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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98) 의모증 = 의자증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4-10-29 조회수1,546 추천수9 반대(0) 신고

2004년10월29일 연중 제30주간 금요일 ㅡ필립비서1,1-11;루가14,1-6ㅡ

 

          의모증 = 의자증

 

 

오후 3 시가 되면 모든 개인적 생활을 종료하느라고 바쁘다. 컴을 할 때는 마쳐야 하고, 외출을 했으면 돌아와야하고, 책을 보았으면 덮어야하고, 청소가 안되어 있으면 치워야하고, 먹고싶은 것이 있으면 만들어야 하고, 아팠으면 병원에 갈 준비를 하고, 살게 있으면 백화점에 가서 기다리고 있어야하고,......! 뭐든지 정리를 하느라고 바쁘다. 짝궁의 퇴근시간 때문이 아니다. 아들의 하교시간 때문이다. 하루의 일정이 자유에서 구속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나는 아들에게 의모증이 심한 아들이라고 주장한다.

 

마흔다섯살 엄마의 모든 인간 관계를 18세 청소년의 밝은(?) 눈으로 감시하고, 생각하고, 결론을 짓는다. 그리고 구박(?)을 한다. 충분히 이해는 한다. 떠돌이 장똘뱅이 인생을 사시는 아빠의 여자를 지켜드리고자 하는 자식으로서의 의무감이다. 그러나 너무 지나치다 못해 그로인하여 때로는 子母間에 싸움이 발생을 한다. 무조건 아빠 이외의 남자는 미친놈으로 간주가 되어 순진하고 바보 같은 엄마를 타락으로 몰고가는 파렴치 범으로 만들어 버린다. 여자라고 부드러운 것은 아니다.

 

아빠도 멀리 가시고 계시지 않은 자식에게 마음을 두지 않고 딴데 눈을 둔다는 명목은 치마를 둘렀든지 수염이 나지 않았든지 상관하지 않고 강자를 부린다. 그래서 부득이 꼭 외간남자나 외간여자를 만나려면 멀리있는 짝궁에게 고하고, 전화이지만 짝궁이 아들에게 압력을 행사하고, 그러고도 제놈의 마음이 허락이 되어야 자유를 찾는다. 그걸 잘 아시는 주위분들은 어멈 나이가 몇 인데 자식 하나를 못 꺽느냐고 혀를 끌끌 차시는 분도 있다. 그래도 나는 자식의 간섭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활동한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이유는 엄마가 엄마라는 이유로 자식의 간섭을 거절한다면 자식은 엄마의 간섭을 절대로 받으려 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고 믿는다. 훗날 아내의 간섭도 받지 않으려 할 것이다. 요즈음 이혼율이 높아지는 이유도 서로가 간섭을 못 견디는 이유도 있다고 본다.

 

둘째는 아들이 아빠를 지켜드리고자 하는 마음의 효성이기 때문이다. 불운한 아빠에게 이렇게 험난한 세상에서 여자까지 잃어야하는 불행을 허락하고 싶지 않은 자식으로서의 애절한 보호본능이다. 누군가를 위해, 가족이라는 성역을 지키기 위해, 자기의 어느부분을 포기 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기도 하다. 포기나 절재 없이 가정은 결코 지켜지지 않을 것이다.

 

셋째는 사회전체가 핵가족이라는 구성에서 간섭 받기를 거부하고 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돈만 있고 성적만 좋으면 대접 받는 세상! 아빠는 아빠대로명퇴 당하지 않고 목숨을 담보로 벌어야 대접 받는 세상! 씀씀이에 턱없이 부족한 생활고와 외면하는 자식들 사이에서 우울증에 시달리는 주부들의 탈선! 비록 가난하지만 우리 가족은 서로에게 진정한 관심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성적이 나쁘면 노동의 몫이라도 주실 아버지의 뜻이 있다고 믿으며, 돈을 못 벌면 가정의 기둥으로 숨쉬고 있음에 감사하고,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마음을 비우는 선량함을 선택하는 평화주의자가 되기도 한다. 서울대생만 되려다가 미워지기보다, 억만장자가 되지않는다고 다투기보다, 그냥 대화하고 존중하며 서로 조금씩만 조금씩만 참아 살자고, 주어진 몫에 충실하자고, 서로서로 다독이며 살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아빠가 산에 가신 계절에는 아들의 간섭에 더 충실하며 산다. 그렇지만 의모증이 너무 심할 때는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려서 힘이 들기도 하다. 그럴때 마다 짝궁이 멀리서 교통정리를 해 준다. 남편이 없었다면 홀어미 된 서러움을 자식에게 받겠구나 싶어서 더 소중한 짝궁이 되기도 한다. 그럴때 마다 자식은 자식대로 자기는 의자증의 피해자라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오늘 하루를 돌아보며 그럴법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저녁시간에 학원에 간 아들에게 아직 말은 못 했지만 아들의 의모증 못지않은 의자증이 이 어미에게도 있음을 인정한다. 그래서 그 어미에 그 자식의 관심은 평행을 이루는가 보다. 

