하는 곳은 아름다운 곳만이 아니라 비좁고 누추한 곳도 꺼리지 않고 다니며 희망을 심어주고 복잡한 곳도 다니면서 질서있게 되도록 정리해준다. 어둠에 쌓여있고 꼭 닫혀진 마음에는 들어갈 수가 없다. 그러나 꼭 닫혀진 마음에도 하느님의 빛을 전달하고자 인내하고 기다렸다가 조그마한 틈이라도 내어주면 흔쾌히 방문한다.

 

  지혜가 체험한 것들은 자기를 받아들이는 곳에는 평화와 기쁨과 온유와 겸손이 깃드는 하느님의 나라가 이루어지고 자기를 거부하는 곳에는 미움과 분노와 불평과 악의와 어리석음과 방종에 휩쓸려 혼돈에 빠지는 것을 체험한다.

 

  지혜와 나와의 관계는 친밀하게 일치되어 있지 않다. 나와 거리감이 있다. 내가 다가가려 해도 내 안에 있는 걸림돌 때문에 격의 없는 사이가 되지 못하고있다. 과거에는 내 머리속에 내 마음안에 내 삶안에  주종관계처럼 얽매인 관계로 이어졌다면 지금은 지혜와 약간의 친밀감이 생긴 것 같다.

 

  지혜가 내게 해준 말은 다음과 같다.

 

  나는 너와 친해지고 싶은데 너는 나를 잘 외면하고 때로는 보아도 못본체한다. 너는 나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도 한다. 네가 고집부릴때는 안타깝기도하고 네가 속상할 때처럼 속이 타기도 한다.

 

  너 푸른 가을을 한번 바라보아라. 심호흡을 한번하고 나를 한번 불러보아라. 네 인생의 구비구비에서 내가 너를 하느님께로 인도하였고 앞이 안보이는 절망속에서도 뚫고 나올 수 있도록 함께 해 주지 않았니?

 

  내가 인도하는 길이 때로 이 세상을 힘들게 살게하고, 미련한 짓처럼 보여도 세월이 흐른 후에 그 길이 지름길이고 너를 구원해 준 길이라는 것을 체험하지 않았는냐? 

 

  이와 같이 내가 인도해주는 길이 네 본성과 욕구를 거스르기 때문에 너는 나를 자주 외면 하지만 내 곁에서 나와 함께할 때 이런 것도 극복하게 될 것이다.

 

  나는 지혜에게 다음과 같이 응답하였다.

 

  지혜님,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당신과 같이 좋은 친구를 소홀히 여기고 친구인 당신이 마치 남인 것 처럼 모른체하다가 넘어지기도 하고 다치기도 하였습니다. 마음에서는 당신이 가르쳐주는 길을 따라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해야 한다면서도 이를 거부하고 제 본성의 어두움과 약함과 어리석음에서 나오는 목소리에 휘둘리고 살아온 때가 얼마나 많았는지요.

 

  지혜님, 이럴 때 당신을 더 사랑하고 친밀한 벗처럼 여기고 당신과 함께 승리의 길을 가고 싶습니다. 지금은 힘들어 보여도 영광의 아버지께 가는 길을 굳건하게 갈 수 있도록  늘 저를 이끌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예수님, 당신을 사랑하고 따르는 것이 삶의 현실에서는 왜 자꾸 유리되는지요. 묵상을 기껏 잘 하고 당신의 뜻대로 살아가고자 하는 열망을 품었는데 삶에서 부딪치면 언제 기도했느냐 싶게 제 본성이 튀어나오고 맙니다. 예수님, 그래도 기도를 통해 이런 깨달음을 갖게 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끊임없이 수련하다보면 물방울에도 바위가 패이듯이 변화 될 날이 있으리라 희망을 같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헤아리고 삶에서 깨달은 것을 실천할 수 있는 은총을 주세요.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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