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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문과 창이 되어준 민성기신부 (연중 제 28주 수요일)
작성자이현철 쪽지 캡슐 작성일2004-10-12 조회수1,236 추천수7 반대(0) 신고

                 문과 창이 되어준 민성기신부 (연중 제 28주 수요일)

 

  십자가를 안테나로!
  금주 수요일은 민성기 요셉 신부의 장례미사가 있는 날입니다. 저는 그분을 위한 장례미사와 장지예절에 참가하기 위해 병원에 하루 휴가를 내었습니다. 친가족 이외에 이렇게 일부러 휴가를 내어 장례예절에 참가해보기는 처음입니다.


  사실 민 요셉 신부님은 나이가 저보다 2살이나 많고 또 서울 신학교에 편입한 것도 저보다 한 두해 선배이어서 신학교 때나 사제가 된 후에도 그렇게 가깝게 지낸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늘 저는 민신부님의 저서와 근황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답니다. 그것은 무언가 민신부님이 특별한 면이 있는 것 같았고 자기 나름대로 무엇인가를 열심히 하고 계시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일이 무슨 작업이었는지는 이제야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에 민신부님이 저희 병원 가까운 본당의 보좌신부로 오시게 되어 같이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병원에 민신부님의 본당 식관 아주머니가 소화기관에 병이나 입원하게 되었는데 민신부님은 몇몇 교우들과 함께 병문안왔다가 제가 있는 원목실에 들렀습니다. 저는 식사중에 농담으로 "혹시 신부님이 식관 아주머니에게 음식문제로 너무 스트레스를 준 것은 아니냐?"고 묻기도 하여 한바탕 웃기도 하였고, 또 그분은 10월중에 자기 본당부근의 어느 특별한 호프집에 저를 초대한다고 약속을 하고 헤어졌는데...그것이 마지막이 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천국에서 저는 그분이 그 약속을 지키리라 믿습니다.


  오늘 복음(루가 11, 42-46)에서 예수님께서는 위선적인 바리사이파 사람들에게 "너희는 드러나지 않는 무덤과 같다. 사람들은 무덤인 줄 모르고 그 위를 밟고 지나다닌다"라며 신랄하게 그들은 비판을 하고 계십니다. 저는 이러한 예수님의 모습을 가끔 민신부님의 글이나 말에서 들어볼 수가 있었습니다. 혹시 여러분은 '빵장수 야곱'에서 '집과 무덤의 차이' 라는 글을 읽어보셨는지요? 그 책에 의하면 '우리가 속한 공동체나 교회, 사회 그리고 우리 내면에 만약 문과 창이 없다면 마치 무덤과 같다'고 할 수 있기에 민신부님은 그 '문과 창의 중요성'을 일찍 깨닫고 나름대로 열심히 그 집에다 문과 창을 만들려고 노력하셨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적어도 저에게는 또 하나의 특별한 문과 창이 되어주셨습니다. 아마 민신부님은 그 사명감 때문에 건강이 최근에 좋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집이 답답한 무덤이 될까봐, 매주 전망이 좋은 높은 산으로 등산을 하며 "산, 바람, 그리고 하느님, 나"를 위한 문과 창문을 만들거나 여신 것이 아닐까요? 참고로 '집과 무덤의 차이'라는 글을 퍼드립니다.

 

                            <집과 무덤의 차이>

 

   윗도리가 시멘트 얼룩투성이라서 미장이는 하루를 더 지체하고서야 야곱을 만나러 왔다. 비록 그의 말씨는 거칠었지만 품행은 단정했다.
  "야곱 선생! 저는 남을 위해 집을 지었습니다. 이제서야 제 집 한 채를 지을 계획으로 부풀어 있습니다만, 제게 좋은 집을 지을 수 있도록 도움 말씀을 주시지 않겠어요?"
  야곱은 웃으며 말했다. "나는 빵장수랍니다. 빵장수가 어떻게 시멘트 반죽이나 벽돌찍기에 대해 알겠어요?"
  그러나 야곱은 깊이 생각하는 듯하더니 왼쪽 집게손가락을 번쩍 세워 공중을 휘저으며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런 가르침이 있답니다. 집을 지으려면 창과 문을 반드시 달아야 한다고요"
  미장이는 실망한 듯 말했다.
  "그 정도라면 저도 알고 있습죠"
  뒤에서 얘기를 듣던 사람들이 낄낄거렸다.
 "하지만......"
  야곱은 사람들의 웃음소리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당신은 제가 왜 집에는 문과 창을 꼭 달아야 한다고 말했는지 아십니까?"
  갑자기 주변은 물을 끼얹은 듯이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그 말에 새로운 낯설음과 따뜻함을 동시에 느끼게 된 것이다. 그들은 야곱이 다시 말을 이어주길 기다렸다.
  "모름지기 내 집이라 하면, 내 자신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리고는 내 자신을 스스로 들여다볼 수 있는 창문이 있어야겠지요?"
  "만약 그렇지 않으면요?"
  미장이가 물었다. 그 말에 야곱의 얼굴에 허망한 그늘이 드리워졌다. 그는 천천히 낮은 음성으로 대답했다.
  "집과 무덤의 차이는 그러한 문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뿐이랍니다. 집과 무덤의 차이는 말이죠..."  (빵장수 야곱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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