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일상 탈출
작성자박승호 쪽지 캡슐 작성일2004-10-16 조회수960 추천수2 반대(0) 신고
우리는 때때로...
삶이 단순하고 재미없다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똑같이 반복되는 하루 하루가
지겹고 나른하며 삶을 노곤하게 만들곤 합니다.

누구나가 한동안의 반복된 생활을 하게 되면
그 생활에 익숙해질 즈음 느끼는
지루함이며, 무감각, 무기력감 등 말입니다.

이런 지루함 정도라면 그래도 괜찮습니다.
때로는 한없이 괴롭고 답답하며 미칠 것 같은
극한 상황으로까지 자신을 몰아가기도 합니다.
미운 사람, 혹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복잡한 인연이며,
나를 괴롭히는 그 어떤 상황, 일로부터의 스트레스에서,
그리고 온갖 나의 행복을 방해하는 그 모든 일상으로부터...
우린 벗어나고 싶은 마음을 느끼게 됩니다.

누구나 이런 때가 있게 마련입니다.
그럴 때면 우린 무언가 새로운 일이 없을까.?
삶을 확~ 바꾸어 놓을 만한 ‘쌈빡한 이벤트’가 없을까.?
이런 삶을 확연히 바꾸고 싶은 마음이 너무도 크게 일어납니다.

다른 사람의 모습을 보며 부러워하고,
그 사람과 같이 되지 못하는 나의 형편을 자책하며,
새로운 삶에로의, 일상으로부터의 그 어떤 ‘탈출’을 꿈꾸곤 합니다.

그래봐야 고작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한 며칠 여행을 떠나는 일이라든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
운동이나 취미활동을 계획해 보는 일 정도일 뿐입니다.

물론 그런 일들이 어느 정도
현재의 고됨을 잠시 잠재워 둘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그런 일들로 인해 모든 스트레스가
확연히 풀려나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잠시 가라앉혀 두는 것일 뿐이지요.

그렇게 그렇게 우리의 삶은., 반복에 반복을 거듭합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괴로움, 답답함, 지루함, 소외감, 무기력감...
이 모든 울렁이는 마음들을 잠시 가라앉혀 둠으로써
그것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계속해서 가라앉혀 두다보면 푹` 눌러앉아
업(業)이 되고 습(習)이 되어...
우리 삶의 근본을 어둡게 만들 뿐입니다.


우리의 영혼은 그런 잠시의 벗어남을 찾고자 함이 아닙니다.
무언가 철저한 변화, 확연한 탈출을 꿈꾸고 있는 것입니다.
참된 맑음과 참된 세계를 꿈꾸고 있는 것입니다.

일상은 ‘날마다 새로운 날’ 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네의 삶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런데는 다 이유가 있게 마련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나’라는 틀을 깨지 못하는 데에 있습니다.

우리가 꿈꾸는 탈출은...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이거나,
직장으로부터의, 세상으로부터의 탈출이 아닌
고정되게 꽉` 짜여진 ‘나’라는 틀로부터의 탈출입니다.

스스로 고정지어 놓은 ‘나’라는 울타리를 벗어던져야만...
진정 자유로워질 수 있으며., 나날이 새로워질 수 있습니다.
자신 스스로 만들어 놓은 ‘나’의 틀에 얽매이게 되기에...
그 틀 안에서 아웅다웅하며 발버둥치고,
아무리 벗어나고자 해도., 그 안에서의 작은 벗어남밖에 되지 못합니다.

스스로 만들어 놓은 ‘나’의 통속을 우린 절대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작은 변화를 통해
마음을 돌려보고 벗어났다고 마음지어 볼 수는 있더라도...
그것이 완연한 벗어남은 아닙니다.

‘나’라는 울타리를 한 생각 크게 돌이켜 놓지 못하고서는...
절대 우리의 삶에서 변화나 탈출을 기대하기는 힘듭니다.
이 ‘나’라는 틀을 깨고 그 통속에서 나와야만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크게 한 생각 돌이켜 놓을 줄 알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봅니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직장일과의 스트레스며,
미워하는 직장상사를 만나는 일에,
집에 가면 남편, 아내와의 다툼, 자식들 과외 공부에
돈도 벌어야 하고, 진급도 해야 하고,
그러려니 작은 시간 쪼개어 공부도 해야 하고,
그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한마음 돌이켜 보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그런 일상이 ‘나’의 틀이었습니다.
그 속에 갇혀 있는 한., 결코 한 치도 벗어날 수 없습니다.
벗어나고자 마음 낸다고 해봐야 고작 1년에 한 번,
그것도 복잡한 연휴에 휴가를 다녀오는 일이며,
인터넷에서 채팅을 하던가, 새로운 만남을 가지고,
새로운 취미활동을 계획해 보는 정도의 일을 할 수 있었겠지요.

