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

씨를 뿌렸는데

어떤 것은 열매를 맺고

어떤 것은 열매를 맺지 못하였다는 이 말씀은

어떤 면에서 씨를 맺지 못한 책임을

각자가 져야 한다는 것 같은 뉴앙스를 풍깁니다

그럼 여러분은 자기 스스로 어떤 자리에 있다고 생각을 하십니까?

우리의 인생살이를 돌이켜 보건데

씨가 잘 클 수 있는 그런 좋은 토양을 가지고 사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음을 생각할 때

복음의 말씀이 우리에게 상당한 부담을 안겨준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떤 면으로 생각해 보자면

사람이 주님이 주신 말씀의 씨앗을

얼마나 잘 키우는가 하는 것은

자신의 의지 문제라기보다는

환경 조건에 더 많은 영향을 받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자기 의지로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을 만큼

의지가 강하고 신념이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상처투성이 이고 욕구 결핍증과

어린 아이 같은 힘없는 상태인 사람이

보통 사람들의 모습이란 것입니다

따라서 왜 너는 내적성장을 못하는가를 묻기 전에

왜 열매를 맺지 못하였는가를 질책하기 전에

그 환경이 어떠한 지부터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럼 좋지 않은 환경이란 어떤 것인가부터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가장 좋지 않은 환경은 아주 엄하고 엄격해서

자기 감정표현 자기주장을 절대로 하지 못하게 하는

그런 환경이 가장 안 좋은 환경입니다

예를 들면

집 안의 경우 부모가 지나치게 엄격해서

아이들이 찍소리도 내지 못하게 하는 그런 집안

혹은 국가의 경우 국민들의 의사표현을

검열과 통제로 엄격하게 통제를 하는 경우,

사람들이 성장을 하지 못하게 하는 가장 안 좋은 환경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동독의 한 심리학자가 동독에 공산정권이 있을 때의 상황을 이렇게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즉흥적인 감정표현자제

공개토론회 불허

솔직하고 개방적인 태도 불허

예술 문화에 대한 국가 검열

즉 국가가 국민의 개개인의 성향을 통제를 하였던 것입니다

수동적인 사람들을 만들려는 것이었던 것입니다

물론 이유야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공산당원들이 일반사람들의 생각을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항상 교조적인 이데올로기를 주입시키는 훈련을 해야 한다는 발상은

공산당원들이 이구동성으로 비난하는

중세 가톨릭의 암흑시대의 교육론과 별다를 바 없는 것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면 이런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을 하였는가?

감성억제를 요구하는 그 지시에는 감히 대항하지 못하고

소위 히스테리적인 방어만을 하였던 것입니다

즉 뛰쳐나가거나 혹은 소리를 지르거나 혹은 흥분을 하거나

혹은 애꿎은 사람들과 싸움질을 하거나 혹은 알코올 중독에 빠지거나 하였던 것입니다

즉 국민들 대다수가 공격적이고 우울하고 접촉을 싫어하는 성격을 가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일들은 국가에서 뿐만이 아니라

가정 안에서도 빈번히 일어나는 일입니다

지독하게 완고하고 엄하기만 한 그런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이런 병적인 성격을 가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환경은 종교 안에서도 마찬가지로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 건강한 환경이란 무엇이며

건강한 사람이란 어떤 사람인가?

건강한 환경이란

전적인 감정표현을 하게 해주는 환경이며

건강한 사람이란

개구쟁이 같은 사람이란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자기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해주는 환경이

가장 좋은 환경이란 것입니다

그 안에서 실수하고 경험하고 하면서

자기 정체성을 확립해가는 것을

성장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넌 왜 그 모양이니 하고 비난하기 전에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그 환경부터 보아야할 것입니다

-도반신부님 강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