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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 돌이킬 수 없는 실형(實刑)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4-10-21 조회수1,168 추천수12 반대(0) 신고
 

◎ 2004년10월22일(금) - 연중 제29주간 금요일


[오늘의 복음]  루가 12,54-59

<너희는 하늘과 땅의 징조는 알면서도 이 시대의 뜻은 왜 알지 못하느냐?>


  54) 예수께서는 군중에게도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구름이 서쪽에서 이는 것을 보면 곧 ‘비가 오겠다.’고 말한다. 과연 그렇다. 55) 또 바람이 남쪽에서 불어오면 ‘날씨가 몹시 덥겠다.’고 말한다. 과연 그렇다. 56) 이 위선자들아, 너희는 하늘과 땅의 징조는 알면서도 이 시대의 뜻은 왜 알지 못하느냐? 57) 너희는 무엇이 옳은 일인지 왜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느냐? 58) 너를 고소하는 사람이 있거든 그와 함께 법정으로 가는 길에서 화해하도록 힘써라. 그렇지 않으면 그가 너를 재판관에게 끌고 갈 것이며 재판관은 너를 형리에게 넘겨주고 형리는 너를 감옥에 가둘 것이다. 59) 잘 들어라. 너는 마지막 한 푼까지 다 갚기 전에는 결코 거기에서 풀려 나오지 못할 것이다.”◆


[복음산책]  돌이킬 수 없는 실형(實刑)


  “이 성서의 말씀이 오늘 너희가 들은 이 자리에서 이루어졌다.”(루가 4,21)는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할 것이다. 이는 예수께서 공생활을 시작하시면서 회당에서 하신 첫 말씀이다. 바로 이 ‘오늘’과 더불어 우리 인간의 실존은 역사의 새로운 시간으로 돌입하였다. 이 시간은 인류역사의 마지막 결정적인 시간이 된다. 이 시간과 더불어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우리 가운데 와 있기 때문이다.(루가 11,20) 하느님 나라의 도래는 인류역사의 마지막 위기이자 동시에 그 완성을 의미한다. 문제는 사람이 과연 이 시대의 징표를 파악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도래한 하느님 나라의 징표는 다름이 아니라 바로 그리스도 자신이시다.


  ‘아들이 아버지를 계시하려고 택한 사람들’(루가 10,22), 즉 제자들은 예수님을 통하여 시대의 징표를 이해하는 능력을 받았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을 두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가 지금 보는 것을 보는 눈은 행복하다. 사실 많은 예언자들과 제왕들도 너희가 지금 보는 것을 보려고 했으나 보지 못하였고, 너희가 듣는 것을 들으려고 했으나 듣지 못하였다.”(루가 10,23-24) 예언자들과 제왕들은 과거의 사람들이다. 그들은 인류역사의 다른 시간에 살았던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제자들이 지금 보고 듣는 것을 그들도 보고 듣기를 원했지만 불가능했다. 그 때와 지금은 전격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며, 하느님 나라의 도래로 인류역사의 새로운 시간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시대의 징표를 아는 제자들에게 곧 들이닥칠 마지막 날에 대하여 준비하고 기다릴 것을 거듭 강조하신 것이다. 오늘은 예수께서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 다수가 섞여있는 군중을 향하여 시대의 징표를 깨닫지 못함을 한탄하신다. 당대의 사람들은 구름과 바람의 변화를 보고 하늘과 땅의 징조는 알면서도 정작 중요한 시대의 징표를 알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게 많은 가르침과 기적을 통하여 시대의 징표를 알려주었건만 그들은 깨닫지를 못했다. 오히려 예수께 하늘에서 오는 표징을 요구하는 그들이었다.(루가 11,16)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요나의 기적, 즉 회개의 설교 외에는 따로 보여줄 것이 없으며(11,29-30), 먼저 하느님의 나라를 찾을 것을(12,31) 강조 하셨다.


  볼 줄 아는 눈을 가졌거나 들을 줄 아는 귀를 가진 사람에게는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 하나하나가 이미 충분한 기적이요 표징이다. 더 이상 고집을 피우거나 얄팍한 자존심으로 일상을 재촉할 시간이 없다. 더 이상 자신의 나약한 의지를 탓하며 나쁜 습관에 소비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주어진 시대의 징표를 읽고 올바른 판단을 앞세워 그에 따른 올바른 행동으로 자신을 변화시키고 삶의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57절) 인간은 법정으로 끌려가 형리의 손에 놓이게 될 죄인과도 같다. 거기에는 나 혼자만 속한 것이 아니라 인류 전체가 속해있다. 따라서 타인에게 잘못한 일이 있으면 법정에 이르러 실형(實刑)을 받기 전에 서둘러 화해하여야 한다.(58절) 마지막 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나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다.(59절) 실형이 연옥(煉獄)이라면 마지막 한 푼까지 다 갚기 전에는 거기에서 풀려나지 못할 것이고, 실형이 지옥(地獄)이라면 거기에서 나올 수 있는 기회는 결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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