그러더라도 변하는 것은 없습니다.
똑같이 가정생각, 회사생활, 자식걱정, 진급이며...
돈벌이 걱정을 해야 하는 것은 변함없이 우릴 얽어맬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생각 크게 돌이켜 출가를 한다고 해 봅시다.
절대로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바로 ‘나’의 틀입니다.
내가 없으면 자식은 어떻게 커라고,
또 아내는 어찌 자식을 혼자 키울 것이며,
회사에서 지금까지 이루어 놓은 나의 업적이며,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이룰 수 있는 일과, 승진 등에서
지금까지의 인간관계도 그렇고,
그래도 저녁 때면 친구들 만나 술도 한 잔 하고
휴가도 가고 그러던 즐거움은 또 어떻게 버릴 것이며,
성적인 욕망은 또 어쩔 것인가...
심지어 머리가 못생겨서 머리 깎으면 안 예쁜데 하는 데까지...

분별해 보면 걸리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러나 크게 놓는 일은 이것저것 생각하고 걱정하는 일이 아닙니다.
그냥그냥`` 한 생각 돌이켜 턱` 놓고 저지르는 일입니다.
‘역시 안돼’ 하는 생각은 내가 만들어 놓은
그 동안의 고정된 틀일 뿐입니다.


날적부터 스님이었던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스님 될 수 있어서 스님 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크게 한 생각 돌려 ‘안 된다’는.., 그 한 생각 놓은 사람이 스님인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부처님만큼 출가해선 안되는 사람이 어디 있었던가요.?

우리의 고민은 고작해야 아내, 자식걱정, 진급이며 욕망들이지만,
싯타르타라는 사문은 한 나라의 왕자였기에...
그가 출가를 한다는 것은., 그 작은 샤카족의 멸망을 의미했으며,
부모, 아내, 자식에서부터 한 나라를 버리는 일이었습니다.

한 생각 돌이키면 못할 것이 없습니다.
그렇게 한 생각 크게 돌이켜 출가를 결심했다고 합시다.
그러고 나면 어떻습니까.
지금까지 생각해 오던 온갖 근심 걱정꺼리가 모두 내 것이 아닙니다.
자식이며, 가족 걱정에서., 회사일이며 진급, 대인관계,
미워하는 직장 동료며, 상사에 이르기까지...
이제 이 모든 문제는 더 이상 내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까지 해 오던 그 모든 가슴 조이던 일상들이 다 놓아집니다.

한 생각 크게 돌이키고 나니 세상이 달라집니다.
세상을 보는 안목이 전혀 달라집니다.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전혀 새로운 삶으로 변화됩니다.

잘~ 마음 내어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출가를 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한 생각 이렇게 크게 돌이켜 보면 자유로워진다는 말입니다.
절대 돌이킬 수 없다는 마음이 바로
‘나’를 고정지어 둔 틀이며 울타리라는 것을 바로 보아야 합니다.

본래 날적부터 이러저렇게 정해진 삶이 어디 있습니까.?
모두가 본래자리에서 보면...
똑같은 진면목, 한마음 불성자리로 동일합니다.
그 어떤 시비도, 분별도 없이, 그대로 공평하고 평등합니다.


그런데 누구는 조막만한 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누구는 더 넓은 눈으로 바라보고,
또 누구는 훤칠하게 뻥` 뚫린 눈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본래부터 출가자, 재가자, 부자, 가난한 자,
성격 좋고 나쁜 사람, 능력있고 없는 사람 정해져 있던 것이 아닙니다.

‘나’라는 틀을 스스로 만들어 놓은 고정된 울타리를 고집하다보니...
그 통 속에서 벗어나지 못해 만들어지는 결과일 뿐입니다.

통 속에서 빠져나오면 세상이 바뀝니다.

세상을 탓할 일이 아니며, 업을 탓할 일이 아니고,
부모나 나라를 탓하고, 상대를 탓할 일이 결코 아닙니다.
스스로의 그릇만큼 고정짓고 있는 ‘나’라는 틀을 깨고 볼 일입니다.
그것은 온전한 내 문제인 것입니다.

그러니 일상으로의 탈출,
무언가 삶을 확~ 바꾸어 놓을 만한 ‘쌈빡한 일’을 찾고 계신다면...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도록 ‘나’의 잣대를 변화시키면 되는 것입니다.
나의 그릇이 작으면 결코 많은 법우(法雨)를 담을 수 없습니다.
나의 틀이 변화하면 변화한 만큼 세상은 변하는 것입니다.


크게 한 생각 돌이켜 놓고 보면 참으로 자유로워집니다.




불교칼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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