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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 - 준비와 기다림에 열외는 없다.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4-10-20 조회수1,471 추천수15 반대(0) 신고
 

◎ 2004년10월20일(수) - 연중 제29주간 수요일


[오늘의 복음]  루가 12,39-48

<많이 받은 사람은 많은 것을 돌려주어야 한다.>


  39) “생각해 보아라. 도둑이 언제 올지 집주인이 알고 있었다면 자기 집을 뚫고 들어오지 못하게 하였을 것이다. 40) 사람의 아들도 너희가 생각지도 않은 때에 올 것이니 항상 준비하고 있어라.” 41) 이 말씀을 듣고 베드로가 “주님, 지금 이 비유는 저희에게만 말씀하신 것입니까? 저 사람들도 들으라고 하신 것입니까?” 하고 묻자 42) 주께서 이렇게 대답하셨다. “어떤 주인이 한 관리인에게 다른 종들을 다스리며 제때에 양식을 공급할 책임을 맡기고 떠났다면 어떻게 하는 사람이 과연 충성스럽고 슬기로운 관리인이겠느냐? 43) 주인이 돌아올 때 자기 책임을 다하고 있다가 주인을 맞이하는 종이 아니겠느냐? 그 종은 행복하다. 44) 틀림없이 주인은 그에게 모든 재산을 맡길 것이다. 45) 그러나 만일 그 종이 속으로 주인이 더디 오려니 하고 제가 맡은 남녀종들을 때려가며 먹고 마시고 술에 취하여 세월을 보낸다면 46) 생각지도 않은 날 짐작도 못한 시간에 주인이 돌아와서 그 종을 동강내고 불충한 자들이 벌 받는 곳으로 처넣을 것이다. 47) 자기 주인의 뜻을 알고도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거나 주인의 뜻대로 하지 않은 종은 매를 많이 맞을 것이다. 48) 그러나 주인의 뜻을 몰랐다면 매 맞을 만한 짓을 하였어도 덜 맞을 것이다. 많이 받은 사람은 많은 것을 돌려주어야 하며 많이 맡은 사람은 더 많은 것을 내어놓아야 한다.”◆


[복음산책]  준비와 기다림에 열외는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세운 계획이나, 아니면 주어진 계획에 따라 준비하고, 준비가 되면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 그것이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면 기다릴 줄도 안다. 사람은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살면서 예상치 못한 일들도 만나게 된다. 뜻밖의 불상사나 횡재 같은 일들 말이다. 이런 일들은 예상치 못했던 것이기에 거기에 대한 준비나 기다림은 소홀할 수밖에 없고 때로는 아예 없을 수도 있다. 이럴 때는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준비할 수 없었다고 해서 들이닥치는 일들을 피해갈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예상치 못한 일’에 관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하지 않았을 뿐, 계획된 일이고, 분명히 올 것이다. 그리고 올 것은 ‘어떤 무엇’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 바로 주님이시다.


  오늘 복음의 주제도 어제 복음의 주제와 같다.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반드시 있게 될 주님의 재림에 대한 준비와 기다림에 관한 것이다. 예수께서는 잘 준비하여 기다릴 것을 거듭 강조하신다. 도둑이 예고하고 집을 털러 오지 않듯이 사람의 아들도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시간에 오실 것이기 때문이다.(39-40절) 지금 누구를 두고 하시는 말씀이냐는 베드로의 질문(41절)에 예수께서는 답을 주시기보다 또 다른 비유를 말씀하신다. 비유 속에 등장하는 종은 관리인으로 지목된다. 그는 주인에게 있어서는 종의 신분이지만, 다른 종들에 대하여는 관리인의 신분이다. 관리인은 곧 주님의 교회 안에서 하느님의 백성들을 돌보고 지도하는 이들을 말한다. 이들은 교회의 지도자들로서 자기에게 맡겨진 백성들에 대하여 그리스도의 예언직, 사제직, 왕직을 수행한다. 이들은 그리스도의 말씀과 뜻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재림’이 지연된다는 빌미로 자신의 의무를 소홀히 한다면 마지막 날에 가서는 소홀히 한 만큼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48절) 그 때엔 어떠한 핑계도 변명도 소용없다.


  오늘 복음의 비유가 교회공동체를 이끌어 가는 특정 신분에 대한 경고의 말씀으로 들리기도 하겠지만, 종말의 심판에 대한 준비와 기다림에 열외(列外)는 없다. 누구나 죽음을 맞이해야 하고, 누구나 재림하시는 주님을 맞이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모양으로든 많이 받은 사람은 많은 것을 돌려주어야 하며, 많이 맡은 사람은 더 많은 것을 내어놓아야 한다.(48절) 우리가 맡은 만큼 내어놓아야 하는 시기를 굳이 죽음의 순간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죽음의 순간에 모든 것을 결산해야 한다면, 종말은 우리에게 공포나 두려움으로 다가오게 된다. 예수께서 재림을 이유로 우리에게 걱정이나 겁을 주시고자 하시겠는가? 그럴 리 만무(萬無)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매일의 순간이 바로 결산(決算)의 순간이다. ‘항상 준비하라.’(40절)는 말씀이 바로 그런 뜻이다. ‘항상 우리와 함께 계시는 주님’(마태 28,20)은 매순간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신다. 그렇다면 그분을 향한 매일의 준비와 기다림은 우리 삶의 기쁨과 즐거움이 될 것이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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