 

아침일찍이 휴대전화기에 문자 메세지가 왔다. 아들의 친구 엄마들 모임 날이 변경되었다는 알림이었다. 그런데 받고 거는 것만 해 온 내 전화기를 어떻게 만졌는지 <개새끼>라는 이름이 뜨고 전화번호가 입력이 되어 있었다. 내 전화기에 전화번호를 입력시켜 주는 사람은 아들뿐이다. 그때부터 어미의 머리꼭지는 돌기 시작했다. 찾기번호도 차례로 이어서 된 것이 아니고 내가 절대로 눌러 볼 리가 없는 000번에 버젓이 입력이 되어 있었다. 

 

공연한 짝궁을 졸랐다. 명의가 짝궁앞으로 되어있으므로 본인인 짝궁이 가서 발신자 명단을 떼야한다고 졸랐다. 가다가 공중전화에서 전화를 해 보았다. 낭랑한 여자가 받았다. 말을 시키려고 무조건 미스김이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한다. 내 전화기나 짝궁의 전화기를 사용하지 않고 공중전화로 하기를 잘했다고 무슨 간첩의 정보를 알아낸양 쫑알 거렸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같은 학교를 다니는 아들의 친구가 오전시간에 여학생이랑 걸어가고 있었다.

 

종종 둘이서 집에서 나오는 것을 목격하기는 했지만 학교에서 한참 수업중일 남녀 고등학생 둘이서 교복을 입고 나타난 것이다. 짝궁의 귀찮아하는 마음을 자극시키기에는 충분했다. 저 아이 집에는 이 시간에 아무도 없는 집이라는 사실과, 수업도 안받고 둘이서 이 시간에 아무도 없는 집으로 오는 이유를 당신이 아느냐고 윽박질렀다. 전철을 타고 원거리의 대리점까지 가면서 고민을 했다. 저녁이 되어 어떻게 하면 아들에게 최소한의 자극을 줄 것인가? 그리고 최대의 자백을 받아낼 것인가?

 

그러는 나에게 짝궁이 궁시렁 거렸다. 나는 더 고약한 성깔을 부렸다. 1년이면 80%의 날들을 밖에서 보내는 당신도 없이 나 혼자서 저만큼 키웠을 때는 이런 노력 없이는 불가능 했다고!  떠돌이 인생을 사는 죄로 꼼짝도 못 하고 도축장에 가는 소처럼 끌려 갔다. 오늘 이전 3개월간의 모든 내역을 열람했다. 그리고 밖으로 나와 거리의 밴취에 앉아 돋보기 눈으로 깨알 같은 글씨의 범죄현장을 더듬었다. 이상하다. 그 번호는 흔적도 없었다. 

 

다시 재수사! 깨알에 손가락을 짚으며 더듬어 보았다. 걸려든 전화번호는 없었다. 짝궁이 의협심을 발동하여 아들을 너무 잡아서 키운다고 나무랐다. 그래도 불안하고 다투는 것 보다 확인하고 안심하는게 낮다고 또 소리를 질렀다. 한 술 더 떠서 그렇게 자신있으면 새끼를 나한테만 맡기지 말고 당신이 키우라고 불퉁거렸다. 그래도 마음은 안심이 되어 짝궁이랑 팔짱을 끼고 행복한 귀가를 했다. 그런 아들 자랑에 서로 흡족해 하기도 하고 자랑스러워 하기도 하며 공부가 쪼금 모자라는 것에 위로를 삼았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아빠랑 비스듬히 누워 야구를 보던 아들에게 말을 건넸다. 짝궁은 아무말도 하지 마라고 눈짓을 했다. 그래도 엄마는 최종 확인 사살을 해야만 한다. 엄마 전화기에 <개새끼>라고 입력된 전화번호가 누구냐고 물었다.

"응! 어떤 개새끼가 전화를 했는데 잘 못 걸렸다는데도 깝죽대서 가만히 안두려고 입력해 놓고 잊어버렸네."

확인 사살 완료! 참으로 자식을 키우는 것이 장난이 아니다.

 

그냥 우리 가족은 의모증도 있고 의자증도 있이 살아야 될거 같다. 의모증 덕에 현모양처로 살아 갈 수 있음에 감사하고, 의자증 덕에 가화만사성을 이루는 아들되어서 살 것이다. 다행히 중립을 지키는 짝궁! 아빠가 있어서 살맛이 나는 가족이다. 지금 학원에 가고 아들은 집에 없다. 아들의 하교시간이라서 못 썼던 묵상을 이런 시간에 쓰고 있다. 곧 돌아 올 시간이다. 어서 멈추어야한다. 고약한 의모증이 무섭다. 후후!

주님을 찬미합니다. ㅡ아멘ㅡ

 

"너희는 자기 아들이나 소가 우물에 빠졌다면 안식일이라고 당장 구해내지 않고 내버려 두겠느냐?" 그들은 이 말씀에 아무 대답도 못 하였다. 루가14,5ㄴ-6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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